국회 파행에 유료방송 논의 또 연기되나

과기정통부, 16일 '사후규제안' 제출 예정…국회 과방위, 법안소위 개최 불투명

방송/통신입력 :2019/05/14 14:24    수정: 2019/05/14 15:33

합산규제를 대체할 ‘사후규제안’을 만들어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정부가 서둘러 안을 만들었지만, 정작 국회 차원의 논의는 기약 없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제출한 사후규제안을 입법안으로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하지만, 거듭된 파행으로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회가 요청한 ‘유료방송 시장 사후규제안’ 제출을 앞두고 최종 수정·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법안 2소위 현장 모습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16일 법안2소위를 열고 합산규제를 비롯한 점유율 규제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사후규제안을 만들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사후규제안 제출 기한은 오는 16일까지로 정했다. 국회는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사후규제안에 대해 논의한 후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수정하고, 수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합산규제를 재도입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1/3을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는 대표적인 사전규제다. 국회 과방위가 사후규제안을 받아들여 입법안으로 통과시킬 경우, 방송법과 IPTV법에 명시된 사전적 규제 관련 내용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하는 등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사후규제안을 다듬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사후규제안에는 ▲방송의 다양성 및 지역성 확보 방안 ▲지배적 사업자 지정구조 마련 ▲콘텐츠 독점 방지 장치 확보 ▲지배적 사업자의 설비 제공 의무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측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국회의 요청대로 법률 입법안 형태로 조율된 사후규제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제출 기한이 한정된 탓에 방안을 만드는 동시에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진행했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조율된 의견을 완벽하게 담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국회가 요청하는 내용을 성실하게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 파행에 과방위 법안소위도 휘청…유료방송 사업자 우려 심화

문제는 과기정통부가 제출한 사후규제안을 두고 논의할 상임위 법안소위가 언제 개최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후규제안이 제출되면 국회 과방위는 법안소위를 통해 이를 검토하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타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는 등 입법 준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법안소위 개최가 연기될수록 사후규제안에 대한 최종 결론도 늦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 파행이 지속하면서 빠른 시일 내 법안소위가 열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상임위 소속 위원들이 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당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야 하는 만큼, 추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KT와 딜라이브의 고민이 깊어진다.

KT는 경쟁사업자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티브로드, CJ헬로와 손잡고 유료방송 재편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도 사전규제에 갇혀 국회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다. KT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딜라이브는 오는 7월 채권 만기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한층 깊은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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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관계자는 “정부가 만족할만한 사후규제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입법하는 과정에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언제쯤 최종 결론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해당사자의 경우 어떤 결론이든 나야 상황에 맞춰 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난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과방위는 지난 1월 합산규제 재도입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법안소위를 개최한 이후, 다음 달인 2월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으나 국회 파행으로 연기된 바 있다. 결국 과방위는 4월 중순 법안소위를 재차 개최했지만 이날도 최종결론을 내지 못한 채, 오는 16일 정부의 사후규제안 제출 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