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초융합’ 세상, 그 혈관엔 반도체가 있다

[超시대가 왔다] ⑧초융합...반도체의 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5/29 15:32    수정: 2019/05/29 15:38

#만물이 서로 연결되는 초융합 시대가 열리고 있다. 초연결·초지연·초고속의 특성을 갖춘 5G 덕분이다. 5G는 초융합 시대의 문을 활짝 열어줄 촉매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5G와 초융합은 반도체 업계에도 큰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새로운 반도체 호황의 밑거름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5G 서비스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더 빠르게 분석할 수 있는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는 '전자산업의 쌀'로 통했다. 수 많은 전자제품에 생명을 불어넣어줬다. 전자산업과 함께 성장했던 반도체는 이제 '초융합'이란 또 다른 시대의 문 앞에 서 있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반도체는 초융합의 근간이 될 5G 통신의 심장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5G 시대에 반도체는 자율주행자동차,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기기 등의 새로운 산업영역에서 채용이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융합 시대에 반도체는 자율주행차의 안전한 주행을 돕고, 사람처럼 행동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두뇌로 역할이 확대된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억개의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모인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고, 이를 분석해 사용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도 될 것이다.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세계 최고 기업으로 군림하고 있다. 두 회사는 ‘초격차’와 ‘상생’이란 기치 아래 미래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향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우위를 차지하고, 다수의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뜻이다.

■ 삼성, 초융합 시대 신성장 동력으로 ‘파운드리’ 육성

# 기업이 성장하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 지금까지 반도체는 산업의 쌀로 불렸지만, 데이터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거대한 세상을 움직이는 작은 엔진이자,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 꼭 필요한 동력이라고 확신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들어 반도체 사업의 미래 비전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육성을 지속 강조해왔다. 지난 달에는 비메모리 육성 전략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파운드리 사업에서 세계 1위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 같은 자신감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분야에서 확보한 극자외선(EUV) 장비 기반의 미세공정 기술에서 나온다. EUV는 가시광선보다 파장의 길이가 짧은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반도체 원재료)에 회로를 새기는 반도체 장비다. 기존 불화아르곤(ArF) 장비와 달리 회로를 새기는 작업을 반복하는 멀티 패터닝 공정을 줄일 수 있어 반도체의 미세화와 수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이점을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14nm(nanometer·나노미터) 크기의 핀펫(FinFET,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한 입체구조) 공정을 무기로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후 10nm 공정부터는 TSMC를 추월해 세계 1위의 미세공정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고, 지난해에는 TSMC를 추격해 시장 2위에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TSMC가 48.1%, 삼성전자가 19.1%를 차지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크지만, 삼성전자가 미세공정 기술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1위 달성 목표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업계 최초로 EUV 기반으로 7nm 크기의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는 등 초격차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하반기에는 6nm 공정 기반의 제품을, 내년에는 5nm 공정 기반의 제품을 양산해 미세공정에 있어 지속적인 초격차 벌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전자 EUV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이처럼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초융합 시대에 급격히 증가하는 반도체 수요 때문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데이터 저장) 시장의 성장도 예상되지만,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통신모뎀, 전자제품의 전원을 관리하는 전력반도체 등의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요는 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EUV 이후를 대비한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은 지난 15일 미국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19’에서 발표된 3nm 게이트 올 어라운드(Gate All AroundGAA) 공정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류가 흐르는 통로인 원통형 채널 전체를 게이트가 둘러싸고 있어 3면을 감싸는 지느러미 모양의 핀펫 구조 대비 전류의 흐름을 더욱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의 목표는 파운드리 사업 1위로 도약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삼성전자가 우위를 확보한 EUV 기반 미세공정 기술을 무기로 1위 업체인 TSMC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계획이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자신했다.

■ SK하이닉스, ‘딥체인지’ 전략으로 미래 반도체 사업 육성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자원, 자본, 능력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선의에만 의존할 수 없는 만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함께 창출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산업의 육성 방안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바텀라인(Double Bottom Line·DBL)’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인 딥체인지에 기반을 둔 더블바텀라인 전략은 상생을 통해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SK하이닉스는 올해 더블바텀라인 전략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 기업 경영의 핵심성과지표에 사회적 가치 창출 비중을 50%까지 확대·반영하기로 했다. 나아가 이를 위한 핵심 거점으로 용인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용인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는 오는 2022년부터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입돼 4개의 반도체 공장이 준공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국내외 50개 이상의 반도체 장비·소재·부품 협력업체가 입주해 연구·개발부터 제조협력 등을 추진해 동반 성장하는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이를 위해 약 1조2천200억원(상생편드 조성 3천억원, 인공지능 기반 상생협력센터 설립 및 상생프로그램 추진 6천380억원, 공동 연구개발 2천800억원)을 투입해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상생프로그램으로는 ▲국산화 지원 ▲반도체·인공지능 벤처 창업 육성 ▲반도체 인재 육성 ▲협력사 고용 지원 ▲환경·안전·보건 지원 ▲산업보안 등 다양한 경영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나아가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STT-M램·Re램 등) 생산거점으로도 육성할 계획이다. 이는 초융합 시대에는 기존 메모리 반도체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가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특화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의 모습. (사진=뉴스1)

SK하이닉스가 준비 중인 차세대 메모리는 STT-M램(Spin Torque Transfer-Magnetic RAM·스핀주입 자화반전 메모리)과 Re램(Resistance Random Access Memory·저항변화 메모리)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0년부터 STT-M램과 Re램에 대한 연구개발에 주력해왔다.

STT-M램은 D램보다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와 함께 낸드플래시처럼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비휘발성 특징을, Re램은 D램보다 데이터 처리속도는 느리지만 낸드플래시보다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는 초융합 시대를 맞아 점차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수십년을 이어온 폰 노이만 구조의 컴퓨팅 방식이 차세대 메모리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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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자율주행차는 차량 내외부의 각종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장애물이 나타나면 0.000001초 내에 판단을 내려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차세대 메모리는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램)로 데이터 처리와 저장 방식을 분리하는 폰 노이만 구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이동에 따른 병목 현상이 줄여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STT-M램과 Re램 등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을 준비해 기술 리더십과 제품 경쟁력을 공고히 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며 “특히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에서 새로운 판을 주도하는 강자 입지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상용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