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에 전자오락을 마약에 비유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TV를, 20세기 초에는 소설을 마약에 비교하기도 했다. 새로운 미디어가 나오면 중독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는 한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윤태진 교수는 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청년문화공간JU에서 진행된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서 게임이 마약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게임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이 됐다”고 말했다.
윤태진 교수는 WHO가 게임장애 코드를 포함한 ICD-11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동아시아의 정신의학자 집단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게임장애 관련 논문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발표됐으며 논문이 발표된 분야도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된 미국, 유럽과 달리 정신의학 분야에서 주로 이뤄진 것이 이런 주장의 근거다.
또한 게임장애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논문의 비율이 2013년 45.7%에서 2018년에는 83%에 달했다고 지적하고 "이는 게임장애가 연구자들이 연구를 진행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 결론이 내려진 것이 아니라 상위기구에서 이를 병이라고 지목을 해두고 연구를 진행했다는 의미다"라고 풀이했다.
게임장애를 진단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게임장애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인터넷 중독을 진단하는 기준이 활용된다. 20세기의 척도를 21세기에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윤태진 교수는 강연 말미에 역설적인 이야기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WHO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게임장애를 질병화 하면 많은 사람이 행복해진 것이라며 그 수혜자로 학부모와 의료집단을 꼽았다.
윤 교수는 "게임장애가 질병화 되면 학부모는 자녀가 게임에 빠진 원인으로 가정의 문제를 지목하지 않고 단순히 병으로 치부하면 그만이다. 의사 역시 ADHD나 우울증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할 필요 없이 간단하게 게임장애로 판정하면 일이 쉬워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직 의료인 중에는 당장 게임장애에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당분간 게임장애 치료를 비급여로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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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말미에 윤태진 교수는 게임장애 코드 등재 시도를 도덕적 공황에 빗대어 설명했다. 게임장애 앞에서 정치인, 언론, 정책결정자와 교육자들도 결백하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학자의 발언이 정치인의 개입을 유도하고 이는 언론의 개입을 이끈다. 여론이 움직이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공포를 조장하는 연구가 시작된다. 게임장애는 이것이 반복되며 커진 문제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