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에어팟3 기다리게 만드는 에어팟2

음질 만족도 높지만 무선충전 실용성 떨어져

애플 에어팟 2세대는 2016년 첫 출시된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 2세대 제품이다. 헤드폰·이어폰용으로 새로 개발한 H1 칩을 내장해 아이폰·아이패드와 에어팟이 연결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배터리 지속 시간을 늘렸다.

애플 음성 비서인 시리를 불러낼 때 본체를 두드리는 동작 없이 자연스럽게 말로 불러낼 수 있고 치(Qi) 규격 무선충전도 가능하다. iOS 12.2 이상이 설치된 아이폰, 아이패드와 워치OS 5.2 이상이 설치된 애플워치, 맥OS 10.14.4 이상이 설치된 맥과 호환된다.

애플 에어팟 2세대. H1 칩을 탑재했고 무선충전 기능이 적용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가격은 무선 충전 케이스 모델이 24만 9천원, 충전 케이스 모델은 19만 9천원.

■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리

사람들이 망설이지 않고 에어팟을 집어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소리를 들려 주기 때문이다. 에어팟 2세대 역시 이전 제품과 큰 차이 없는 괜찮은 소리를 낸다. 통화 품질도 우수하다.

디자인은 전세대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이폰XS·XR 등에 포함되는 이어팟보다 더 넓은 공간감, 그리고 한 대역에 치우치지 않은 고른 소리를 들려준다. 고해상도 음원과 오디오 플레이어를 골라 들을 정도로 까다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오픈형 이어폰의 특성상 인이어 이어폰과 달리 주위 소리까지 일정 부분 함께 듣게 된다. 카페 등 주위가 시끄러운 공간에서 음악에 쉽게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은 단점이다. 그러나 이것은 에어팟만 지닌 단점이 아니다.

■ 체감하기 쉽지 않은 H1 칩의 장점

애플은 새로 개발한 H1 칩을 통해 여러 가지 발전을 이뤄냈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별도 동작 없이 시리를 불러낼 수 있게 된 것이며 두 번째는 페어링 시간과 지연 시간을 줄였다는 것이다.

확실히 에어팟 본체에 손을 대지 않고 시리에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은 편리한 기능이다. 그러나 남의 눈을 신경쓰기 마련인 우리 정서상 길을 가다 말고 "시리야, 다음 곡으로 넘겨줘"라고 주문을 외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시리로 곡을 넘기는 것보다는 에어팟을 두드려 곡을 넘기는 것이 더 빠르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리를 불러내는 기능을 써 본 것은 채 다섯 번이 안 된다. 오른쪽 이어버드를 두 번 두드렸을 때 '다음 곡으로 넘기기' 기능을 설정하고 볼륨 조절은 아이폰에서 했다.

기기 간 전환 시간이 줄었다는 점도 기존 1세대 제품과 대놓고 비교하지 않는 한 사용자 체감이 쉽지 않다. 에어팟은 같은 애플ID로 묶인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서 자연스러운 전환이 가능하지만 설정 앱에서 일일이 해당 기기를 선택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연결된 기기 전환에 걸리는 시간도 체감상 큰 차이가 없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연 시간도 극적으로 단축되지 않았다. 동영상이나 스트리밍 음악을 들을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타이밍에 맞춰 음표를 눌러야 하는 모바일 리듬게임이 문제다. 여전히 화면의 음표와 소리가 일치하지 않는(다시 말해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이는 에어팟 2세대 뿐만 아니라 모든 무선 이어폰이 안고 있는 숙제다.

■ 활용에 제약 많은 무선 충전 기능

에어팟 2세대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무선충전 기능은 여러 환경에서 잘 작동한다. 치(Qi) 규격을 따른 무선충전 패드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갤럭시S10 시리즈에 탑재된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삼성전자의 공식적인 입장은 '갤럭시 스마트폰과 액세서리의 충전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인피니티 원 루프'만큼 편협하지 않다면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을 이용한 충전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S10의 무선 배터리 공유 기능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문제는 이 무선충전 기능이 과연 쓸만 하느냐는 것이다. 에어팟 본체는 100% 충전상태, 에어팟 케이스 배터리는 2% 남긴 상태에서 고속 무선충전 패드 위에 고정하고 완전충전 시간을 측정한 결과 완전 충전에는 3시간 30분 이상이 걸렸다.

같은 조건에서 유선 방식으로 충전하면 불과 2시간만에 완전 충전이 가능하다. 무선충전 패드 위에 얌전히 얹어 놓고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지체없이 라이트닝 케이블을 꽂는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무선 충전 케이스 충전시 충전률 추이. (자료=지디넷코리아)

무선충전 방식의 숨은 문제도 있다. 일단 스마트폰용으로 만들어진 경사진 거치대에는 올리지 못한다. 또 충전 코일 위치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무선충전 특성상 미끄러지기 쉬운 에어팟 충전케이스는 큰 도움이 안 된다.

평면형 무선충전 패드, 그리고 실리콘 재질의 케이스가 없는 한 무선충전은 썩 실용적이지 않다.

■ 에어팟 2세대로 환승할 이유가 보이지 않는다

에어팟은 완전 무선 이어폰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첫 출시 이후 세계적으로 수천만 대가 팔렸고 소니, 오디오테크니카, 보스, 삼성전자, 젠하이저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음향기기 제조사가 비슷한 컨셉의 제품을 내놨다.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에어팟 2세대에 대해서는 마냥 좋은 평가만 들리지 않는다. 국내 시장에서 에어팟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어느 정도 애플 생태계에 발을 들이고 나름대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조차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무선충전 기능은 특정한 조건을 갖추지 않는 한 실용성이 떨어진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은 H1 칩으로 많은 것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실용성이 떨어지는 무선충전과 더 오른 가격이다. 새로운 색상 추가나 건강관리 기능도 없는, 2세대가 아닌 1.5세대에 불과한 제품이다.

따라서 이미 에어팟 1세대를 쓰고 있다면 굳이 2세대 제품을 구입할 필요는 없다. 에어팟의 장점으로 꼽히는 간편한 페어링과 쓸만한 소리는 요즘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심심찮게 풀리는 1세대 제품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무선 충전이 탐난다면 에어팟 케이스에 끼울 수 있는 무선충전패드를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