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인 케이티(KT)가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확대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대출을 수 차례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KT의 케이뱅크 한도 초과 보유 주주 승인 심사를 멈추면서 은행 직원도, 고객도 불안한 상태에 처했다.
금융위원회는 25일 KT의 케이뱅크에 대한 한도 초과 보유 승인 심사를 계속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정보통신망사업 입찰 담합으로 과징금 57억원의 처분을 받고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서 대주주 적격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측은 "KT에 대한 검찰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 및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심사는 계속 중단된다"고 덧붙였다.
KT는 3월 12일 대주주 적격성 승인 심사를 요청했으며, 지난 17일 금융위는 은행법 시행령과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심사 절차를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60일 이내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승인 심사 35일째에 무한정 심사 시계가 멈춰진 상태다.
올해 KT의 대주주 자격 획득 후 5천9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공격적 사업을 진행하려던 케이뱅크는 대안을 찾기 위해 분주한 상태다. 5천900억원에 미치진 못하더라도 자본금을 확충해야 하고, 자본금 확충에 함께할 신규 주주를 물색하고 있다. 자본금 확충 연기로 인해 지난 9일 대출이 중단되면서 경영위기감도 커진 상태다.
직장인 대상 대출은 케이뱅크가 자본금 확충에 자유롭지 못하면서 오픈 이후 열 네번이나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회사 관계자는 "고객 불편이 증대돼 이탈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다"며 "은행의 건전성 유지와 현재 고객을 위해 당국이 결단을 내줘야 한다"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가 정보통신기술(ICT)사업자의 기술력을 배경으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비금융주력자에 대한 유연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거론한다. KT의 사례처럼 대주주 적격성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면 신속한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게 KT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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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비금융주력자의 공정거래법 위반이 은행 건전성 여부를 직접적으로 연결짓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대주주 적격성 심사 조건에 넣는 것이 과잉 규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비금융주력자 KT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게 되면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소유할 수 있다. 다만 비금융주력자가 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하기 위해선 공정거래법이나 특정경제가중처벌법, 금융관련 법령 등의 위반사항이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