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 조작은 정치적 표현의 일부며,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댓글 조작 가담자를 형사 처벌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앤드류 코펠맨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로스쿨 교수는 22일 오픈넷 초청 기자간담회에서 드루킹으로 밝혀진 김동원 씨 등 일당이 컴퓨터 업무방해죄로 기소된 것과 관련 “정치적 표현이 검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내 생각엔 드루킹 스캔들도 정치적 표현의 하나였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이 사건이 기소되도록 방치한다면 앞으로는 정부가 잘못된 정치적인 표현에 검찰이 기소할 수 있다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범죄자냐 아니냐를 가지고 의견이 나뉘는데, 이렇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이걸 금지하면 이런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드루킹 스캔들은 댓글 조작 일당이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포털사이트 기사 7만6천여개에 달린 댓글 118만8천여개에 총 8천840만1천여차례 공감·비공감을 클릭한 사건을 말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공모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 구속됐다 최근 보석 허가를 받았다.
■ "컴퓨터 업무방해죄 죄목 성립 안 돼"
오픈넷 이사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컴퓨터 업무방해죄에 기소된 죄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교수는 “업무방해죄는 원래 19세기 유럽 국가들이 고도 성장할 때 중상주의에 입각해 국가 산업을 방해하는 것은 범죄화 하던 관행에서 비롯됐고, 노동조합을 범죄화 했었다”며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시대 들어와 착근했으나 이후 노동자 권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유럽은 업무방해죄를 전부 폐지했다. 아직 우리나라와 일본에만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에 기소된 범죄는 원래 있던 업무방해죄가 아니라 314조 2항의 컴퓨터 업무방해죄인데, 업무방해가 됐다는 것 자체가 어떤 불법성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 “검찰은 다른 사람의 아이디를 이용해 댓글을 조작하고, 허위정보를 퍼뜨리고, 여론의 바로미터인 네이버 포털에서 이런 일을 벌이고, 소프트웨어(매크로)를 이용했다며 위법성 사유를 드는데 이런 것 하나 하나가 모두 위헌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위법이라면 웹사이트 만드는 것도 다 범죄일 것”이라며 “말로 해서 (효과적으로) 설득을 못하니까 자동화 하기 위해 웹사이트를 만든 건데, 대학 수강신청을 빨리 하기 위해 매크로 돌리는 것도 전부 처벌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5.18 왜곡 처벌법도 반대..."누구든 역사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코펠맨 교수는 여야 3당이 ‘5.18 왜곡 처벌법’을 공동발의하자, 여기에 대해서도 누구든 역사에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지난 2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5.18 공청회를 열고,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표현했다.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극우논객 지만원 씨를 초청했다.
코펠맨 교수는 “역사라는 건 계속해서 재발견 되고 있고, 역사적 사건에 대해 대중의 인식들도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며 “5.18 왜곡 처벌법이 제정된다면 한국 역사 연구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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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유럽에선 홀로코스트를 부인하는 사람들이 처벌받는 법이 나와있는데, 저 역시 유대인이라 이 역사에 대해 부인하는 사람들에 대해 얘기 들으면 고통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해야 다른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고 역설했다.
오픈넷 소속 손지원 변호사는 “5.18 왜곡 처벌법이 발의돼 여기 국회의원들이 상당히 동감하고 통과되는 추세”라며 “5.18 민주화운동 의미에 대해서는 숭고하게 지켜져야 하는 건 맞지만 이런 법이 생긴다고 군론분열을 방지하는데 효과가 있을지 의심된다. 유해한 표현과 혐오표현도 민주주의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