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정족지세(鼎足之勢)다. 삼성, 애플, 화웨이 등 글로벌 3강이 한해 14억대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서로 뺏고 빼앗기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삼성이 2012년 이래 세계 휴대폰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세 업체가 호각지세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18% 對 17% 對 15%다. 누가 형이고, 누가 아우인지 논하기 어렵다. 이들 간의 서열도 조만간 뒤집힐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빅3 중 솥을 뒤집으려는 가장 힘 있는 자는 화웨이다. 화웨이는 삼성을 넘어 스마트폰 시장 1위 기업이 되겠다고 호언한지 오래다. 이미 애플을 넘어선지라 그 패기는 하늘을 찌른다. 솥이 뒤집히면 많은 변화가 생긴다. 밥그릇에 엎어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패권을 가져가는 자, 5G 선점의 유리한 고지를 취할 수 있다.
#. 유비가 촉한의 황제가 된 것은 중원의 주인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삼국시대 위·촉·오 세 나라가 중원의 패권을 놓고 다퉜던 혈투가 바로 적벽대전이다. 제갈량은 화공(火攻)으로 조조의 80만 대군을 물리쳤다. 바람이 길을 바꾸고, 사슬로 묶인 조조의 연화선은 괴멸됐다. 승상의 자리에 올라 중국을 통일하려던 조조의 의기는 이곳에서 잠시 끊어졌다. 하늘의 길을 바꾸고 물 위에 불을 일으킨 유비의 천운이 하늘을 울렸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대전의 중원은 과연 어디인가.
#. 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삼성과 화웨이 간 스마트폰 대전의 승패를 가를 곳은 바로 미국이다.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의 서열은 어느 정도 평정됐다. 폐쇄적인 중국 시장과 달리 북미 시장은 세계의 시장이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이곳에 모든 힘을 집중한다. 북미 시장의 절대 강자는 애플이다. 애플이 현지 시장의 47%(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기준)를 차지한다. 삼성이 22%, LG 12%, 레노버(모토로라)가 6%다.
#. 화웨이는 미·중 무역 전쟁 등 여러 이유 탓에 여전히 미국 시장을 뚫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가 유럽과 남미 시장에 진지를 구축하고, 북미 시장 진입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게 벌써 수해 전이다. 만약 화웨이가 올해 북미 시장에 진입한다면 통신 장비에 이어 세계 1등 스마트폰 기업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화웨이가 북미 시장에서 LG 자리를 넘보며 현지 이동통신사의 문을 여러 번 두드린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화웨이는 삼성에 이어 올 여름께 폴더블폰 '메이트 X'를 내놓을 예정이다.
#. 화웨이의 계략이 성공한다면 삼성의 위기는 불 보듯 뻔하다. 화웨이가 애플보다는 삼성의 시장을 먼저 잡아 먹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은 프리미엄 전략과 함께 중저가 물량 공세 등 양동작전으로 시장 방어에 나서고 있다. 북미에서 시장을 잃으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삼성은 지난해 유일하게 시장을 잃은 플레이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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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돌파할 삼성의 비장의 무기 중 하나가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다. 새로운 스마트폰 영역으로 분류되는 갤럭시 폴드는 미래 스마트폰 산업의 기술적 집합체다. 삼성은 한발 앞서 시장을 선점하고 경쟁자들보다 기술적 우위를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가. 갤럭시 폴드가 출시를 목전에 두고 미국에서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신기술과 신공법이 적용된 삼성 갤럭시 폴드에 대한 견제는 어느 정도 예견된 바지만 현지 매체들이 제기한 화면결함 논란이 커지면서 삼성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 삼성과 화웨이간 1위 다툼을 지켜보는 애플의 속내는 복잡할 수 밖에 없다. 애플은 아직 5G폰도 폴더블폰도 없다. 그러나 안방 시장을 순순히 넘겨줄리 만무하다. 미래 5G 패권이 걸린 문제다. 우여곡절 끝에 퀄컴과 화해한 마당에 애플은 거센 반격에 나설 것이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스마트폰과 5G 시장 패권을 둘러싼 한·중·미 간 싸움이 흥미진진하다. 과연 천운은 누구에게 기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