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 1일부터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시행되면서 국민은행이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알뜰폰 사업을 신청했다.
금융과 알뜰폰 서비스를 결합해 유심(USIM)칩만 넣으면 공인인증서나 모바일 플랫폼 설치 등 복잡한 절차 없이 은행서비스와 통신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게 국민은행의 구상이다.
일단, 금융위원회는 국민은행이 신청한 알뜰폰 사업을 ‘우선심사 대상 혁신금융서비스’로 분류해 심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행 규제체계에서는 알뜰폰 사업의 경우 은행 고유 업무와 관련이 없어 서비스가 가능한 부수업무로 인정되지 않는다. 금융위 심사는 규제샌드박스에 이를 집어넣어 사업을 허가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은행의 계획처럼 이 같은 서비스가 진짜로 혁신금융서비스이고 그래서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에 적합할까.
규제 샌드박스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신기술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음에도 기존의 법령이나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 임시허가를 하는 제도다.
국민은행은 이 서비스의 혁신성과 이용자편익으로 ‘자체 인증기술로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통신사 중심의 모바일 인증과 차별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공인인증서 제도는 지난해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국회의 입법절차가 마무리되면 폐지될 예정이다. 또 ‘통신사 중심의 모바일 인증과 차별화’라고 밝힌 부분도 이 서비스가 금융혁신보다는 대체서비스에 가까워 보인다.
통신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이용자보호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통과한 서비스는 2년간 규제가 면제되고 추가로 2년을 연장할 수 있어 최대 4년간 허용된다. 만약, 국민은행의 서비스가 향후 은행의 부수업무로 인정받지 못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은행 알뜰폰 가입자가 감당해야 한다.
더 떨떠름한 것은 알뜰폰(MVNO)의 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3사로 고착화된 이동통신시장에 경쟁을 불어넣어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매년 연장되고 있는 전파사용료 면제와 정부가 알뜰폰 사업자를 대리해 도매대가를 인하하는 것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지난해 이동통신 3사가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면서부터는 생존을 위협받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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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국민은행의 ‘금융+알뜰폰’ 서비스가 통신요금 인하에 도움이 되는지,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서 수익성을 이유로 사업을 철수할 가능성는 없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오히려 금융위는 몇 년 전부터 알뜰폰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서비스 가입 시 본인인증 때 유료서비스인 범용공인인증서가 아닌 무료로 사용가능한 용도제한용 개인공인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그 문턱을 낮춰주는 고민부터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