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테슬라·아마존·스포티파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회사들의 전·현직 직원들이 각 회사의 복지와 사내 문화를 비교하는 자리가 마련돼 관심이 집중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일 성남시 정자동 네이버 본사에서 개최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행사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운영하는 스포티파이에서 이용자 분석가로 일하는 백원희 매니저 ▲애플을 거쳐 현재 전기차 회사 테슬라에서 근무하는 김동욱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매니저 ▲12년간 아마존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다 지난 2015년 퇴사한 후 현재 이지온 글로벌을 설립한 박정준 대표가 연사로 참여했다.
먼저 복지의 경우 미국에 뿌리를 둔 애플, 테슬라, 아마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었다. 반면 복지 국가 스웨덴에서 지난 2006년 설립된 스포티파이는 선진적인 복지 수준을 자랑했다.
김동욱 테슬라 매니저는 “애플과 테슬라는 모두 워라밸(일과 휴식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이 없고, 무료 점심도 주지 않는다”며 “다만 애플에 있다가 구글,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 중심 회사로 이직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만큼 연봉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정준 대표는 “아이 세 명을 다 아마존 재직 시 낳았는데 하루도 유급 휴가를 주지 않을 정도로 지독하고, 무료점심은커녕 음료수 한 캔도 안주고 벽에 페인트 칠도 안 한다”면서 “대신 회사 주식을 주는데, 6개월마다 끊어 주니 '그때까지만 버티자'는 마음가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스포티파이는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활동하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회사로, 본사를 미국 뉴욕으로 본사로 이전했지만 사내 문화와 복지는 스웨덴 복지 수준을 유지했다. 스포티파이는 아직 국내 진출 전이라 비교적 유명세가 떨어지지만,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서비스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원희 스포티파이 매니저는 “사무실이 미국에 있어도 출산 휴가로 남성과 여성 모두 6개월씩 쉴 수 있고, 월급도 100% 나온다”며 “냉동 난자 시술, 인공수정에 필요한 비용을 보험으로 지급하고 성전환 수술까지 지원된다. 애완견을 위한 건강보험도 회사에서 지원해줄 정도”라고 자랑했다.
회사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 업무 형태 등 대한 자랑 아닌 자랑도 오갔다.
박정준 대표는 아마존이 시간과 돈을 극히 아끼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직원용 책상을 살 돈을 아끼기 위해 떨어진 문짝에 나무다리를 끼워 책상을 마련할 정도다.
그는 “아마존은 어떻게든 자동화 시키고 단순화, 효율화 시켜 시간과 돈을 아낀다”며 “아마존은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고객한테만 돈을 쓴다는 인식을 만들었다. 일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사람은 미니 도어데스크 트로피를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마존은 스크럼 프로세스라고 해서 특정 일에 대해 담당자를 분담 배치하지 않고 모두 함께 참여하도록 하는 업무 형태를 띠는데, 장점은 생산성도 높고 경쟁도 심하며 누구 하나 빠져나가도 일이 돌아간다”면서 “하지만 단점은 번아웃이 와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에 들어오고 싶지만 일단 들어오고 나면 모두들 빠져나가고 싶은 회사로 변한다. 보통 1년 만에 퇴사한다”고 덧붙였다.
혁신을 일으키는 회사로 알려진 애플은 철통 보안을 위해 수직적인 업무 형태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김동욱 매니저는 “과거 내부인으로서 보면 애플은 보안을 혁신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며, 혁신이라는 것은 스티브 잡스 때부터 저 위에서 내려오는 거다”며 “회사 안에서는 언제까지 어떤 일을 하라는 지시가 내려오는데 그 결과물을 본 소비자는 그게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보안을 지켜가며 끊임없이 주어진 시간 내에서 혁신을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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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테슬라와 애플은 일을 정말 많이 하는 회사”라면서 “테슬라는 회의 시간에 할 말을 다 하고 나면 업무 효율화를 위해 나가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스포티파이의 업무 분담은 수평적이었다. 백원희 매니저는 “스포티파이는 (최소 팀 단위인) 스쿼드(분대)로 나뉘어 과제를 해결하는데, 이 안에 개발자·Q&A·제품 등을 담당하는 인력들이 편제됐지만 리더는 없어 수평적인 형태”라며 “과제 성격 별로 그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담당자에게 의사결정권이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