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이 가격이 아닐 텐데…?"
즐겨 먹는 프레지덩 버터. 평소엔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에서 새벽배송으로 주문했지만, 이마트 온 김에 사려고 집어 들었습니다.
9천980원.
20원이 모자라는 1만원인데, 정말 이 가격이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눈을 씻고 보았습니다. 머릿속에는 '내가 정말 이 가격을 내고 버터를 사먹었을까'라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았지요.
당장 쿠팡앱을 열고 '프레지덩'을 검색했습니다.
7천500원. 새벽 배송이 가능한 로켓와우 상품이라 하나를 사도 다음 날 아침에 주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켓컬리에서는 세일중이라 5천900원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배송비 3천원은 별로로 내야 하니 총 8천900원이 듭니다.
버터 하나로 확대해석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회사 실적이 이를 방증해주네요.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으로 이마트 총 매출은 3조5천883억. 전년 동기 대비 1.9%가 줄었습니다. 영업이익은 54.5%가 감소해 74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마트몰의 외형성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프라인의 매출 감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습니다.
이마트는 오는 3월 온라인 통합법인을 출범시켜 온라인 매출을 작년보다 30% 늘린다고 발표했습니다. 더이상 온라인을 놔둬서는 안될 것 같다는 판단에서겠죠.
문득 가격의 끝을 보여주겠다고 쿠팡과의 전쟁을 선언했던 2016년 이마트가 생각납니다. 기저귀 최저가 행사를 시작해서 쿠팡에 마음을 빼앗겼던 주부들을 되돌리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노력이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오프라인 가격은 온라인을 따라오지 못합니다. 이마트가 온라인을 강화한다고 한들, 오프라인 마트 가격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경쟁력을 갖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또 최근 오픈서베이 설문조사 결과 온라인 식료품 구매 쇼핑몰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쇼핑몰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쿠팡’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그 다음 순위로는 이마트, 마켓컬리, 홈플러스가 차지했습니다.
이마트는 쿠팡이 신선식품까지 사업을 확대할 줄 알았을까요. 신선한 생선, 고기, 과일, 유제품 등을 사려고 마트를 갔지만 이제 고기, 과일, 유제품 등은 어느정도 온라인에서 주문할 수 있으니 마트갈 일은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마트가 온라인 사업을 쿠팡처럼 한다고 해도 처음부터 온라인에 맞춰 모든 인프라를 세팅한 쿠팡이 등 모바일 커머스를 단시간에 따라오기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요.
온라인 이마트가 마트 상품을 그대로 집으로 배달해주고,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편리한 구석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배송 마감이 빨리 되고 가격도 비싸다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마트 앱을 켤 필요가 얼마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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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마트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월마트만 봐도 아마존에 휘청거리다가 10년 이래 최대 매출 증가세를 보이며 깜짝 실력을 기록하기도 했으니까요. 이마트도 월마트처럼 최저가 상품 공세와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를 확대시키고, M&A 등으로 쿠팡 등 이커머스 기업을 꺾으려고 하지 않을까요.
확실한 건 대형마트들이 '마트 가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새 방법을 더 치열히 찾아야할 때라는 겁니다. 소비 패턴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인구수 감소로 가족단위 소비자는 점점 줄어들 게 당연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