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게임사에게 모태펀드 투자 유치는 그림의 떡입니다.”
벤처,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한국모태펀드가 중소게임사들에겐 그림의 떡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게임사는 투자검토 단계에서부터 외면 당하고 있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계정과 영화계정으로 나눠 모태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이 모태펀드는 안정적인 벤처투자재원 공급을 위해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결성됐다.
이 중 문화계정을 통해선 게임, 애니메이션/캐릭터, 출판, 일자리, 해외연계, 가치평가 등의 분야에 출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모태펀드 전체 출자규모는 1천25억원, 결성규모는 1천650억원이었다. 이중 게임 분야에는 전체 출자규모의 약 12%에 달하는 120억원을 출자하고 이를 운용하는 민간투자사가 80억원을 추가로 출자해 총 200억원이 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수치만 봐서는 적지 않은 금액이 게임산업에 지원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소게임사 관계자들은 “돈줄이 말라붙었다”는 반응이다.
■ 모바일게임 시장 중소게임사 투자심리 위축이 원인
출자 금액만 놓고 보면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모태펀드 자금이 몇몇 게임사에 집중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원액이 아닌 지원건수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모태펀드는 정부가 직접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위탁받은 민간투자사가 정부를 대신해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정부는 보다 효율적으로 자금을 관리하고, 민간투자사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건실한 투자처를 찾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형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모바일게임 시장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황이 상대적으로 소규모 게임사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소규모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이 크게 부각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중소게임사 중에서도 그나마 규모가 있는 곳에 모태펀드가 지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태펀드 손실 가능성을 줄이려다보니 소규모 게임사들에겐 혜택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게임업계에선 문화계정과 영화계정 이외에 게임계정을 별도 개설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계정 관계 산업군이 워낙 많다보니 게임산업 쪽에 제대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 모태펀드 영화계정이 부러운 중소게임사 관계자들
모태펀드 활용 기준을 보다 명확히하고 소규모 게임사에 별도 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래야만 소규모 게임사들이 제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모태펀드 영화계정을 예로 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모태펀드 영화계정은 몇년 전부터 중저예산 영화펀드, 독립중저예산영화펀드, 일반한국영화 등으로 나눠 운용하고 있다.
제작비를 기준으로 중저예산 영화펀드와 독립중저예산영화펀드를 구분했다. 또 일반한국영화 펀드에도 ‘일반 한국영화에 결성액의 100% 이상을 투자하되, 순 제작비 4억원 이내인 독립영화, 신진 인력 제작 영화에 투자액의 7% 이상을 투자’라는 항목이 명시돼 있다. 소규모 영화, 영화사가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게임사에 대한 투자 검토라도 해주는 민간투자사가 세 군데에 불과하다. 사실상 중소게임사는 모태펀드 운용사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며, “정부에서 게임계정을 만들거나 최소한 소규모게임사를 위한 출자펀드를 만들어서 모태펀드 자금이 직접 중소게임사로 흘러들게 만들지 않으면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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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현재 운용 중인 모태펀드에 게임계정을 새롭게 열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모든 산업을 아울러서 자금이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다. 아울러 모태펀드 문화계정 내에서 게임산업에 대한 자금 할당 비중을 높이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0년까지 모태펀드 규모를 더욱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과연 규모가 날로 커지는 모태펀드가 중소게임사의 자금난에 단비를 뿌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