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의 인사이트]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다음 스텝으로 '초격차' 논할 때

대중소 반도체 기업의 미래 성장동력 만들 전략기지 육성책 고민해야

데스크 칼럼입력 :2019/02/18 17:28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다퉈 클러스터 유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최적지라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조성 프로젝트다. 막대한 투자로 1만여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유치전 가열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선결과제는 클러스터 조성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는 어딘가 하는 출발부터다.

정부는 앞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배경으로 후발국(중국)의 추격과 핵심 기술인력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어 적기에 대규모 투자와 차세대 기술선점을 지원해 추월 불가능한 초격차 전략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즉,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우리 기업이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는 전략 기지가 돼야 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전략 기지는 탄력적인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전에 강해야한다. 또 장비부터 부품, 소재 기업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여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어야한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인근인 용인은 최적지에 부합한다. 우수한 인재가 근무할 수 있는 서울 인접 지역이자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을 함께 구축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다수의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기업이 위치하고 있는 것도 이점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에 묶여 있는 이천보다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난제 해결에도 유리하다.

물론 아직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단지는 확정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용인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역으로 낙점된 것을 두고,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이견이 없는 만큼 이제는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한다고 본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기지로 초석을 다진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에 과거 정부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했지만,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인텔, 퀄컴 등)과 중국(하이실리콘, 미디어텍 등)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열위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과거의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대외적인 상황이 다르다. 중국이 정부 주도하에 메모리 반도체 굴기(제조2025)에 나선 가운데 중국의 메모리 시장진입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기업들이 점유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장기적인 위기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특화 클러스터 조성 부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기보다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우리 기업이 어떻게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인지 보다 근원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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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특화 클러스터 조성이 대기업이 직접 대규모 산업단지를 투자하고, 협력 기업들이 함께 상생협력에 나서는 것을 고려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 동시에 반도체 장비부품소재 기업들이 체질개선을 완성하는 기회가 돼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폭발적인 수요성장이 예상됨에 따라 중국의 추격이 기정사실인 탓이다. 반도체 클러스터 단지는 중국의 추격으로 야기되는 치킨게임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기지이자 핵심 인재를 육성하고 기업의 특허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적 요충지로 육성하자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드는 초석이 되는 시발점이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도 제2, 제3의 성공적인 특화 클러스터 조성이 계속해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접근방식도 보다 구체적이고 계획적으로 논의돼야한다. 지난달 세미콘코리아 참석을 위해 방한한 월든 C 라인스 멘토지멘스 비즈니스 명예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고점론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로 앞으로 30여년 간 지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보다 심혈을 기울일 이유로는 충분한 얘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