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를 즐기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치킨이란 단어를 연상한다. 최후의 생존자 1인이 되면 볼 수 있는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이란 유머러스한 문구 덕이다.
이 같은 문구는 색다른 마케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치킨을 내건 이벤트 대회 등이 진행되면서 배틀그라운드 이용자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기도 했다.
오전 일찍 출근을 했던터라 배가 고팠다. 치킨대신 치킨파니니를 주는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이벤트 매치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돌연 기억이 났다.
궁금했다. 모바일 배린(배틀그라운드 초보자)도 꿀템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공짜 치킨파니니를 먹을 수 있을지, 맛은 어떨지였다. 눈이 오는 날씨에 얼어버린 손가락으로 직접 랭킹 1위에 도전해봤다.
■홍대에 있는 게임 IT 테마 꿀템카페
꿀템카페는 홍대 상상마당 부근 신축 건물에 위치해 있다. 홍대역과 합정역을 기준으로 거리는 멀지 않았다.
15일 오전 10시쯤 꿀템카페에 다다르자 2층 계단 쪽 현수막이 먼저 눈에 띄었다. 현수막을 보자 어느새 가벼운 마음은 무거워졌다. 그래도 게임 밥을 오래 먹었는데 1위는 해야 한다는 묘한 긴장감도 생겼다.
꿀템카페는 2~3층 약 180평 규모였다. 2층은 카페 겸 행사 문화 공간, 3층은 게임 관련 굿즈 상품 판매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PC 8대가 있었다.
모바일 배틀그라운드 이벤트 매치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착순과 회차별 이벤츠 매치다. 다음 달 말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꿀템카페 현장에서 참여할 수 있다.
선착순 이벤트 매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다. 아케이드 모드로 진행되는 회차별 이벤트는 오후 5시 20분부터 약 1시간 간격으로 총 3회 진행된다.
이중 회차별 이벤트는 1회당 참가 신청을 마친 28명만 참여할 수 있다. 1위는 치킨파니니 세트에 랜덤박스 경품, 아티스트 콜라보 포스터가 제공된다. 랜덤박스 경품은 12만원 상당의 선글라스부터 카카오배틀그라운드 부슬 슬리퍼 등으로 구성됐다. 2위는 무료 음료 쿠폰과 아티스트 콜라보 포스터, 3위는 무료 음료 쿠폰가 제공된다.
■3월말까지 매주 금토 선착순 30명 각 1위, 치킨파니니 세트 공짜
일단 선착순 이벤트에 참여해보기로 했다. 시간 내에 1위만 하면 되니 부담이 덜했다. 단, 클래식 모드의 비켄디 맵으로 참여해야한다. 시점과 싱글 또는 파티 선택은 자율이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게임에 접속하기까지 많은 시간은 소요되지 않았다.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식든 말든 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첫 플레이. 싱글 모드에 3인칭이었다. 함께 전장에 진입한 인원수는 90명이 넘었다. 손이 아직 덜 풀린 것을 감안해 버티기 전략으로 풀어보기로 했다. 낙하 지점은 빌라(Villa) 부근.
빌라는 비켄디 맵 중앙에 있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이 많이 몰리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래도 건물만 잘 찾으면 된다는 생각에 창문이 많은 2층 건물로 들어가 파밍(무기 등 아이템 수집)을 서둘렀다.
초반 파밍 시간은 여유롭지 못했다. 파밍 직후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손이 떨려왔다. 1레벨 배낭, 2레벨 헬멧, 우지, 소량의 탄약을 급히 챙겨 사주경계를 했다. 시작하자마자 허무하게 끝내기는 싫었다.
플레이 시작 후 2~3분쯤 지났을 때 발자국 소리와 함께 총소리가 들렸다. 총소리 이후 사망자와 생존자가 갈렸지만, 남의 일이었다. 버티기 전략이니 먼저 나설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손과 몸이 떨리면서 심장이 털컥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발자국 소리가 건물 주변에 계속 들렸지만 침착하게 자기장 위치를 다시 확인했다. 다행히 빌라를 중심으로 자기장이 형성돼 있었다. 일단 우지만으로 버텨보기로 했다.
그때 창문 사이로 첫 먹잇감이 포착됐다. 전투는 피할 수 없었다. 단숨에 1킬. 사망자가 들고 있었던 2레벨 배낭, AK 소총, 탄약, 에너지드링크 등을 얻었다.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외로운 싸움
2킬까지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발자국과 총소리가 점점 더 잦아졌다. 빌라 지역 부근으로 이용자들이 몰리는 상황이었다. 빌라를 중심으로 자기장도 줄어들고 있었다. 긴장은 극에 달했다.
어쩔 수 없이 기존 2층 건물에서 벗어나 옆 건물로 몸을 숨겼다.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은 신의 한 수였다.
자리를 옮긴 1층 건물은 구조상 퇴각이 어려웠다. 문은 하나에 창문은 4~5개였다. 반대로 생각하면 문과 창문만 잘 지켜보면 허무하게 끝날 확률을 낮출 수 있는 좋은 구조였다.
총소리와 발자국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총구는 문 입구에 향해 있었고, 짧은 시간 5킬을 했다. 문 앞에 놓여있었던 사망자의 아이템 박스가 우연한 유인책이 됐다.
물론 위기는 있었다. 회사에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두 번이나. 플레이 도중이었고, 손이 풀렸던 터라 과감히 그냥 끊었다. 이벤트 매치에 참여하려면 비행기 모드 전환은 필수란 것을 이때 알았다.
어느덧 생존자는 10명, 8명, 4명으로 줄었다. 자기장 밖에서 사망하는 이용자들이 속출한 영향이었다. 기자를 제외한 마지막 1명. 자기장 때문에 자리를 옮겨야하는 일촉즉발에 상황에서 풀파밍을 한 마지막 생존자와 문 앞에서 마주쳤다.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실력과 운으로 받은 치킨파니니세트
'Wi**** 이겼닭! 오늘 저녁은 치킨이닭!'
기다렸던 문구가 눈앞에 떴다. 플레이 시간은 약 15분, 총 8킬로 개인 랭킹 1위였다. 첫 플레이였지만 1위를 했다. 보상으로 게임 포인트 664를 획득했고, 치킨 마스터와 돌격의신 인식표는 덤이었다.
치킨파니니 세트를 공짜로 얻기 위해선 2층 경품 데스크에 1위 플레이 화면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면 교환 쿠폰을 받을 수 있다. 배가 고팠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냥 맛이 궁금해 쿠폰을 사용했다.
직접 먹어본 꿀템카페의 치킨파니니는 살짝 매콤하면서 달콤한 양념이 된 치킨에 양파와 마요네즈 등을 첨부한 웰메이드 간식 겸 식사대용이었다. 여기에 치킨에 빠질 수 없는 탄산음료까지.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치킨과 양념, 따뜻하면서 바삭한 빵의 맛이 잘 어우러졌다. 남녀 커플이 함께 먹어도 될 만큼 양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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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이날 오후 5시 20분부터 시작되는 회사별 이벤트 매치 경품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시간 때문에 참여는 어려웠다. 다시 1위를 못할 것이란 자신감 부족은 아니었다. 주말이 아닌 게 아쉬울 뿐이었다. 일을 해야했다.
토요일에 다시 꿀템카페를 찾아야할지 고민이다. 눈으로 직접 확인했던 선글라스와 배틀그라운드 슬리퍼가 탐이 난다. 꿀템카페표 치킨파니니 맛도 다시 생각이 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