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6 '몰려드는 폭풍', 전략 폭 넓히고 깊이 더했다

환경을 극복할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디지털경제입력 :2019/02/15 11:42

시드마이어의 문명(이하 문명) 시리즈는 턴제 전략 게임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게임이다. 다양한 문화의 특성을 게임 콘텐츠로 구현하고, 단순히 군사력으로 다른 문명을 찍어누르는 것이 아닌 외교력이나 문화 발전으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개념을 도입해 이용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문명 시리즈의 인지도는 제법 높은 편이다. 2010년 출시된 문명5가 큰 성공을 거둔 덕이다. 때문에 2016년에 문명6가 출시된다는 소식을 많은 이용자가 반기기도 했다.

허나 문명6는 문명5만큼의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문명 시리즈는 신작이 나올 때마다 전작과 크게 달라지는 게임성향을 보였고, 시스템과 콘텐츠도 확장팩을 통해 꾸준히 개선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탓에 문명6를 처음 접한 이들은 문명5보다 어딘가 부족한 느낌을 받게 됐다.

문명6 확장팩 '몰려드는 폭풍' 메인 이미지

문명6의 두 번째 확장팩 ‘몰려드는 폭풍’은 문명6의 단점을 대거 보완한 작품이다. 첫 번째 확장팩인 ‘흥망성쇠’가 원작의 단점을 크게 보완하지 못 했고, 특히 원작의 가장 큰 문제로 꼽혔던 외교 AI가 개선되지 않아 게임의 주요 시스템인 외교 시스템이 이렇다 할 재미를 못 준 것이 문제였다.

‘몰려드는 폭풍’은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 만족할만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게임 내 운영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다양하게 추가되어 문명 시리즈의 핵심 요소인 ‘어느 방향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매 시대마다 하게 만든다.

이번 확장팩을 통해 문명6에 추가된 문명은 헝가리, 스웨덴, 프랑스/영국, 캐나다, 마오리, 잉카, 오스만, 말리, 페니키아 등 총 8개다. 여기에 유닛, 특수건물과 특수시설 등 각 문명마다 다양한 건설요소가 더해져 새로운 문명을 택해 게임을 진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됐다.

문명6 환경요소 중 하나인 화산

추가된 요소 중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환경이 문명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시스템이었다. 게임을 개발한 파이락시스의 개발진은 ‘실제 문명이 화산이나 강 주변에서 위험을 안고 발전한 것에서 영감을 얻었다’라 말한 적이 있는데, ‘몰려드는 폭풍’에는 이런 요소가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화산폭발, 폭풍, 홍수, 가뭄 등의 자연재해가 게임 진행 중 무작위로 발생한다. 건물이 쓰러지고,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커다란 피해를 입게 되며, 이용자는 이를 막기 위해 자연스럽게 대응책을 마련하게 된다. 주요 건물을 범람원에서 멀리 이동하거나, 건설기술을 빨리 발전시켜 댐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재해가 마냥 큰 피해만 주는 것은 아니다.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땅이 비옥해져서 농작물 수확량이 늘어나고, 홍수는 피해지역을 복구하면 산출량이 늘어난다. 화산폭발 역시 근처의 모든 시설을 파괴하고 특수 유닛을 도망가게 만들지만 피해 지역이 비옥해지며, 화산 지역은 처음부터 산출량이 높게 책정되어 있어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형태로 초반부터 빠르게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문명6 '몰려드는 폭풍' 스크린샷

문명이 발전해 전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이때부터 지구온난화 요소가 힘을 발한다. 전력을 많이 쓰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고, 해수면이 상승해 땅이 조금씩 좁아진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상술한 자연재해가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는 문명 시리즈의 고질적 단점인 ‘현대문명’ 진입 후 게임 템포가 늘어지는 특징을 보완한다. 친환경 산업을 육성해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차근차근 발전을 노리거나,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건물로 빠르게 발전할 수 있다. 두 선택지 사이에 발전 속도와 생산 효율 차이가 극심하며, 나홀로 친환경 정책을 펴다가는 발전이 느려져 다른 문명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 하는 일도 벌어진다.

전략자원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문명6의 전략자원은 맵에 분포된 숫자가 적은만큼 한번 찾아내면 부족할 일이 거의 없었지만 ‘몰려드는 폭풍’부터는 이런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다. 전략자원의 대표적인 경우인 석유의 경우는 석유가 부족해서 문명간 대립이 벌어지기도 한다.

댐과 운하를 건설해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

전략자원을 소모하는 건물과 유닛이 누적된 전략자원을 한 번에 소모하고, 생산 이후에도 꾸준히 이를 유지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전략자원을 관리하는 것이 한층 까다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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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4 이후 처음으로 부활한 외교 승리 시스템과 현대를 넘어 근미래 시대까지 아우른다는 점도 게임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미래시대에 돌입하면 파시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의 이데올로기 대신 자유주의, 디지털 민주주의, 인공기술 관료제 등 새로운 개념이 나타난다.

‘몰려드는 폭풍’은 전반적으로 게임에 커다란 변수를 두고, 이 변수를 어떻게 제어하냐에 따라 각기 완전히 다른 성과를 거머쥐게 되는 형태로 개발됐다. 게임이 뻔하게 흘러간다는 평을 받았던 원작의 아쉬움을 크게 개선한 셈이다. 현대 이후 시대의 새로운 요소를 포함해 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는 점도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