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권상희 기자] IBM의 토론 전문 인공지능(AI) 컴퓨터 '프로젝트 디베이터(Project Debator)'가 인간과의 토론 대결에서 패배했지만 잠재력은 인정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IBM은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예바 부에나 아트 센터에서 프로젝트 디베이터와 인간 챔피언과의 토론 모습을 시연했다. 이번 행사는 IBM 연례 기술 컨퍼런스인 '씽크(Think) 2019'를 앞두고 공개됐다.
IBM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신문과 잡지의 문장 100억개를 기반으로 지식을 쌓았다. 프로젝트 디베이터 개발은 2011년 IBM 왓슨 컴퓨터가 '제퍼디(Jeopardy)' 퀴즈 게임에서 두 명의 인간 경쟁자를 물리친 이후 시작됐다.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이후 계속 발전해 지난해 6월에는 두 명의 인간과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 프로젝트 디베이터와 대결한 상대는 2016년 세계 토론 챔피언십 결승 진출자이자 2012년 유럽 토론 챔피언인 해리시 나타라얀으로 정해졌다.
이날 토론 주제는 '정부의 유치원 보조금 지급'에 대한 찬반 논의였다.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보조금 지급에 찬성하는 입장, 나타라얀은 반대하는 입장을 맡았다.
토론 주제는 사전에 공개되지 않았으며, 각 참가자들에게는 단 15분 동안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다.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인터넷 등에 연결되지 않은 상태였다.
토론은 각각 4분간의 공개발언을 시작으로 4분간의 반론과 2분간의 마무리 발언 순서로 이어졌다.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먼저 "자신은 인간과의 토론 대결 기록을 통해 많이 배웠지만 인간은 기계와의 대결이 처음일 것"이라며 "미래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해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보고서를 인용하며 유치원 보조금 지급이 가난한 아이들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교육 수준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범죄율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타라얀은 유치원 보조금과 같은 정책은 중산층을 위한 정치적 지원금의 성격을 띄고 있기에 이를 더욱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해도 정작 교육이 필요한 빈곤층 가정 자녀들이 혜택을 볼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날 IBM은 행사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토론 전과 후에 각각 어느 쪽을 지지하게 됐는지를 투표로 조사했다. 토론 전에는 유치원 보조금 지급에 찬성한다는 입장이 79%였지만, 토론 후 62%로 17% 감소했다.
반면 보조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은 토론 전 13%였다가 토론 후 30%로 17% 증가했다. 승부는 투표 결과에 따라 유치원 보조금 지급 반대 입장의 승리로 끝났다.
한편, 프로젝트 디베이터는 인간과의 토론 대결에서는 패배했지만 잠재력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느 쪽이 더 참가자의 지식을 풍부하게 만들었냐는 질문에는 50% 이상이 AI를 선택했다. 인간을 선택한 비율은 20%였다.
대결에 참가한 토론자인 나타라얀 역시 IBM의 AI 기술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AI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의 양과 기술이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M은 AI가 사람을 이기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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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은 진행자인 존 도노반 역시 "중요한 것은 인간과 AI의 승부가 아니다"라며 "기술은 인간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IBM은 향후 토론 뿐만 아니라 금융업, 법조계, 서비스업, 교육계 등 더 많은 분야에서 프로젝트 디베이트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