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연구를 활성화할 모임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함께 한 교수들이 모였다. 암호를 활성화, 재건코자 한국암호포럼을 만들었다. 사이버보안이 중요해지는데, 보안의 최후 보루는 암호 아닐까. 세계 흐름에 처지지 않는 암호기술로 국가 사이버보안 업무를 돕고 싶다."
류재철 한국암호포럼 의장이 최근 인터뷰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8년 1월부터 포럼의 4대 의장을 맡고 있다. 포럼은 국내에 시들해진 암호연구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한국정보보호학회 분과 성격으로 2011년 발족했다. 현재 100여명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
류 의장은 포럼 출범 취지와 그간의 활동 성과를 소개했다. 암호교육프로그램, 대중적인 공모전 운영 등 올해 잡힌 주요 사업 계획과 국가정보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유관기관과의 협력 방향, 정보보호 산업계 화두와 포럼의 역할을 밝혔다.
그는 충남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정보보호학회 이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자문위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비상임이사직을 맡고 있다. 과거엔 인터넷침해대응기술연구센터장,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분석 전문위원, 한국침해사고대응팀협의회장, KISA 비상임이사를 맡았다.
그와의 인터뷰를 아래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한국암호포럼을 설립배경과 함께 소개해 달라
"포럼은 2011년 6월 창립됐다. 과거 정보보호의 시작은 암호였다. 암호가 항상 중요했다. 우리나라에서 정보보호가 암호장비로 시작됐는데, 인터넷과 사이버보안이 중요해지면서 암호 (자체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암호를 홀대하고 투자가 사이버보안 쪽으로 몰렸다.
과거 KISA에 암호팀이 있었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가보안기술연구소에도 암호팀이 있었다. 그런데 2009년 KISA 암호팀이 해체됐다. 이유가 명확했다. 사이버보안 업무 대비 (암호기술) 역할이 크게 못미친다고 여겨져서다. 암호 R&D관련 여러 투자도 수그러들었다.
투자가 줄어드니 교수들도 암호를 연구하지 않게 됐다.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암호관련 세계 학술대회에서 한국 연구자들의 논문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국정보보호)학회 사람들이, 이거 이러면 안 된다, 보안에서 암호가 중요한데, 생각했다.
정보보호학회에서 암호를 활성화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는 뜻을 함께 한 교수들이 뭉쳤다. 고려대 이동훈 교수를 초대 의장으로 모시고 그를 중심으로 암호의 활성화, 암호의 재건을 하자고 한국암호포럼을 만들었다.
이니텍, 이니시스, 소프트포럼, 드림시큐리티 … 이런 암호기술 다루는 산업계와 ETRI 국보연, KISA 암호팀 해체 후 남았던 암호관련 담당자, 다 모였다. 초대 의장과 여러 사람들이 잘 해 주셔서 학회 주요 조직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 활동 인원은 100명 정도다."
- 최근까지의 포럼 운영 성과가 궁금하다
"(포럼 운영 성과가) 나름대로 가시화되고 있다. KISA에서 암호 중요성을 인식하고 없어졌던 2017년 암호팀이 재건된 게 단적인 사례다. 암호 기술에 관심이 커졌고 예산과 인력도 늘었다. 암호를 키워보겠다던 포럼의 출범 취지를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할 수 있다.
100명 정도인 활동 멤버 전부가 교수는 아니고, 산·학·연·관 조직 소속으로 활동하는 이들이 섞여 있다. 포럼 차원에서 운영하는 사업이 몇 가지 있다. 올해 2월 일반인 대상 유료 암호교육프로그램을 5일 과정으로 운영한다. 5월 워크샵을 열어 최신 암호기술 동향을 소개한다.
이 때부터 포럼 연중 주력사업이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좋은 논문, 아이디어, 문제풀이 함께 하는 암호공모전 열어 가을께 시상도 한다. 공모전에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다. 국보연 지원을 받는다. KISA 재원을 통해 대학생 암호동아리 지원사업도 한다.
가을에는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는 11월쯤에 열어 차기 의장을 가리고, 여러 의사결정을 한다. 포럼 의장 임기는 2년이다. 나는 4대째다. 올해 말까지다. 역대 의장은 이동훈 교수, 이임영 교수, 송정환 교수, 그리고 저 이렇게 해 왔다.
총회 때 암호공모전 시상식도 한다. 해외 석학을 국내로 모셔서 최신기술을 얘기하는 자리도 된다. 다양한 국내 기관에서도 암호관련 업무 하는 담당자들이 참석한다. 담당자들과 우리가 1년 몇 차례 회의를 하며 친분을 쌓고, 함께 R&D사업 제안할 수도 있게 됐다.
학술교류 영역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암호의 뿌리는 수학이잖나. '대한수학회'에도 암호(연구) 하시는 분들이 있다. 타 분야 연구자들과 교류하며 영향력 확대되고, 논문수도 증가하고, 많은 게 좋아졌다."
- 올해 임기 중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나
"그간 목표는 암호를 주제로 한 토론의 장을 만들고, 여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많이 모이게 하는 거였다.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게 여겼다. 상대적으로, 이전까지는 포럼 운영에 내실을 기하려고 대외 홍보에 적극 나서거나 언론에 취재를 요청하진 않았다.
올해는 포럼을 더 대중화하려고 한다. 공모전 운영 프로그램에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추가하려고 한다. 논문, 아이디어, 문제풀이 중심이었는데, 암호강의 영상같은 것을 제출할 수 있게. 올해 5월 암호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공모전 통해 만드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거다.
그리고 포럼 대중화를 위해 올해 홈페이지를 개편 구축할 계획이다. 개편하려면 좋은 콘텐츠가 함께 담겨야 한다. 한국암호포럼 공모전으로 모인 영상 콘텐츠를 대중들이 쉽게 암호를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지만, 이걸 홈페이지에 올릴 콘텐츠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 올해 보안 학계와 산업계 화두는 뭘까
"사이버보안 업무를 북한을 떠나 러시아와 중국까지 생각하며 해야하는 게 아닐까. 화웨이 통신장비같은 데서 보안문제 불거지면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게 뭐냐, 어떤 대책을 취해야 하느냐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화웨이뿐아니라 세계 주요 통신장비에 여러 위험이 있다고 본다.
이 문제엔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장비를 통하는 우리의 데이터를 지키려면, 암호화밖에 없지 않을까. 장비에 태우기 전 데이터를 암호화해, 백도어가 낚아채도 지킬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신뢰할수없는 여러가지 장비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암호기술이 적합하고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여기에 암호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다시 한 번 고민하는 한 해가 되지않을까 그런 생각이다."
- 그에 대한 포럼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포럼의 역할 면에서 보면, 국내 IT관련 표준화를 주도하는 기관으로 TTA가 있다. 포럼이 TTA와 함께 표준화 활동을 한다. 국내에 몇 개 암호알고리즘 표준이 있고, 국제표준이 있다.
이런 논의에 더해 RSA같은 암호가 쉽게 깨질 거라는 양자컴퓨터 시대에 대비한 암호알고리즘의 표준 문제도 같이 논한다. 미국 NIST에서 암호알고리즘 공모전 진행 중이다. 국내서도 5건이 출품됐다.
기술 표준화, 암호알고리즘 표준화 방향 관련 정보공유와 참여는 산업계에 도움을 주면서, 암호분야 관심갖고 이 연구에 종사하는 교수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있다.
여러 암호관련 제도 신규제안이나, 기존 제도 문제 개선 논의하는 채널을 만들어 가는 것도 있다. CC보안인증평가라든지, KISA와 국보연에서 진행하는 암호모듈 인증평가(KCMVP)라든지 이런 제도 (인증 절차, 항목 개선 등)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좋을지 상의하기도 한다."
- 보안 산·학·연·관 종사자들에게 더 할 말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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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했듯이 양자컴퓨터 시대에 새로운 암호 알고리즘이 필요하고, 급변하는 세계 정세에 사이버보안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암호가 역시보안의 최후 보루 아닐까. 지금까지 그랬지만 이제 더 암호분야에 R&D라든가 지원, 여러 관심을 더 모아 이 활동을 격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도 한국정보보호학회뿐아니라 타 학회와 함께, 세계에 뒤떨어지지 않는 암호기술로 국가사이버보안업무에 도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포럼조직을 강화하고 국가에서 필요할때 언제든 세계적인 기술로 지원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고 한다.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