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완 인텔 임시CEO, 정식 CEO로 취임

이사회 "임시 CEO로서 보여준 성과 높이 샀다"

디지털경제입력 :2019/02/01 08:12    수정: 2019/02/01 08:16

인텔 새 CEO에 그동안 임시 CEO를 맡고 있던 로버트 스완이 정식 취임했다.

전임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치가 지난 해 6월 '사내연애 금지' 규정을 어긴 것이 드러나며 사임한 이후 7개월 만이다.

그동안 인텔 이사회는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를 모두 시야에 넣고 인선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하마평에 올랐던 인사를 제치고 CFO 출신 로버트 스완이 낙점됐다.

인텔 이사회가 임시 CEO이던 로버트 스완을 정식 CEO로 임명했다. (사진=인텔)

지난 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프로세서 수급난 등 난제 속에서 거둔 성과를 높이 샀다는 것이 인텔 이사회의 설명이다.

■ 브라이언 크르자니치의 불명예 퇴진

전임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치는 1982년 새너제이 주립대학교 졸업 이후 인텔에 입사, 2012년 1월 COO 자리에 올랐다. 2012년 11월 당시 CEO였던 폴 오텔리니가 사임 의사를 밝힌 후 7개월 만인 2013년 5월 인텔 CEO를 맡았다.

지난 해 6월 불명예 퇴진한 인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전임 CEO. (사진=인텔)

그러나 그는 재임 5년 1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과거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CEO가 부하 직원과 '상호합의 관계'를 가졌던 사실을 인지했고, 내·외부 기관을 통한 조사 결과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 당시 인텔의 설명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치는 재임 기간동안 PC 중심 회사이던 인텔을 데이터 중심 기업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재임 중이던 2016년 대규모 구조조정이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다.

■ "내부·외부 인사 가리지 않겠다"던 인텔 이사회

인텔 이사회는 브라이언 크르자니치 사임 직후 당시 CFO(최고재무책임자)였던 로버트 스완을 임시 CEO로 임명하고 후임자 인선에 나섰다. 당시 인텔은 다음 CEO 영입 대상으로 사내·사외 인물을 가리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인텔을 떠난 다이앤 브라이언트가 한 때 CEO 후보자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인텔)

이에 따라 인텔 내·외의 다양한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꼽혔던 유력 후보자는 인텔 수석 기술 책임자 머시 렌두친탈라, 산제이 자 전 글로벌파운드리 CEO, 인텔 데이터센터 그룹을 이끌었던 다이앤 브라이언트 등이다. 이들은 대부분 전·현직 인텔 임직원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 비 엔지니어 출신 인텔 CEO, 전통을 깨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지난 1월 15일자 보도를 통해 "산제이 자 전 글로벌파운드리 CEO, 르네 제임스 전 인텔 사장, 아난드 찬드라세커 퀄컴 수석부사장 등 유력 후보로 꼽혔던 인사들도 더 이상 CEO 후보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또 인텔 이사회 앤디 브라이언트 회장 역시 최근 '전통과는 다른' 후보자가 새 CEO가 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발언이 '인텔 외부 인사 영입'을 의미한다고 여겼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엔지니어가 아닌 CFO 출신 인사, 로버트 스완이 CEO로 취임한 것이다.

■ 인텔 이사회 "지난해 보여준 성과 높이 샀다"

올 초까지만 해도 로버트 스완이 CEO로 취임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로버트 스완은 임시 CEO 당시에도 줄곧 "자신은 임시 CEO이며 다른 사람이 CEO가 될 것"이라는 취지를 줄곧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인텔 앤디 브라이언트 의장은 로버트 스완의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사진=인텔)

실제로 로버트 스완은 지난 해 말 뉴스 코퍼레이션 계열 주간지인 배런스와 인터뷰에서 '인텔이 여전히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자신은 후보자 명단에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 그를 인텔 이사회가 CEO로 낙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텔 이사회 앤디 브라이언트 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텔이 진화의 중요한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여러 후보자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로버트 스완은 임시 CEO로서 지난 7개월간 뛰어난 역량을 보였고 지난 해 좋은 결과를 거뒀다. 로버트 스완의 업무 수행 능력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 고객사와 주주, 동료들에게 얻은 존중 등을 고려한 결과 인텔을 이끌 적합한 임원이 그라고 판단했다."

■ AMD의 부상, 프로세서 수급난 등 난제 '산적'

그러나 정식 CEO로 취임한 로버트 스완 앞에는 여러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바로 지난 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프로세서 수급 문제다. 최근 로버트 스완은 실적 발표에서 "수급 문제가 적어도 7월은 되어야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을 이끌 로버트 스완 앞에 여러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진=인텔)

또 올 하반기 출시 이후 적어도 2021년까지 생산될 10nm 프로세서는 물론 7nm 공정에 대한 투자도 그의 손에 달려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8일 인텔이 이스라엘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팹) 건설을 위해 400억 셰켈(약 12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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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AMD는 최근 5년 내 가장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며 '인텔의 경쟁자'를 자처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시스코와 HPe, 텐센트가 에픽 프로세서 탑재 서버를 내놨고 AMD는 대만 TSMC를 통해 생산한 서버용 7nm 에픽(EPYC) 프로세서를 올 1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현재 인텔은 AMD, 퀄컴 등 여러 경쟁자와 직면해 있으며 새 CEO는 프로세서 수급 문제와 10nm 공정 이행 지연 등 여러 문제가 인텔 시장 점유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확신을 투자자에게 주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