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연 2% 수준이다. 만기가 2~3년인 예금은 금리가 조금 높지만 2%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월급쟁이는 고민한다.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연 5~8%의 수익, 혹은 그 이상을 주겠다는 P2P대출에 투자한다. 그리고 말한다. '망했다고.'
그저 조금이나마 높은 수익을 얻겠다며 P2P대출업체에 투자한다면 만류하고 싶다. P2P대출은 보통사람에겐 어려우며 별로인 투자처이기 때문이다.
일단 P2P대출업체 상품은 시중은행보다 위험성이 크다. 카드사와 보험사, 캐피탈사보다도 높다. 이유는 P2P대출에서 대출을 받는 이들은 시중은행의 대출 집행이 거절된 자로 상환 능력이 담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은행이 위험성을 이유로 대출을 실행하지 않은 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P2P대출회사들은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중금리 대출' '카드와 캐피탈 사보다 금리가 낮아 대출자들이 연간 이자가 낮아졌다'고 홍보한다. 근데 이는 마케팅일 뿐이다. 이자가 낮아졌다는 것이 곧 대출자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높아졌다거나 소득이 늘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정은 더 악화됐을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연체율의 함정이다. 올해 1월 시행된 금융위원회의 개정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대출업체들은 총 대출잔액을 장·단기 총연체잔액으로 나눠 연체율을 공시해야 한다. 이렇게 나온 것이 렌딧 4.65%·8퍼센트 8.27%다. 아직 테라펀딩과 피플펀드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연체율을 공지하지 않은 상태다. 12월 기준으로 테라펀딩 연체율은 4.71%, 피플펀드는 8.90%다.
그러면 이 연체율이 전적으로 맞는 것일까. 금융위 산식대로라면 맞다. 다만 이 연체율에는 상환이 미뤄지거나 중단된 손실 채권이 얼만큼인지 오롯이 담아내진 못한다. P2P대출업체는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고 금리에 맞춰 돈을 갚은 것으로 중개수수료 등을 제하고 투자자에게 돌려준다. 만약 대출자들이 상환을 못하면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돈은 지연된다. 일정 시기가 되면 P2P대출업체는 이 채권을 또다른 대부업체에 판매한다. 이 과정을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매각이라고 부른다.
렌딧의 공시를 보자. 렌딧은 작년 12월 14일 한국에셋채권대부주식회사에 2억7천만여원의 채권을 매각했다. 매각채권잔액은 9억6천만원이다. 이 얘기는 즉, 9억6천만원 이상이 되는 채권이 예정대로 상환되지 않았고 9억6천만원의 잔존가치가 있는 부실채권을 2억7천만원에 팔았단 의미다. 결국 100% 원금 상환이 안된 것은 아니고 조금이나마 건졌으니 연체율이 포함되지 않은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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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누적 대출액이 업계 순위를 결정짓는 것에 속아선 안된다. 테라펀딩은 부동산 담보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서 누적대출액이 5천억원을 돌파해 업계 1위라며 마케팅하고 있다. 대출잔액이 많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투자 상품이 많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 리스크를 관리해야하고 헷지해야 하는 대출액이 많다는 것이다. 헷지는 복잡한 금융공학이 동반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이를 위한 전문인력을 P2P대출이 보유하진 못한 실정이다.
물론 금융위의 가이드라인 개정안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법제화가 마련 중에 있다. 법 위에서 움직인다면 P2P대출은 시일이 흘러 또다른 수익처가 될 수 있다. 증권사의 파생상품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모든 P2P대출은 자신이 투자한 원금을 절대 보장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