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베타 서비스까지 잠정 중단하면서 극적으로 성사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서 의아한 첫 합의 결과가 나왔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하는 택시-카풀 업계-국토교통부-국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자가용이 아닌 택시로 공유경제’를 이루겠다는 데 합의한 것이다.
택시로 공유경제를 실현한다니 도대체 무슨 뜻일까. 카풀은 자가용으로 하는 건데, 택시가 카풀을 하겠다면 플랫폼 사업자가 택시 합승을 중개하겠다는 의미일까.
다음 논의에서라도 자가용을 이용한 카풀에 대한 이야기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까. 현 시점에서 볼 때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택시업계가 전체 교통 시장 파이는 그대로인 상황에서 운송 사업자를 새로 양산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또 다시 극구 반대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나를 줬으니 하나를 양보하는 분위기가 아니란 뜻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첫 번째 합의만 갖고 새로 사업 방향을 설계하거나, 개발에 들어가진 못한다는 입장이다. 기술 회사로서 택시 측에 먼저 어떤 서비스를 제안한다기 보단, 업계와 정부 입장을 먼저 들어보고 이를 토대로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 동안 완패를 거듭하다 보니 전의를 잃은 분위기다.
분명한 것은 카카오가 카풀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차량 보유자가 아닌, 27만 택시운전자를 서비스 대상으로 택하게 된 상황이다. 여기에서 사용자 경험과 요구는 배제됐다.
이번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첫 합의만으로 택시를 이용한 공유경제 또는 카풀 플랫폼을 명확히 떠올리기란 쉽지 않다. 전현희 위원장도 “우리나라는 영토가 좁고 사실상 대중교통 수단이 완비돼 있는데다 택시도 많아서 비교 할 수 있는 나라가 사실상 별로 없다"면서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실무진 협의에서는 택시 합승을 할지, 요금을 자유롭게 할지까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그런데 만약 논의 결과, '카풀 택시'가 곧 '택시 합승의 모바일 중개 서비스'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먼저 정부와 국회는 지난 1982년부터 불허하던 합승을 가능토록 법을 바꿔야 한다. 모든 승용차 택시에 카풀(합승)을 적용할지, 출퇴근 시간 외에도 카풀(합승)을 상시 가능토록 할지 등도 정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 택시업계와 카풀 사업자 모두를 만족하는 타협점을 찾으려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고, 참된 공유경제는 사라지는 꼴이다.
카카오가 한 발 물러난 상태에서 결성된 사회적 대타협 기구의 현 판세는 현저히 택시 쪽으로 기울었다. 카풀 때문에 빚어진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논의 자리인데,진정한 의미의 카풀은 전혀 언급되지 못했다. 대타협 기구 회의에선 택시 발전 방향에 대해서만 논의하느라 아직 진짜 카풀의 ‘카’자 조차 나오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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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합의안 기사를 본 누리꾼들은 “카풀 택시가 무슨 뜻이란 말인가”, “합승이 맞다면 국민들이 원하는 게 택시 합승은 아니었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풀 문제 해결하자고 발족한 기구인데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궁금증만 남긴 대타협 기구의 세 번째 회의는 2월 11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이제라도 택시 업계가 희망하는 가짜 공유경제가 아닌, 모빌리티의 발전과 사용자 편의를 우선시 한 진짜 공유경제 방안이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