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설치 연말정산의 쾌적함

노플러그인 공공사이트, 2020년 전체 전자정부로 확산 기대

기자수첩입력 :2019/01/21 16:53    수정: 2019/01/21 20:24

경영지원팀에서 2018년 연말정산 안내 공지를 보내왔다. 월말까지 소득공제신고서와 증빙서류를 제출하란 내용이다. 소득공제신고서를 작성하려면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에 들어가야 한다. 홈페이지의 '연말정산간소화(공제자료조회/발급)'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주말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과정은 이랬다. 파이어폭스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로그인 화면에서 브라우저 인증서 메뉴를 선택했다. USB 메모리에 담긴 공인인증서를 불러내고 가상키보드로 패스워드를 입력해 로그인했다. 공제자료를 조회하고, 출력했다.

로그인, 자료열람, 출력 과정 중 아무런 부가 프로그램 설치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마침내 '프로그램 무설치' 환경으로 구현된 홈택스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었다. 정부의 공공사이트 액티브X·플러그인 제거 정책에 이제야 겨우 시동이 걸린 모양새다.

플러그인 설치는 성가시다. 여러 프로그램을 내려받으면서 잠재적인 보안위협, 사용 중인 프로그램과의 충돌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이용 후 계속 시스템 자원을 잡아먹지 않게, 일일이 찾아 지워야 한다. 오류 발생시 대처법은 심호흡과 명상으로 분노조절을 단련하는 것뿐이다.

또 플러그인은 플랫폼 종속적이고, 모바일 시대에 대응할 수 없고, PC 환경에서도 수명을 다 한 기술이다. 액티브X는 윈도 운영체제(OS) 전용인 인터넷익스플로러(IE)만 지원한다. 리눅스와 맥OS에서 돌아가는 크롬과 파이어폭스에선 NPAPI라는 플러그인 기능 지원이 중단됐다.

특히 연말정산간소화는 성가신 액티브X·플러그인 설치를 요구하는 대표 공공사이트로 악명 높았다. 접속시 각종 보안프로그램을, 로그인을 위해 공인인증서 프로그램을, 증빙서류 조회시 문서열람과 캡처방지 프로그램을, 서류 출력시 증명서 위변조방지 프로그램을 깔아야 했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노 플러그인(No-plugin)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외쳤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불과 1년 전, 연말정산에서 "액티브X를 제거했다"면서 실행파일(EXE) 설치 방식의 플러그인 서비스를 내놔 빈축을 샀다. [관련기사 ☞액티브X 없는 연말정산, 실제론 무늬만 퇴출]

달라진 연말정산간소화는 모든 원천징수대상자들이 연례행사로 들르는 서비스란 점에서, 정부 노 플러그인 정책의 첫 단추를 상징한다. 정부는 프로그램 무설치로 이용 가능한 공공사이트를 상반기 22곳 더 선보일 셈이다. [관련기사 ☞새해 연말정산, 플러그인 안 깔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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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상반기 공공사이트 22곳의 플러그인 제거 사업을 순탄하게 완수했으면 좋겠다. 이어 공언한 목표대로 내년까지 모든 대국민 공공사이트를 프로그램 무설치 방식으로 제공한다면, UN 전자정부 평가지수 순위따위 들먹이지 않아도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서비스 로그인 수단으로 공인인증서만 쓸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이미 유효한 공인인증서를 소지하고 있다면 무설치의 쾌적함을 누릴 수 있지만, 발급·갱신 과정엔 여전히 플러그인이 깔리는 상황이다. 다른 로그인 수단을 추가해 진정한 무설치 서비스를 선보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