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쓰는 문화 어색한 韓..."클라우드 인식 변혁부터"

[인터뷰] 양유길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컴퓨팅입력 :2019/01/09 08:44    수정: 2019/01/09 09:57

"한국 사람들의 특성 중 하나가, 남의 것을 빌려쓰는 데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에요. 클라우드도 일례가 될 수 있죠. 우리나라는 아직 활용 사례가 부족해요. 빌려쓰는 것에 대한 세간의 불안감을 떨쳐줘야겠죠."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의 지향점에 대해 양유길 신임 상근부회장이 내놓은 답변이다.

양유길 부회장은 지난 2일 취임했다. 20여년 가까이 소프트웨어(SW) 업계에 종사한 SW 업계 산 증인이다. 연구소, 지역 IT 진흥원 원장과 연구위원 등을 역임했다. 클라우드와 멀지 않은 분야다. 새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질감이 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게 취임 6일차의 소감이다.

양 부회장은 "지난 2012년쯤부터 클라우드가 정부 정책 차원에서 집중 받기 시작하고, 법제도 마련됐지만 아직 한국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정착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CEO 대상 아카데미 등 클라우드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양유길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서비스 수준을 보증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품질 인증 제도도 그 중 하나다. 서비스의 품질과 정보보호 수준, 서비스 기반 등 세부 평가지표 85개를 심사한다. 기준을 통과하면 유효 기간 2년의 인증서를 발급한다. 컨설팅, 인증 비용 부담이 없고, 글로벌 표준화 동향에 부합하게 짰다는 설명이다. 클라우드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업체 간 품질 경쟁 유도, 궁극적으로는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도다.

정부 부처와 기업 간 교류를 통해 국내 클라우드 적용 분야를 넓힌 사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소개했다. 양 부회장은 "정부는 전 분야에 클라우드를 접목해 혁신을 이끄는 '올 앳 클라우드'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의료, 교육, 농업 등과 클라우드를 연결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부처 간 협업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봤다.

접목 분야에 제약이 없는 만큼 협회 업무의 한계도 없는 셈이다. 양 부회장은 "스마트팜 관련 클라우드 실증 사례를 발굴하고자 할 때 관심 있는,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들에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참여자 간 중개를 해주는 식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 실질적인 클라우드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알맹이 없이, 시끄러운 협회는 지양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부회장은 "IT 분야 문제들은 여기저기 나가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세운다고 해결되는 이슈가 아닌 게 공통점"이라며 "이슈에 따라 필요한 사안에서 해야 할 말을 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내 클라우드 업계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을 묻자 정부 지원 확대가 아닌, 국내 기업 풍토의 변화라는 답이 돌아왔다.

양 부회장은 "SW 업계와 비슷하게 클라우드는 국내에서 1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기 힘들 만큼 내수 시장이 작아서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분야"라며 "국산품 애용으로 보호 장벽을 쳐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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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기르는 게 궁극적 해법인데, 정책과 예산 지원을 해도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업체가 등장하지 못한 것은 M&A가 흔치 않은 국내 기업 문화 때문"이라며 "신생 사업이 성공하면 이 사업 아이디어를 돈 주고 구매해야 하는데, 똑같이 베끼거나 직원 몇 명을 빼내는 식의 풍토가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부회장은 "임기가 3년인 진흥원장으로 일할 때에도 뭐가 되어간다 싶으면 임기가 끝났는데, 부회장 임기는 2년"이라며 "임기 내에 마무리 되지 않아도 좋으니 하나라도 클라우드 관련 사업화 사례를 만들어가고 싶고, 그렇게 된다면 임기 동안 결실을 충분히 맺었다고 본다"고 첨언했다. 멘토링·엑셀러레이팅 등을 통해 신생 비지니스를 키워내고자 하는 소망을 품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