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플 아이패드 프로 11형

USB-C로 확장성 보완했지만 내구도는 '걱정'

홈&모바일입력 :2018/12/21 13:27    수정: 2018/12/21 15:54

올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11형. (사진=지디넷코리아)
올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 11형. (사진=지디넷코리아)

아이패드 프로 11형은 2016년 이후 애플이 출시한 11인치 이하 태블릿 중 3세대에 해당하는 제품이다. 터치ID와 물리 홈버튼 대신 페이스ID를 탑재해 화면 표시 영역을 늘렸고 8핀 라이트닝 단자 대신 USB-C 단자를 탑재해 DSLR 카메라나 외부 디스플레이 등 주변기기와 직접 연결이 가능하다. 가격은 와이파이, 64GB 기준 99만원부터.아이패드 프로 11형은 페이스ID를 적용하며 콘텐츠와 디스플레이에 대한 몰입도를 강화하고 USB-C 인터페이스를 채택해 다양한 기기와 호환성을 강화했다. 그러나 윈도 PC의 강점으로 꼽히는 자유로운 파일 입출력에는 아직도 다가가지 못했다. 무게와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직면한 내구도 문제도 걸림돌로 꼽을 수 있다.

■ 얇고 가볍지만 그만큼 불안한 디자인

올해 나온 아이패드 프로는 두 손 위에 올리는 순간 누구나 감탄사를 터뜨릴 만큼 얇고 가볍다. 두께 5.9mm, 무게 468g의 피지컬은 그만큼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얇아도 너무 얇고 가벼워도 너무 가볍다. 행여나 손에서 놓치거나 어딘가 부딪힐까 굉장히 신경쓰인다.

애플은 올해 아이패드 신제품이 휜 것이 정상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러나 진정한 위험요소는 따로 있다. 너무 물러서 쉽게 휘어지는 재질 자체가 문제라면 문제다. 애플은 올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가 어느 정도 휘어진 채로 출시되는 것은 '정상'(?)이라고 이야기한다.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해 보니 리뷰 제품도 휘어 있다.

재질이나 강도에 대한 논란을 제쳐두고 이야기하자면, 홈버튼과 터치ID 대신 제스처와 페이스ID를 도입한 것은 옳은 선택으로 생각된다. 화면의 거의 모든 영역을 채우는 사진을 휙휙 넘겨보는 것은 확실히 즐겁다.

애플펜슬2. 제스처를 이용해 동작을 전환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방향을 가리지 않는 페이스ID는 거꾸로 든 상태에서도 곧잘 잠금을 풀어준다. 아이폰X 이상을 쓰고 있다면 홈 버튼 없는 환경도 크게 낯설지 않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화면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는 제스처는 아이패드 에어2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 콘솔 게임기에 필적하는 그래픽 성능

아이패드에 탑재되는 AP 이름 뒤에는 항상 'X'가 붙는다. 속도나 성능, 기능 면에서 그 해에 나온 AP 중 가장 강력한 제품이 탑재된다. 아이패드 프로 11형과 12.9형(3세대) 역시 A12X 바이오닉 칩을 탑재했다.

어도비 라이트룸을 이용한 사진 현상도 매우 매끄럽게 작동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어도비 라이트룸으로 5천만 화소가 넘는 RAW 파일을 현상하고, 어도비 러시로 4K 동영상을 편집할 때도 정말 빠르고 가볍게 작동한다. 연산 성능과 그래픽 성능을 동시에 요구하는 게임도 잘 돌아간다.

최근 출시되어 인기를 모으는 모바일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은 그래픽 옵션을 최상으로 올려도 끊김이나 지연이 없이 PC급 성능을 보여준다. 포트나이트도 최상위 옵션으로 잘 돌아간다. X박스원과 비슷한 그래픽 성능을 낸다는 설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고품질 옵션으로 끊김 없이 작동한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디스플레이는 리퀴드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HDR10과 돌비비전을 OLED 디스플레이에 준하는 수준으로 처리한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앱을 쓰고 있다면 보다 실감나는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셀룰러 버전에 내장된 인텔 모뎀도 기가비트 LTE를 지원한다. 주위 트래픽 등 조건만 맞으면 200Mbps 이상 다운로드 속도를 낸다. 다시 말해 수 GB에 불과한 태블릿용 데이터 요금제를 충분히 순식간에 바닥낼 수 있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는 와이파이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이롭다.

■ 라이트닝 단자를 버리고 (제한된) 확장성을 얻다

올해 나온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 모바일 기기 중 최초로 USB-C 단자를 달았다. 라이트닝 케이블이 아까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더 크다. 잘 끊어지는 애플 정품 케이블, 또 비슷한 제품보다 1.5배 비싼 애플 액세서리의 제약이 사라졌다.

다양한 USB-C 액세서리를 연결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제는 더 튼튼한 USB-C 케이블, 그리고 다양한 회사에서 나온 USB-C 주변기기를 바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시중에 흔히 돌아다니는 USB-C to A 어댑터를 이용하면 메모리카드 리더나 MFi 인증 라이트닝 케이블, 각종 액세서리도 바로 연결된다.

USB-C 단자를 이용해 연결되는 썬더볼트3 모니터는 미러링이 아니라 직접 출력이므로 지연 시간에서도 큰 이득을 본다. 적어도 USB-C 방식 모니터라면 더 이상 애플 전용 액세서리를 마련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물론 이런 확장성은 극히 제한적이다. 3.5mm 헤드폰잭과 USB 단자를 함께 갖춘 외부 액세서리를 연결하면 아이패드 프로는 이를 오디오 기기로 인식하며 USB 기기는 인식하지 못한다. 또 USB 플래시 메모리를 연결해도 파일을 저장공간으로 바로 복사하거나 내보내는 작업도 불가능하다.

■ USB-PD 규격 18W 충전기로 소요 시간 단축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처음 장착한 아이패드 3세대의 충전 시간은 여러 의미에서 전설로 남아 있다. 10W(5V, 2A) 어댑터를 연결해도 7시간에서 8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아이패드 프로는 USB-PD 방식 충전기를 이용해 18W(9V, 2A)로 충전한다.

극단적으로는 위 사진과 같은 충전도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실제로 리뷰 기간동안 USB-PD를 지원하는 구글 픽셀 어댑터와 번들 케이블로 문제 없이 충전이 가능했다. 30W 출력이 가능한 맥북·맥북에어나 맥북프로용 어댑터로 충전하면 충전 시간이 더 짧아진다.

■ 한층 더 PC에 가까워진 태블릿

최근 2-3년간 출시된 각종 애플 제품과 iOS의 변화를 살펴보면 애플이 고집불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정황은 뚜렷하다. iOS 11에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결 되는 파일 앱을 내장하더니 올해는 아이패드 프로에 USB-C 단자를 달았다.

USB-C 케이블을 이용해 모니터에 직접 연결 가능하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특히 별도 카메라 킷 없이 바로 카메라와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아이패드 프로를 사진 편집에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구매 욕구를 충분히 느낄 만하다. 조금 더 욕심을 내면 촬영된 사진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워크플로우 구성도 가능하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이 주장하는 것처럼 아이패드가 컴퓨터를 대체하려면 몇 가지 해결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바로 여전히 제한되어 있는 외부 저장장치 연결 기능이다. 작업한 결과물을 내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이용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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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비트 LTE로 접속하면 200Mbps 이상 다운로드 속도를 낸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두께와 휴대성을 위한 대가로 희생된 것도 많다. 우선 내장 카메라에서 광학식 손떨림 억제(OIS) 기능이 빠졌다. 또 쉽게 구부러질 수 있다는 점도 여전히 불안하다. 모시다시피하며 조심스레 썼던 제품이 어느새 휠 수 있다는 찜찜함은 아무래도 달갑지 않다.

너무 얇아진 디자인은 한동안 입방아에 오를 확률이 높다. 애플은 '새 제품이 약간 휜 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여기에 수긍할 소비자는 과연 몇 명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