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음원 서비스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카카오에 매각한 SK텔레콤이 다시 음원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지난 11일 SK텔레콤은 멜론 지분 매각 후 5년만에 새 음악 서비스 '플로'를 출시했습니다.
신규 음원 서비스 출시 의사를 밝힌 올초, 회사가 밝힌 차별화 전략은 이렇습니다.
▲AI·5G·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 기반 서비스
▲관계사 상품과의 결합 서비스 출시 검토
▲창작자 중심의 음악 서비스 생태계 구축
베타 서비스로 출시된 플로는 이 같은 면모를 일정 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기반 음원 추천과 수시 변경되는 홈 화면이 그것입니다. 맞춤형 추천에는 SK텔레콤 미디어기술원의 딥러닝 기술, AI센터 음원 분석 기술 등이 활용됐습니다.
기대감을 갖고 며칠간 플로를 이용해봤습니다. 어쩌면 음원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국내 음원 시장은 지니뮤직, 벅스 등 후발주자들이 갖은 애를 써도 멜론의 아성을 꺾지 못한 채로 유지돼왔기 때문이죠. 멜론은 지난 2004년 서비스 시작 이후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지, 현재까지는 굳이 기존 서비스에 쌓아둔 플레이리스트 등을 버려가면서 플로로 갈아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플로가 언젠가 멜론에 긴장감을 부여해줄 수 있길 바라면서 서비스 이용자로 느꼈던 아쉬운 부분 4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여전히 존재감 강한 '실시간 인기 차트'
플로 출시 소식을 알리면서 SK텔레콤은 기존 서비스들을 대차게 비판했습니다. 인기 차트 중심의 서비스를 문제 삼았죠. '대중의 인기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음원 띄우기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있어왔다.'
실시간 차트의 단점이 많이 제기돼왔지만, 대중적인 취향을 지닌 소비자에게는 편리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현존하는 음원 서비스들이 모두 실시간 차트를 메인 화면에서 핵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고요.
그런데 이를 비판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끊임없이 추천해준다니 한층 진보된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을까 싶은 기대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에 접속해보니 플로에서도 실시간 차트는 입지가 상당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앱에 접속하고 홈 바로 옆 둘러보기 탭만 선택하면 최상단에 큼지막하게 위치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실시간 차트의 장점을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추측되긴 합니다만, 서비스와 홍보 문구가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서비스 정체성 찾기 어려운 UX
사용자 경험(UX) 측면에서도 개성을 찾긴 어려웠습니다.
대대적 개편을 한 것 치곤 SK텔레콤이 제시하는 새로운 트렌드는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플로의 메인 콘텐츠라 할 수 있는 부분은 홈 화면 상단에 배치된 추천 음악 리스트입니다. 음악 감상 이력에 따라 매일 조정되는 '오늘의 플로'와 취향에 맞춰 선택한 가수들을 분석해 노래를 추천하는 '아티스트 플로'가 있고, 그 외 계절이나 날씨 등에 맞춰 음악을 추천해주는 페이지가 함께 카드 형식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사실 이는 타 음원 앱에서도 제공하는 서비스입니다. 배치나 크기만 다소 달라졌을 뿐, 플로 추천 음악과 유사한 형식의 음악 추천 코너를 금세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맞춤형 음악 추천 코너는 기존 서비스가 더 세분화돼 있을 정도입니다.
서비스 접속 시 나오는 아티스트나 장르 취향 선택도 최근 네이버가 내놓은 신규 음원 서비스 '바이브'가 먼저 채택한 시스템입니다. 신규 음원 서비스를 준비하던 두 회사의 아이디어가 우연찮게 겹쳤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글로벌 1위 음원 앱 스포티파이에서 진작에 쓰고 있던 시스템이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아직 플로에서 ICT 기반의 차별화된 음악 추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시스템에서도 차별점을 찾기 어려울 뿐더러, AI 알고리즘의 고도화를 도울 이용자 데이터가 현재로선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구색만 닮은 '캐릭터 구분 기능'
타 서비스와 플로가 특화되는 점을 그래도 짚어내자면, 캐릭터 구분 기능입니다. 계정 하나 당 최대 3개까지 캐릭터를 만들어 분리할 수 있습니다. 음악 감상 이력을 기분에 따라, 이용자에 따라, 상황에 따라 분리해 관리하라는 설명입니다. 보다 정밀한 음악 추천을 위해서죠.
언뜻 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시스템이 연상되는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요금제 별로 인원은 다르지만, 주변인과의 계정 공유를 적극 권장하고 있죠. 마찬가지로 프로필을 분리할 수 있어 콘텐츠 추천도 다르게 받을 수 있고요.
넷플릭스와의 차이점은, 복수 이용자의 동시 사용이 불가능하단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유사한 시스템이어도 그 의의가 매우 달라집니다. 넷플릭스의 경우 콘텐츠를 볼 시간이 많지 않아 월 구독료가 아깝게 느껴진다면 타인과 함께 이용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플로의 경우 이런 효용은 없습니다. 오로지 취향 세분화를 위한 기능입니다. 그런데, 곡의 분위기에 맞춰 캐릭터를 변경하고, 직전에 사용하던 캐릭터의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던 곡을 찾아서 '좋아요' 표시를 하는 방식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졌습니다.
AI가 알아서 곡의 장르나 분위기를 분석해서 이런 귀찮음을 해결해주기엔 아직 역량이 부족한 걸까요.
■플로만 없는 '음악 매니아 저격 콘텐츠'
음원 앱들이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또 있습니다. 음악 관련 콘텐츠입니다.
멜론의 경우 음질에 관심 있는 이용자 층을 위한 콘텐츠 '고음질 매거진'을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또 가수들이 진행하는 라디오 콘텐츠인 '스타DJ', 방송에 노출된 곡들을 소개하는 '방금 그 곡' 등 여러 가지 볼 거리, 읽을 거리, 들을 거리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벅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뮤직 포스트' 코너를 통해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 웹툰, 음악 트렌드 관련 읽을 거리 등을 제공합니다.
바이브도 이 부분에서 신경을 썼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검색 페이지에 들어가면 음악 관련 다양한 소식을 전해줍니다. 콘서트 개최나 앨범 발매 등 소식과 관련된 뉴스도 안내해주죠.
다만 플로에선 아직 이런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음원 창작자·SKT 모바일 가입자 잡을 수 있을까
아직 서비스 초반이라 부족한 부분이 눈에 주로 띄긴 했지만, 당연히 기대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음원 서비스에 도입될 블록체인 기반 저작권 관리 시스템입니다.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음악의 유통 과정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고, 이는 투명한 음악 저작권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입니다.
음원업계는 이따금씩 음원 창작자의 입지를 더 약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하곤 했지요. 플로 출시와 함께 강조했던 맞춤형 추천과 이같은 시스템이 유효한 시너지를 일으키게 된다면 업계 반전도 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듭니다.
플로가 차별화된 서비스와 창작자 중심 생태계 마련, 업계 혁신이라는 3가지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을지는 추후 어떤 방식으로 진화하느냐에 달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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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시급한 것은 이용자 확보입니다. 회사가 언급했던 관계사 결합상품이 얼마나 소구력이 있을 지가 관건으로 보입니다. 뻔한 답이지만, 멜론이 성공 가도를 달린 배경이 됐던 모바일 요금제 결합 상품이 주효한 수단이 될 것 같습니다.
SK텔레콤도 이런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사 가입자에 할인된 가격으로 벅스를 이용할 수 있는 부가서비스 '벅스 익스트리밍' 신규 가입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