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지분을 매각했던 SK텔레콤이 다시 음악 사업에 뛰어든다. 네트워크를 통한 가입자 기반 수익이 아니라 다시 음원 콘텐츠 사업의 밑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박정호 사장 취임 이후 ‘뉴 ICT’ 전략을 추진해 오면서 ICT 기술력을 바탕으로 협력 모델을 통한 신규 사업 발굴이란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31일 SK텔레콤은 SM, JYP, 빅히트 등 엔터테인먼트 3사와 맞손을 잡고 새로운 음원 플랫폼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또 자회사 아이리버를 통해 당장 2월부터 B2B 기반의 음원 유통 사업을 시작키로 했다.
■ SKT 콘텐츠 사업 페달 밟았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와 계열사 주식을 증자해 나눠 갖기로 한 뒤 음악 연계 사업이 본격화되는 수순이다. 당시 양사는 각자 계열사인 아이리버와 SM C&C를 주축으로 미래지향적인 콘텐츠와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SK텔레콤과 엔터테인먼트 3사 간 합의에도 자회사 아이리버가 전면에 나섰다. 아이리버는 SM에 이어 JYP, 빅히트 등 국내 유력 기획사를 시작으로 B2B 음원 유통에 나선다.
B2B 음원 유통에 그치지 않고 별도의 음악 플랫폼 서비스도 내놓기로 했다. 차세대 ICT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음악 서비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 기존 실시간 스트리밍 위주의 음악 소비 행태에서 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IoT 기반의 스마트홈, OTT 서비스 옥수수, 커머스 사업인 11번가에도 음악 콘텐츠 사업을 연계하기로 했다.
통신사인 SK텔레콤이 단순히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에 머물지 않고, 콘텐츠를 갖춘 회사들과 함께 힘을 모아 새로운 수익모델 판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 연내 새롭게 선보일 플랫폼 서비스는 아마존 프라임 형식의 패키지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며 “새로운 음악 사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고 말했다.
■ 엔터테인먼트 회사 수요가 더 크다
이날 발표된 사업협력 모델은 SK텔레콤의 신규 사업 외에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의 새로운 도전 의지도 상당히 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SM이 아이리버 2대 주주 위치에 있지만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합류하는 이면에는 기존 음악 콘텐츠가 소비되고 있는 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획일화된 방식으로 소수의 킬러콘텐츠만 수익모델을 만드는 기존 음악 사업에서는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신규 서비스 발굴이 뒤쳐진다는 지적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이같은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제시한 SK텔레콤과 맞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SM, JYP, 빅히트 측은 “현재 음악시장의 사업구조를 개선해 콘텐츠의 창작과 생산의 선순환구조를 정립하고 보다 효율적이며 산업친화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 차별화된 새로운 음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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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연내에 신규 음악 플랫폼 사업을 선보인다는 계획만 나왔지만, 사업 내용이 가다듬어질수록 새롭게 합류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개인 창작자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창작자의권리를 증진하는 등 음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겠다”면서 “협력 모델을 바탕으로 글로벌로 진출하는 부분에 협의의 방점이 찍혀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