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제품을 만드는 데 90%는 오픈소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없이는 갤럭시 핸드폰을 포함해 거의 모든 제품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각할 정도로 상당히 중요한 기술력입니다.”
박수홍 삼성전자 오픈소스그룹장은 13일 구로구 키콕스벤처센터에서 열린 ‘2018 오픈소스 성공사례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열린 세미나에서는 오픈소스 트렌드와 이슈를 소개하고, 오픈소스 비즈니스 성공사례를 공유했다.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 정병주 회장은 “최근 IBM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레드햇을 인수하는 등 국내외 오픈소스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저희 협회에서도 오픈소스 수요자와 공급자의 모임을 만들고, 오픈소스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장을 만들고 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박수홍 삼성전자 오픈소스그룹장은 삼성전자가 왜, 어떻게 오픈소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올 5월에 한국공개소프트웨어협회에 가입했다. 회사 내부에 오픈소스그룹이 만들어진 지는 5년이 됐다.
박 그룹장은 이날 사물인터넷(IoT)과 엣지(Edge)에 초점을 맞춰 오픈소스를 활용하게 된 이유를 소개했다. 그는 “내년부터는 시장 트렌드가 IoT에서 엣지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며 “엣지가 기술적으로 새로운 건 아니지만 마케팅 측면에서 IoT로 불리던 것들이 엣지라는 용어로 돌아서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IoT는 생각보다 기업에 큰 수익을 안겨주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주변에 연결되는 기기가 소비자들이 몸소 느낄 만큼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따라 침체돼 있는 기존 IoT 시장을 엣지로 돌린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엣지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PC 제조사인 델(DELL)이 주도하는 ‘엣지X 파운드리’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해 함께 협업하고 있다.
박 그룹장은 오픈소스는 상용화와 직결돼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에서 일하는 이상 선의의 목적으로만 오픈소스를 하진 않는다”며 “비즈니스 목적하에 오픈소스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좋은 코드를 개발·배포하는 동시에 기업에 필요한 코드도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통해 얻고, 또 코드를 공유함으로써 서로 다른 기기끼리의 연결도 가능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기존에 삼성전자는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코드를 개발해 삼성 제품끼리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이는 여러 기업이 같은 표준 스펙을 가지고 똑같이 개발해도 구현 방식과 코드 형태 구현하는 알고리즘이 다 달라, 다른 기업의 기기와는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소비자는 한 기업의 제품만을 사용하진 않기 때문에 이런 방법은 IoT 시장에 큰 걸림돌이 됐다.
따라 삼성전자는 오픈소스를 택하게 됐다. 박 그룹장은 “스펙을 보고 구현하는 방식이 아닌 좋은 코드를 개발해서 직접 배포하는 방식으로 다른 기기와의 연결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클라우드와 엣지가 연결되는 IoT 3.0 시대에는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조합해서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윤재 오픈위즈덤 대표도 ‘제조업에서의 오픈소스 라이선스 필요성 및 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정 대표는 “제품에 대한 기계적 향상이 아닌 서비스를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오픈소스밖에 답이 없다”며 “굵직한 오픈소스는 자기 회사의 연구소가 되는 것이고, 커미터(프로젝트 개발 기여자)를 통해 회사의 요구사항이 그대로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반영돼 구현될 수 있다”고 오픈소스의 장점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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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픈소스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픈소스 활용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며 “임직원에게 오픈소스를 써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2018 공개SW 공헌상' 시상식도 함께 열렸다. 단체는 국방전산정보원이, 개인은 정성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센터장이 오픈소스SW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공헌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