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부회장이자 그룹의 2인자인 멍완저우 CFO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됨에 따라 화웨이의 이후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멍완저우 CFO는 캐나다에서 10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보석 심리를 앞두고 있다. 미국은 멍완저우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으며, 중국은 체포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태다. 만일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멍완저우는 최대 징역 30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는 지난 1일 벤쿠버에서 캐나다 경찰에 체포됐다. 7일 열린 보석 심리에서 멍완저우의 혐의가 구체적으로 공개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멍완저우는 미국의 제재를 어기고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 등에 통신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7일 열린 심리에서 캐나다 법무부는 도주 우려를 이유로 멍완저우에 대한 보석 조치를 반대했다. 그러나 9일 공개된 법정 진술서에서 멍완저우는 "미국 신병 인도에 맞서기 위해 밴쿠버에 체류하고자 한다"며 "미국으로 인도된다면 혐의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또 "심각한 고혈압과 건강에 대한 우려로 미국 인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보석금을 내고 석방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멍완저우 CFO의 체포를 두고 미국이 세계 통신장비 업계 1위인 화웨이를 견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언론은 캐나다가 화웨이 CFO를 구속한 것은 일종의 '쇼'로서 글로벌 세계 기술 리더십에서 중국이 미국에 도전한 것을 모독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화웨이는 올해 상반기 490억달러(약 5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올해 매출 1천억달러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25억달러(약 103조원)를 기록했다.
1987년 설립된 화웨이는 약 30년만에 노키아와 에릭슨 등의 북유럽 통신장비업체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의 약 10% 가량을 R&D에 투자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ZTE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ZTE는 지난 3월 미국의 무역제재 대상인 이란에 수출을 진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에 4월 미국은 ZTE가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하는 것을 금지했으며, ZTE는 이 때문에 위기를 겪었다. 이후 ZTE는 약 12억달러(약 1조35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했다.
미국의 이같은 화웨이 견제에 각 동맹국들은 동참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동맹국인 '파이브 아이즈'에 속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5G 장비 구축 업체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역시 화웨이 장비를 검토 중이다. 브리티시텔레콤의 경우 5G 장비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는 한편 이미 설치된 4G 장비 또한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본 또한 화웨이와 ZTE를 배제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10일 정부부처와 자위대 등이 사용하는 통신장비를 조달할 때 안보 위험을 고려하도록 관련 절차를 수정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특정 기업을 배제할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상 화웨이와 ZTE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독일 정부는 5G 장비 조달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덜한 상황이다. 독일은 도이치텔레콤, 텔레포니카, 보다폰 3사가 모두 화웨이 장비를 채택했다.
관련기사
- "화웨이 CFO, 美로 인도땐 최대 징역 30년"2018.12.10
- 화웨이 CFO 체포까지…'美中 무역전쟁→5G 견제로'2018.12.10
- 화웨이, 매출 1천억달러 클럽 가입할까2018.12.10
- 화웨이, 4차 산업 인재 육성 위해 장학금 1억원 지원2018.12.10
독일 골렘의 한 기자는 "화웨이 문제는 보안보다는 정치적 이슈"라며 "화웨이 장비는 유럽에 상당부분 들어와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현재 170여개국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5G 장비를 계약한 건수만 해도 22건에 달한다. 체결된 계약은 중동 5건과 유럽 14건, 아시아·태평양 3건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계약에는 한국의 LG유플러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