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이 현대인의 삶과 경제모델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바꿀 수 있는가. 지디넷코리아는 블록체인 전문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철환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와 함께 8회에 걸쳐 블록체인이 몰고 온 생활의 변화와 정책, 시장, 기업에 관한 현황과 제언을 담은 '블록체인 킹덤' 시리즈를 게재한다.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기대한다.
제1회 :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권력화의 이동과 국가 전략
제3회 : 마침내 블록체인 육성 정책으로 전환한 프랑스
제4회 : 노원화폐에서 불어오는 블록체인 지역화폐
제5회 : 스팀잇과 포레스팅에서 보는 혁신의 불꽃
제6회 : 크립토키티에서 비트펫으로 이어진 게임의 진화
제7회 : 블록체인 스캠과의 거리 두기
제8회 : 대학가에 부는 블록체인 바람
역시 앞서가는 세계 각국은 다른 것 같다. 이미 각국은 ICO(Initial Coin Offering)라고 하는 새로운 토큰 투자 모델을 통해 경제 혁명에 준하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부를 창출하고 시대에 사조에 맞는 일자리와 고용, 국가 간 미래 역학구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스위스는 금융시장감독위원회인 FINMA에서 ICO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등록제를 통해 허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토큰에 대해 지불형 토큰과 유틸리티형 토큰, 그리고 자산형 토큰으로 구분해 최소의 요건을 정의하는 한편 투자자 신원확인(KYC)과 자금세탁 방지(AML)의 의무사항을 지키도록 했다. 나머지 투자 판단은 투자가의 몫으로 남겨 놓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 관련한 자금 모집과 관련해 등록제를 채택하고 있다. 투자 자금의 성격과 자금 모집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요건을 등록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등록되지 않은 ICO는 철저하게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연초 텔레그램의 경우 기타 증권의 범주로 ICO 자금모집이 허가된 사례다.
일본은 좀더 규제가 엄격하고 까다롭다. ICO에 대한 자금 모집에 대해 별로의 자격을 취득하도록 정하고 있다. 암호화폐 교환업으로 등록을 취득한 경우나 등록된 암호화폐 거래소에 위탁해 자금을 모집한 경우가 아니라면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암호화폐 교환업에 대한 자격과 보안 준수 사항이 엄격해 현실적으로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당수의 ICO 프로젝트는 투자 모집이 아닌 프로젝트 소개나 기술 소개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올해 몰타와 프랑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프레임 장치에는 국가의 경제 성장을 위한 전략들이 녹아들어가서 여러 가지 놀라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G7 국가이면서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등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다. EU의 중심 국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스위스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싱가포르, 홍콩 등 블록체인 성지를 자처한 국가들이 경제 대국에서 벗어나 있는 주변국 아니냐는 일각의 편협한 주장을 무참하게 깨뜨린 중요한 사례다.
프랑스는 200여년 전 근대 세계 민주주의를 촉발시킨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성지다. 2017년 5월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일찍이 로스차일드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경제 전문가이고 경제산업장관을 역임했던 혁신의 아이콘이다.
프랑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튤립 버블에 버금가는 사기라는 부정적 시각이 존재했다. 당연히 규제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불과 1년 사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이 180도 달라졌다. 적극적인 옹호론으로 바뀌면서 '파리를 ICO의 수도로 만들자'는 ICO 육성론이 지배하게 됐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일자리와 신경제 성장 모델을 찾는 국가의 성장 전략을 수립할 때, 벤치마킹이 되는 좋은 본보기임이 틀림없다.
프랑스에서 1년여에 걸쳐 나타난 블록체인의 정책 변환에는 수많은 프랑스의 기업들과 국민들이 동참한 결과다. 그 중심에는 ‘마크롱’ 대통령과 ‘브루노’ 재무부 장관, 그리고 ‘장 피에르 란다우’ 암호화폐 규제 TF장이 있었다. 우리나라와는 정반대다.
프랑스는 왜 그랬을까. 이들 프랑스 지도자들은 프랑스의 미래와 현재 프랑스가 처해 있는 여러 딜레마와 현실, 그리고 당장 해결해야할 높은 실업률과 일자리 문제에 대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결과였다. 필자는 프랑스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둘러싼 기술, 정책, 법률과 관련된 자료를 살펴보던 중, 이들 지도자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키워야 할 자국 산업과 추진 전략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일컫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그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나 ‘디지털 경제’ 라고 표현하고 있고, 그중 가장 중점적으로 일자리와 경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대안이 된다고 해도 무턱대고 기술 개발을 정부가 주도하고 산업을 키운다고 큰 효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의 경우 실질적인 여건을 따져서 국가 전략을 도출한 것이 매우 돋보인다.
이미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서는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IBM을 대표로 한 미국 기업들과 바이두, 알리바바, 하웨이, 텐센트를 대표로 한 중국기업들이 세계적인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프랑스에 일자리와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도움이 될까에 대해 고민한 것이다.
요약하면 프랑스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이미 코어 개발에서 추격하기가 어렵고 프랑스 기술 회사들을 육성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외국의 기술기업에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 기업들에게 투자와 함께 인력 채용을 유도한 것이 돋보인다.
프랑스는 과감한 국가 예산을 들여 국가의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글로벌 기업들을 유치하되 프랑스인들에 대한 인력 교육과 채용을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국가 전략이다. 그래서 구글과 페이스북,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로부터 프랑스에 대한 자금 투자와 인력 채용, 교육을 이끌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글로벌 공룡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여러 시장에 영업 직원 충원하는 일 이외에 대규모 개발 자금을 투입하거나 개발 인력을 채용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이다.
두 번째의 이색적인 전략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다. 그들은 암호화폐의 부작용이나 버블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자금 확보, 특히 외국에서의 투자 자금 확보 가능성으로 ICO를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여러 혁신 중소기업들의 육성과 이들을 통해 직원들에게 대한 보다 더 적절한 보상책을 통해 좋은 일자리도 확보하고 이전 보다 더 나은 혁신성을 통해 자국 경제를 활성화하고 해외 투자금을 더 많이 확보하는 수단으로 암호화페의 ICO 메커니즘을 주목한 것이다. 또한 그들은 공정한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과 환경 개선, 생태계 구축에 더 많이 노력할 것을 기업들에게 요구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물들은 ‘PACTE’ 라는 프랑스 경제 개혁 프로젝트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비즈니스 성장과 경제개혁을 위한 실천계획 프로그램(The Action Plan for Business Growth and Transformation)'이라고 보면 될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최종 목적은 더 혁신적이며, 더 공정한 기업에 더 많은 펀딩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는 시민 혁명으로 이루어 놓은 민주주의의 모델을 결국 시민들이 모여 만들어진 기업들에서 더 효과적이고 효율성이 높은 조직으로 공유되고, 이익에 대한 배분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그런 기업들이 많이 나와 준다면, 그런 기업을 지원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웅변하는 것이다.
기존처럼 국가의 강력한 통제하에 국민과 기업위에 군림해 허가와 의무를 강제하고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식의 과거 통치방식에서 벗어나 변화된 새로운 국가 모델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약자인 투자가들에게 거짓된 행위로 손해를 발생시키거나 시장을 교란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가가 자유롭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에게 어떠한 장애물이 되거나 과도한 규제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규제 공백 상태에서는 제대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투자나 거래를 활성화하지 못하게 되므로 이런 상태를 국가가 방치해서는 안된다'라는 교훈 말이다.
똑같이 좋은 일자리와 경제 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매우 귀감이 되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블록체인 혁명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브루노 재무부 장관의 소신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무소신을 비교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가지 더 살펴보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에 있었던 ‘장 피에르 란다우’ 암호화폐 규제 TF장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달리했다.
란다우의 보고서를 기반으로 브로노 재무부 장관은 가치를 창출하려는 진지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해 정부가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투자하기를 원하는 투자가들이 참고할만한 기준을 제시하겠으며 정부가 관련된 법 내용을 명확히 제시해 금융 혁신을 유도하고 최소한의 위험에 대해 정부가 리스크를 식별하도록 ICO 라이센스를 통해 알려주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실제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률안은 지난 9월 12일 프랑스 하원에서 최종 승인됐다. 이 같은 프랑스 정부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육성 전략은 미국의 규제정책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즉 등록하지 않은 ICO에 대해 미국과 프랑스의 규제책이 다르다. 프랑스는 등록하지 않은 ICO에 대해서도 그것이 투자가들에게 특별히 손실을 끼치지 않는 한 허용해준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가 보다 안전한 투자를 위해 ICO 등록을 통해 심사하게 되면 투자자들을 위한 최소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해서 스캠을 줄이고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프랑스 정부가 기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최소의 등록을 의무화해서 미국 SEC에 등록되지 않은 ICO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단호하게 처벌하며, 그 투자건에 대해 투자 적합성에 대한 판단은 투자가들의 책임이며 투자가와 토큰 발행회사 사이에 당사자간 계약에 의해 이루어짐을 명확하게 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처럼 암호화폐에 대한 긍정성을 최대화하면서 그 부작용이 되는 사기로 인한 투자가들의 손실에 대해 최소한도의 검증을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의 투자가들을 위한 유인책을 통해 블록체인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검색 플랫폼 하나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던 유럽 ICT 시장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21세기의 새로운 경제 패권이 미국과 중국 일변도에서 유럽으로 확산되면서 또 다시 출렁이고 있다.
우리 주변에도 ICO가 허가된 스위스나 싱가포르나 일본 등지의 국가를 통해 자금 모집에 성공한 한국 기업들이 백개 이상으로 상당히 많다. 작게는 수십억원대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그 중 일부는 아예 기업의 본사를 해외로 옮기거나 옮기려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 ICO 기업의 상당수는 여러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 있고, 그들에게 여러 일자리 창출의 기회가 있음은 물론이다. 양질의 컨설팅 사업들이 부수적으로 따라오고 있으며, 자금과 일자리의 통로가 되는 것 역시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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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이런 실질적인 경제 환경에서 정부의 역할과 전략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 새로운 경제 성장의 대열에 끼여 경제와 일자리 활성화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21세기 민주주의의 성지를 자처하고 있고 높은 실업률을 해결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우리 정부로서는 미국이 아닌 프랑스와 같은 전략적 포지셔닝이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한 시점이다.
[김철환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