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정부의 공공,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 규제 완화 움직임이 거셌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국내 재판매에 나섰다.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기업은 한국 시장의 문을 넓히기 위해 공세에 들어갔다.
글로벌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여전한 독주 속, 후속주자의 판흔들기가 이어졌다.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인공지능 등이 클라우드 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고,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흐름이 굳건히 자리잡았다. IBM의 레드햇 인수는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었다.
퍼블릭 클라우드 대세론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도 발생했다. 11월22일 아마존웹서비스(AWS) 서울리전에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전자상거래, 암호화폐거래소, 금융권 인터넷 서비스 등 국내 기업고객사의 서비스가 84분 중단됐다. 퍼블릭 클라우드에 대한 국내 고객의 시선이 보수적으로 전환됐고, 시스템 과점에 따른 폐해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아마존 '사고'에도 불구, 대세로 자리잡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흐름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외 시장에서 기업간 대혼전이 진행중이다. 내년 한국의 공공, 금융 클라우드 시장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고, 대기업의 클라우드 도입이 가속패달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 개화 급물살
정부는 올해 공공, 금융기관의 클라우드 활용 가능 범위를 넓혔다.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도입 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클라우드 보안등급제도를 개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말까지 공공부문 40%를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클라우드 사업 예산도3배로 늘리고, 클라우드 채택 공공기관에도 평가 점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개인신용정보나 고유식별정보(주민등록번호·여권번호·운전면허번호·외국인등록번호)를 포함한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관리할 수 있다. 금융위는 다만 개인신용정보 등 중요 정보를 클라우드 업체에 맡기는 만큼 클라우드 제공업체에 대한 현장검사 등 직접적인 감독·조사업무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민간 사업자의 클라우드서비스 이용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공공부문의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을 9월 발표했다. 2016년 7월 나온 '공공기관 민간 클라우드 이용 가이드라인'은 폐지하기로 했다. 기본계획 주요 내용 중 하나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클라우드컴퓨팅법'을 개정해 민간 클라우드서비스 이용범위를 공공기관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모든 대국민서비스에 민간 클라우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 국가안보, 외교, 통일, 수사, 재판, 개인정보보호법의 민감정보를 처리하는 경우와 개인정보영향평가 대상인 경우만 제외하기로 했다.
국내 대기업의 클라우드 이전 움직임이 비로소 본격화됐다. 대한항공은 아마존웹서비스(AWS)로 모든 시스템을 전면이전한다고 11월 발표했다. 전세계 대형 항공사 가운데서도 최초 사례다. 삼성중공업은 AWS와 손잡고 인공지능, 빅데이터, IoT 등의 기술을 조선 해운 사업에 접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미 다양한 영역에 퍼블릭 클라우드를 도입한 가운데,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전환됐다.
삼성SDS는 델테크놀로지스의 자회사 ‘버투스트림’과 6월 사업 협약을 맺었다. 국내 기업의 미션 크리티컬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전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국내에서 7월 말부터 개시했다. SK C&C는 IBM 클라우드 재판매를 이어갔다. 대외적으로 공개된 성과는 많지 않다. SK C&C는 인공지능, 컨테이너 등의 서비스를 출시하며 특수 목적 클라우드 수요에 투자했다.
LG CNS는 퍼블릭 클라우드 최강자 아마존웹서비스(AWS)의 매니지먼트서비스에 나섰다. 대한항공의 2천억원 규모 AWS 이전 프로젝트를 따내며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공공클라우드 시장에서 KT가 주도권을 쥐었다. 가장 먼저 정부의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획득한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작년말 공공 클라우드 보안인증을 획득한 뒤 올해 공공시장 공략에 나서 KT를 추격했다. 티맥스소프트의 관계사인 티맥스오에스는 클라우드 플랫폼 '프로존'을 출시했다. 티맥스데이터의 티베로 DBMS와 연계해 묶음 상품 공급에 열을 올렸다.
메가존, 베스핀글로벌 등의 클라우드 매니지먼트 서비스가 호황을 누렸다. IT 역량을 외주하던 국내 대형, 중견 기업이 퍼블릭 클라우드 운영도 외주에 맡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메가존과 베스핀글로벌은 국내 AWS 클라우드 운영 사업을 대거 따내며 고속성장했다. 메가존은 올해 2천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지난 2016년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연 이래 한국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도 장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한국 데이터센터 개소 1주년을 맞았는데, 국내 데이터센터 가동 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매출이 전년대비 320% 성장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내년 한국 데이터센터 건립을 발표했다. VM웨어는 'VM웨어클라우드프로바이더프로그램(VCPP)'을 한국에서 시작해 KT를 파트너로 확보했다. 오라클도 내년 상반기 한국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공식화했다.
하반기 들어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한국정부의 클라우드 규제에 비판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강도높게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AWS 독주 속 MS 맹추격
AWS는 전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을 52% 이상 점유하고 있다. 올해 27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고 전년대비 46% 성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3.3%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오피스365 매출을 합치면 마이크로소프트가 AWS보다 더 큰 클라우드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알리바바가 중국 시장 장악을 바탕으로 4.6% 점유율을 기록했다. 구글 클라우드는 VM웨어 창업자인 다이앤 그린을 CEO로 내세워 엔터프라이즈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3.3% 점유율만 차지하며 4위를 차지했다. IBM은 1.9%에 머물렀다.
클라우드 기업들은 게임, IoT, 블록체인 등을 위한 관리형 플랫폼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게임개발사, 제조기업, 물류, 핀테크 등의 기업 집단의 인프라를 끌어들이려는 경쟁이었다.
마이크로서비스와 컨테이너 기술이 주목받으면서 구글에서 내놓은 오케스트레이션 플랫폼 ‘쿠버네티스’가 새로운 대세로 떠올랐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AWS, VM웨어 등이 관리형 쿠버네티스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였다.
IBM은 컨테이너와 쿠버네티스에 지속 투자하던중 10월말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레드햇을 IBM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오퍼링 중심에 배치했다. 이는 전세계 기업이 퍼블릭,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합리적 솔루션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 급성장 전망
내년 한국 클라우드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이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트너는 내년 전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규모를 2천62억달러로 예상했다. 국내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2조4천4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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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DC는 국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시장이 2022년까지 연평균15% 성장해 약 8천7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서비스형 인프라(IaaS) 도입에 나서는 한편,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의 클라우드화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ERP, CRM, HCM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전환하려는 기업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