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직접 보내는 사과, 얼마나 맛있게요?"

[안희정이 만난 가업 잇는 청년들] 3대째 사과 농사 풍기댁 이야기

인터넷입력 :2018/12/07 09:04

[영주(경북)=안희정 기자]지디넷코리아와 네이버는 앞선 세대의 기술과 정신을 배우고 가업을 이어나가는 소상공인을 조명하고자 '가업 잇는 청년들' 탐방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창업 열풍 속에서도 가업과 전통을 이으며, 온라인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는 꿈 많은 2030 창업자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편집자주]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소백산 밑 사과 밭. 수확철이 끝나 앙상한 가지와 이파리만 남아있지만, 불과 한 달 전만해도 사과가 주렁주렁 달렸었다. 일교차가 큰 탓에 새콤달콤 맛있는 사과가 열리는 이곳 영주는 예로부터 사과 당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사과 재배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여느 농사가 그렇겠지만 너무 추워서도, 너무 더워서도 안 된다. 태풍, 장마, 우박도 큰 변수다. 20~30%만 사람의 역할이고 나머지는 하늘이 도와야 한다고 한다.

(왼쪽부터) 김미희 대표, 안희정 기자, 박현수 대표

겨울로 들어서는 11월 어느 추운 날, 경상북도 영주시 풍기읍에서 풍기댁사과를 운영하고 있는 박현수 대표와 부인 김미희 대표, 안춘옥 여사를 만났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사과 농사를 짓게된 사연, 풍기댁만의 농사 노하우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밭에서 바로 수확해서 수건에 쓱쓱 닦아서 먹을 수 있는 사과, 우리 딸이 먹어도 맛있고 건강한 사과 농사를 짓고 있어요. 착색제와 비대제, 호르몬제는 쓰지 않아요. 약은 최대한 적게 치고 거름도 적게 주죠. 거름을 너무 많이 주면 사과나무가 건강해져서 맛있는 사과가 열리지 않아요. 나무가 건강하니 꽃을 피울 이유도, 열매를 맺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에요. 벌을 풀어둬서 수정을 하도록 해요. 그래야 더 맛있는 사과가 열리더라고요."

박현수 대표는 동대문에서 의류 사업도 했고, 안동에서 유기농 매장 운영도 했다. 그러다 김미희 대표를 만나 결혼했다. 유기농 매장 운영이 잘 안 풀리면서 고향으로 와 본격적인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귀농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도 다니며 농사에 더 깊숙이 들어갔다. 나무가 뭘 원하는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러다가 2012년 태풍 산바가 왔다.

풍기댁사과 사진 (사진=풍기댁사과 블로그)

"태풍이 오자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사과가 다 떨어졌어요. 친척들이 와서 나무 세워주고 사과를 주웠죠. TV에 낙과 사과 뉴스가 나오면서 손님들이 사과를 찾아주었어요. 그 때부터 온라인으로 사과 판매를 시작했어요. 유난히 그 때 사과가 맛있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많이 됐어요. 그러고 나서 네이버 스토어팜을 시작으로 여기까지 왔네요. 태풍이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 준 셈이죠."

김미희 대표는 사과 농사 외에도 온라인 판매와 마케팅 등을 맡고 있다. 블로그 풍기댁네 사과이야기를 운영하며 농사뿐만 아니라 요리, 여행이야기 등도 소개한다. 다른 오픈마켓은 수수료가 비싸 네이버 스토어팜을 이용했다. 상품평이 좋은 판매자만 올라갈 수 있는 산지직송 명예의 전당에도 선정됐다.

"사과를 딸 때 코팅된 장갑을 끼고 살짝 돌려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사과는 꼭지가 없는데, 가위로 자르기 때문이죠. 공판장에 가면 죄다 가위로 꼭지가 짤린 사과만 있어요. 서로 엉켰을 때 상처가 나면 안되니까. 저희 사과는 꼭지를 그대로 둡니다. 밭에서 따서 포장한 후 바로 보내드리기 때문에 상처가 많이 나지 않아요."

안춘옥 여사는 사과 포장에도 특별히 신경 쓴다고 말했다. 사과 수확 철엔 일손이 필요하지만, 그 외에 포장은 가족이 도맡아서 해야 한다. 사과를 소중히 다뤄 품질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풍기댁 사과는 수확 철에는 밭에서 바로 나가지만 겨울엔 저장고에서 직배송된다. 사과 품종에 따라 유통기한이 다 다르기 때문에 조절해서 판매해야 한다.

풍기댁사과 저장고 (사진=지디넷코리아)

"사과도 숨을 쉬어요. 밀폐된 공간에 넣어두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저장고 환기도 철저히 하고 습도도 맞춰주죠. 사과에 꿀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은 더 잘 상할 수 있어요. 집에서도 김치냉장고에 넣지 마시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문을 자주 여는 일반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박 대표와 김 대표가 아버지를 이어 사과 농사를 짓자 매출도 배 이상 증가해 작년엔 2억7천만원 정도 기록했다. 그래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사과 밭 2천500평도 추가로 매입했고, 내후년 정도엔 저장 창고도 새롭게 지을 계획이다. 현재 창고는 너무 작아 선별과 포장 작업을 다 밖에서 하고 있다. 겨울엔 손이 꽁꽁 얼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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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박 대표와 김 대표 얼굴 모두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박 대표와 안 여사는 끊임없이 사과 농사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한다면, 김 대표는 판매와 마케팅에 집중한다. 사과박스나 사과즙 포장지를 직접 디자인도 하고, 블로그 활동에도 열심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톡톡에 들어오는 모든 문의를 처리하고, 배송업무 모두 도맡아 한다.

"똑같은 해가 없을 정도로 매 순간 고비고 고민입니다. 올해는 잘 지나가나 싶으면 태풍이 몰아치고 비가 쏟아지죠. 그래도 내 가족이 먹는 사과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만들려고 해요. 새빨갛거나 모양이 예쁘지 않아도 풍파 견디며 잘 자란 사과가 맛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택배를 기다리는 풍기댁사과 박스(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