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짜뉴스 생산, 확산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은중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사무처장은 23일 한국인터넷윤리학회 주최로 열린 ‘디지털 시민성의 구조화와 확산’ 세미나 중 ‘가짜뉴스의 쟁점과 전문가 윤리’ 특별 세션에서 "한국의 가짜뉴스는 가짜뉴스의 변방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며 “정치권에서는 지나칠 만큼 가짜뉴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권 사무처장은 지난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통해 100여건의 가짜뉴스를 분석한 결과, 그중 60%는 언론사가 보도한 ‘진짜’ 뉴스였다고 밝혔다. 신고자들은 뉴스의 내용이 자신들의 정치성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신고한 것으로 유추되는 대목이다. 키소는 언론 보도 형식을 사칭한 허위사실을 담은 게시물을 가짜뉴스라고 보고 있다. 다만 언론사의 뉴스라 하더라도 오보인지 여부는 확인하지 않았고, 누적된 신고 건수가 100여건에 지나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권 사무처장은 설명했다.
권 사무처장은 “키소가 지난 5월부터 가짜뉴스 신고센터를 운영하면서 가짜뉴스 신고를 받아보니 한국형 가짜뉴스란 게 우리 사회가 걱정하는 만큼의 문제인지, 어떤 정치적인 의제가 될 만큼의 영향력이 있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며 “신고를 받아보면 대부분은 정치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신고자들이 TV조선, JTBC, 경향신문 등에서 나온 뉴스가 자신의 신념과 다르면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이런 한국식 가짜뉴스는 가짜뉴스의 변방이라 생각해도 무방하다”고 역설했다.
또한 “100여건 중 네 건 정도가 진짜 가짜뉴스였고 대부분 대통령, 북한과 관련된 유튜브 콘텐츠였다”며 고 덧붙였다.
황창근 홍익대 교수는 “가짜뉴스를 대처하기 위해 입법적인 노력을 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체로 우리 사회가 가진 법 만능주의의 소산이라고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사회적이고 국가적인 공론에 대해 논쟁이 가열될수록 (가짜뉴스가 있다 하더라도) 공익에 수렴한다는 미네르바 사건 당시 헌재의 판결처럼, 지금도 헌재 관점에서 오로지 한 가지 결론밖에 없다”면서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서 국민들에게 (가짜뉴스 유포) 자제를 당부하는 것이라면 큰 의미가 있지만, 잘못하면 사회 공동체의 건전한 공론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여태껏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던 가짜뉴스를 제재로 한 연구 결과가 공개돼 관심이 집중됐다. 염정윤 고려대 교수는 가짜뉴스 이용의 예측 요인과 팩트체크가 가짜뉴스 확산 현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이번 염 교수의 연구는 뉴스 형식을 띤 가짜 게시물로서의 가짜뉴스에 대해 연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염 교수는 "여태까지 가짜뉴스를 직접적으로 연구한 건 없었고, 기존 허위 거짓정보에 대한 연구는 있었으나 루머나 오정보에 대한 연구에 그쳤다"며 "가짜뉴스는 그런 뉴스와는 다르게 뉴스라는 형태로 유포되기 때문에 거짓 허위정보와는 구별되는 형태여서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연구 결과에 대해 염 교수는 “연구 결과 미디어의 메시지를 옳고 그름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좋은 사람은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의도가 적었다“면서 ”그러나 온라인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가짜뉴스 생산과 소비하려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가짜뉴스 전파 의도 역시 강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사람들은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평소 신념과 불일치하는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폄하하는 게 검증 됐다”며 “연구 결과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는 팩트체크를 통해 반박한다면 신념과 일치하는 가짜뉴스라도 팩트체크 효과가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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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염 교수는 “가짜뉴스 문제에 미디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이는 단 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성인을 교육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며 “보다 직접적이고 비교적 즉각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팩트체크가 현 시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대응책”이라고 제안했다.
김유향 국회입법조사처 팀장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짜뉴스 논의가 이렇게 많이 됐음에도 사실 이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뾰족한 방법과 연구가 없었던 이유엔 연구 환경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짜뉴스란 이름 때문에 미디어 연구자만 연구하다보니 미디어리터러시(미디어 이해) 교육 밖에 방안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정치학의 민주주의 연구자들이 가짜뉴스를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