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중국 사업 쇄신 전략에 힘쓰고 있다.
정 부회장은 2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서울회의 비공개 환담에 참석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왕융 중국 국무위원장을) 처음 만난다”며 “간단하게 인사드리고 중국에서 잘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16일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 쇄신 인사가 발표된 후 나흘만에 왕융 중국 국무위원장 등 중국 국가 고위직을 만났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움츠러든 현대기아차 중국 내 사업 활기를 띄우기 위해 중국 국가 고위직 인사를 만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9월 현대차 부회장직 시절 중국 내 고품질 신차 생산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지난해 7월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 공개 행사 현장에서 “충칭공장은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전략에 부응하여 중국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충칭시에 최첨단의 친환경 및 스마트 공장으로 건설됐다”며 “중국 동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자동차 메이커로서 중국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의 신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부회장의 청사진은 초반부터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충칭공장 행사가 진행된 지 두 달만인 지난해 9월 베이징 1공장, 베이징 2공장, 베이징 3공장, 창저우 공장, 충칭공장 등이 협력업체 대금 지급 문제로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의 중국 내 판매량도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상반기 현대차 중국 판매량은 38만대로, 올 한 해 중국 내 판매 목표량 90만대를 채우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위기감을 느낀 현대차그룹은 올해 세 차례 중국 사업 관련 인사를 단행했다.
7월에는 터키 법인장 윤봉헌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북경현대기차 총경리에 임명했고, 8월에는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을 중국상품담당으로 겸직 발령시켰다. 정의선 수석부회장 발령 이후 지난 16일에는 현대기아차 중국사업본부장 이병호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고 중국사업총괄에 임명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근 개막한 중국 광저우모터쇼에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고,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탑재된 차량도 공개했다. 쇄신 인사 뿐만 아니라 신기술을 내세워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뜻이다.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은 중국형 신형 싼타페 ‘셩다‘에 최초로 탑재됐다. 운전자의 지문 정보를 활용해 자동차 열쇠 없이도 차량 도어 개폐와 차량 시동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지문 인증 시 시트와 아웃사이드 미러가 운전자 설정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고객 맞춤형 기능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기아차 중국형 신형 스포티지(즈파오)에 탑재된 ‘샤오두’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물론 날씨, 뉴스 안내, 개인 스케줄 관리 같은 비서 역할부터 자동차 내비게이션, 공조시스템, 도어 개폐 등 차량 관리까지 가능하다.
현대기아차가 여러 차례 중국 관련 인사와 신기술을 내놓는 이유는 급변하는 중국 내 시장을 맞추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정의선 부회장은 신기술 탑재에 긍정적인 중국 시장에 계속적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중국서도 고성능·수소전기차 집중..과제도 산적
앞으로 현대차그룹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고성능차량과 수소전기차 육성에 전념할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 극복 방안 중 하나로 수소에 주목하고, 지난 2월 '중국 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산업 혁신연합'을 출범시켰다. 2030년까지 수소전기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개소를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미 한번 충전으로 최대 609km를 갈 수 있는 넥쏘를 내놓은 현대차는 중국 정부의 정책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를 위해 베이징칭화공업개발연구원과 공동으로 '수소 에너지 펀드‘를 설립하는 등 수소전기차 판매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 내 고성능차 육성도 현대차그룹의 관심 거리 중 하나다. 아직 초기 구상 단계이지만, 빠른 시기에 고성능 브랜드 N의 중국 런칭 계획과 방향성을 전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부회장의 중국 전략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구체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남은 과제가 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전기차 판매다.
국내 전기차 전문 리서치 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내년부터 일반 승용 전기차 보조금을 줄인다. 주행거리 150km 이상 200km 미만 전기차는 아예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되며, 200km 이상의 장거리 전기차도 점차적으로 보조금이 줄어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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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는 지난해 한번 충전으로 270km 주행 가능한 위에동(아반떼) 순수 전기차를 공개했다. 추후 코나 일렉트릭 등을 중국에 투입해 중국 전기차 수요를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정책이 나오면서, 정의선 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임원들의 고민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