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키워드는 보편요금제와 단말기 완전자급제였다.
특히, 지난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완전자급제가 태풍으로 자리 잡았지만 국감이 끝나고는 미풍으로 그치는 모양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정감사가 끝난 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완전자급제에 대한 시장의 관심은 급격히 멀어지는 분위기다.
■ “완전자급제 치밀한 준비작업 필요”
세계적으로 완전자급제를 법제화한 사례가 없고 헌법상 영업의 자유 침해에 해당될 수 있는데다가, 유통시장 변화에 따른 소비자 혼란이나 유통망 구성원들에 대한 구체적 대안도 없이 밀어붙였다가 추진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정부는 완전자급제의 법제화가 아닌 행정적인 방법으로 제도 도입 효과를 이끌어내겠다고 한 상태여서 향후 어떤 대책이 나올 지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기본 취지는 가계통신비에서 단말기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에서 찾은 방법 중 하나”라며 “법제화를 통해서 하는 방법이 있고 법제화 못지않게 시장을 유도하는 행정적인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밝힌 바 있다.
또 “반드시 전제해야 할 부분은 선택약정할인 25%를 유지해야 하고, 유통점에서 종사하는 6만명의 종업원과 유통채널 구조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 전제를 지키는 선 안에서 단말기의 가격 부담을 낮추는 묘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정부의 구상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산 단말의 자급제 출시 확대와 함께 가성비 높은 해외 단말이 국내에서도 쉽게 유통될 수 있도록 전파인증 절차를 간소화 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국회, 알뜰폰 고사위기부터 해결해야”
업계에서는 국회가 당장 제도도입이 쉽지 않은 완전자급제보다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알뜰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편요금제가 서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최대한 줄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정작 이 요금제 때문에 중소 통신사인 알뜰폰의 설자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6월 국회에 제출한 보편요금제 법안이 잠자고 있는 동안 이동통신 3사가 자율적으로 보편요금제 준하는 요금제를 먼저 내놓으면서 법적 공백이 발생된 탓이다.
해당 법안에는 이통사가 보편요금제를 출시했을 때 알뜰폰 사업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보편요금제에 대한 대가는 다른 전기통신사업자가 해당 전기통신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정해야 한다’는 특례 조항이 포함돼 있다.
보편요금제에 대해서는 현행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 결과와 별도로 도매대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알뜰폰 사업자도 보편요금제 경쟁에 나설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통 3사가 법제화 이전에 보편요금제를 선행 출시하면서 국회에서는 해당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 보편요금제 법안만 처리돼도 최근 가입자 이탈로 고사위기에 놓은 알뜰폰 사업자들이 한 숨을 돌릴 수 있는데”라면서 “이해관계자도 많고 유통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걸려 있어 언제 합의가 이뤄질지도 모르는 완전자급제 타령만 하는 것은 포퓰리즘 아니냐”고 한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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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가 지난 5월 가장 먼저 보편요금제를 내놓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8월에 잇따라 상품을 출시했다”며 “통상 이통사들이 신규요금제를 내놓고 이를 알뜰폰에 열어주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리는데 되도록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