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알뜰폰 가입자 이탈이 눈에 띄게 심화되고 있다. 상반기 월 1만명 미만이었던 이탈 가입자 수가 7월부터는 월 2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2만3천406명으로 역대 최대 순감치를 기록했다.
지난 5월부터 이통 3사가 데이터 요금제 개편을 하면서 소위 보편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이탈 폭이 커졌다. 알뜰폰 업계는 이러한 요금제 개편으로 도매요금(하위시장 가격)보다 소매요금(상위시장 가격)이 더 싼 이윤압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거래 위반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알뜰폰 가입자는 총 793만명으로 지난해 752만명에서 41만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추세라면 연내 알뜰폰 가입자는 800만명 돌파가 무난해 보인다.
알뜰폰 가입자는 이동통신시장의 약 12%에 이르는 800만명 문턱에 와 있을 정도로 외형적인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속 내용은 썩 좋지 않다. 누적적자폭이 2016년 319억원에서 지난해 264억원으로 줄었지만 알뜰폰 사업자들은 여전히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특히, 이통 3사가 자율적으로 내놓은 보편요금제 출시 이후 2~3만원대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는 이탈하고 선불 저가가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 알뜰폰 사업자들을 더욱 곤궁에 빠트리는 상황이다.
정부가 법제화로 추진한 보편요금제는 월 2만원대에 음성 150~210분, 데이터 900MB~1.2GB였지만, 이통 3사는 월 2만4천원대(부가세 및 25% 선택약정할인 적용 시)에 음성?문자 무제한, 데이터 1~1.3GB(KT 1GB, SK텔레콤 1.2GB, LG유플러스 1.3GB)를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 때문에 이통 3사가 보편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알뜰폰보다 이통사의 요금제가 더 저렴한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일례로, 데이터 1.2GB를 제공하는 CJ헬로(더 착한 데이터 1.2G)와 SK텔레콤(밴드 데이터 1.2GB)의 요금제는 각각 2만5천200원과 2만7천원으로 알뜰폰이 1천800원 더 저렴했지만, SK텔레콤이 보편요금제로 내놓은 T플랜 스몰(2만2천50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SK텔레콤이 2천700원(이상 부가세 별도) 저렴하다.
현재의 망 도매대가로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의 보편요금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중저가요금제 이용자들의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통사들에게 보편요금제 출시를 압박한 것이, 오히려 중저가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가계통신비 인하에 톡톡한 역할을 해온 알뜰폰 사업자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일단,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새롭게 합의된 도매대가가 적용되면 상황이 호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도매대가 합의가 이뤄지면 통상 2개월 뒤부터 요금제에 반영되기 시작한다”며 “SK텔레콤과 알뜰폰 사업자 간 지난 9월17일 도매대가가 합의됐기 때문에 이달부터는 이것이 반영된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어 어려움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합의된 도매대가에서는 종량제의 경우 데이터는 1MB당 4.51원에서 3.65원으로 19.1% 인하됐으며, 음성은 분당 26.40원에서 22.41원으로 15.1%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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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적용되는 수익배분 도매대가는 2.2GB 요금제의 경우 45대 55(SK텔레콤 몫 vs 알뜰폰 몫)에서 42.5대 57.5, 3.5GB는 47.5대 52.5에서 45대 55, 6.5GB는 50대 50에서 47.5대 52.5, 11GB+일2GB는 55대 45에서 51.5대 49.5 등으로 개선됐다.
알뜰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새 도매대가가 적용되더라도 마케팅 파워를 가진 이통사와 알뜰폰 간 경쟁이 쉽지 않다”며 “이통사들이 내놓은 새 요금제 중에서 보편요금제 만이라도 알뜰폰 사업자들이 출시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