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가입자가 또 줄었다. 역대 최다 순감을 겪었던 지난 9월보다 1천여명이 더 빠져나갔다.
알뜰폰 가입자 순감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LTE 요금제 개편 시점과 맞물린다.
이통사들이 저렴한 요금제를 내놔 가입자들이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LTE 요금제의 경우 알뜰폰 사업자들이 해당 요금의 일부를 이통사에 지불하고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가격을 내린 신규 요금제는 알뜰폰 사업자들에 제공되지 않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가입자 이탈을 막으려면 이통사에게 LTE 요금제를 비싸게 구입해 신규 요금제보다 더 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자본에 여유가 있는 이통사 알뜰폰 자회사와의 출혈 경쟁도 감수해야 한다.
정부가 지정하는 저가 요금제를 1위 사업자에 출시하게 하는 '보편요금제'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이통사 간 자율적 요금 개편이 일어났지만, 알뜰폰 사업자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해 나타난 결과로 분석된다.
■알뜰폰, 가입자 순감 반 년 째 지속
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약 47만4천330여건을 기록했다. 추석 연휴가 껴 있던 9월에 비해 영업일이 늘어남에 따라 약 4만여건 증가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별 가입자 유치 현황을 보면, SK텔레콤 가입자는 5천717명 순감했다. KT는 498명, LG유플러스는 5천219명 순증했다.
알뜰폰 가입자는 총 2만3천406명이 빠져나갔다. 9월 순감 가입자 수인 2만2천636명보다 많이 이탈해 역대 최대 순감치를 경신했다.
이통 3사가 올해 들어 기존 LTE 요금제보다 1~2만원 저렴한 꼴의 신규 요금제를 내놨지만, 이를 알뜰폰에 공급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비싼 기존 요금제만을 재판매하게 되면서 알뜰폰의 주요 특징인 가격 경쟁력이 약해졌다.
실제 이통사 중 처음으로 KT가 LTE 요금제 전 구간을 개편한 5월부터 알뜰폰 가입자는 순감을 지속하고 있다.
■"알뜰폰 특례 시급"...이통사 新요금제 팔게 될까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 하락을 우려, 국회에 제출한 보편요금제 관련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알뜰폰 사업자 대상 특례 조항을 넣었다. 알뜰폰 사업자가 현재 망 도매대가 이하에서 동일한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이 통과되지 않은 채 이동통신 3사가 사실상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알뜰폰 가입자의 이탈이 심화되는 상태다.
이에 따라 여야 이견이 갈려 조기에 결론이 나기 어려운 보편요금제 대신 이통사의 신규 요금제를 알뜰폰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 감소 추이를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통사들이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고 망 도매를 하지 않아 알뜰폰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이통사의 신규 요금제를 알뜰폰에 판매하도록 의무화하지 않으면 알뜰폰 가입자가 지속 이탈할 것으로 본다"며 "연내 관련 법안 통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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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신규 상품을 바로 타사에 공급하라는 것이라며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요금제 출시에 드는 인력, 시간, 비용 등을 감안하면 출시 즉시 알뜰폰에 재판매하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는 설명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가 어려우니 이통3사의 신규 요금제를 싸게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건, 케이블TV 업계가 어려우니 최신 영화를 극장 개봉 즉시 케이블TV에서 반값에 팔게 해달라는 소리랑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