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기차충전방해금지법' 제대로 되고 있나

오락가락 행정에 시행일 혼선, 계도기간도 연기 '어수선'

기자수첩입력 :2018/11/12 16:45    수정: 2018/11/12 18:28

순수 전기차의 편리한 충전과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 혼란으로 해당 법안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계도 기간을 연장하는 등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일반차량의 충전소 내 주차와 충전 이후 장시간 주차하는 전기차 오너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일반자동차가 전기차 충전시설에 주차하면 과태료 10만원, 충전소 구역 내 또는 충전소 주변에 물건을 적치해 단속되면 과태료 10만원, 충전소임을 표시하는 구획선 또는 문자를 임의로 지우면 과태료 20만원, 충전기를 고의로 훼손한 경우도 과태료 20만원이 부과된다.

지난해 8월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의해 대표발의된 해당 법안은 올해 3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해 공포됐다. 법안 시행일자가 공포 이후 6개월 이기 때문에 9월 21일부터 법안이 시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방해금지법은 공포 후 시민들의 일부 반대에 부딪쳤다. 법안 단속에 걸릴 때 내야 하는 벌금이 만만치 않았다는 의견과 개인 사유지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소는 제외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외 충전금지' 문구가 부착된 서울 세종로 공영주차장 내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결국 산업부는 관련 법안 시행령을 오는 7월에서야 발표했다. 시행령에서는 법안 시행 시기가 공포 후 6개월로 표기돼, 자연스럽게 해당 법안이 내년 1월로 연기되는 것으로 결정됐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지사항은 전국 모든 지자체로 전파됐다.

그러나 산업부의 결정은 법제처의 제동으로 자동 폐기됐다. 법안을 연기하면 국민적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다.

결국 산업부는 충전방해금지법 일부 개정안을 9월 18일자로 발표했고, 해당 법안은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법안 부칙에는 “이 령(令)은 2018년 9월 21일부터 시행한다”고 표기됐다.

혼란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내년 1월로 법안이 연기된 줄 알았던 지자체는 “관련 예산과 정책 방향 준비가 안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전기차 보급대수가 많은 도시인 서울, 대구, 제주 등은 법안 시행 이후 별도 계도 기간을 정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31일까지 계도 기간을 설정한다는 정책을 내놨다.

서울에 한 공영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소 앞에 일반차가 주차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하지만 서울 등 일부 지자체는 법안 계도기간을 최대 내년 3월까지 연장했다. 법안을 제대로 정착시킬 환경이 조성되지 못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아직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락가락 행정이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킨 셈이다.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는 전국에 설치된 모든 공공 급속충전기에 충전방해금지법 안내문구를 부착하고, 위반 시 벌금이 부과된다는 내용까지 알렸다. 하지만 아직 역부족이다. 아직도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앞에 주차하는 일반차량 사례가 많고, 이를 근절시킬 정부의 추가 대안과 노력이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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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차인 전기차 보급대수 확산을 위해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산 뿐만 아니라 방해 없이 누구나 쉽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