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등장한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의 문법을 바꿨다. 단말기 성능에서 생태계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앱스토어가 아이폰 성공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건 그 때문이다.
하지만 난 아이폰의 진짜 중요한 혁신은 ’가상 키보드’라고 생각한다. 그 결정 덕분에 스마트폰은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격상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콘텐츠 소비 기기로 생각하는 순간 '화면크기' 고민이 시작된다. 어느 정도가 최적일까? 물론 클수록 좋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휴대성이란 또 다른 장점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휴대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잡스 시절엔 3.5인치 폰을 고집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패블릿을 내놓을 때도 4인치폰을 고수했다.
왜 그랬을까?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스마트폰은 어차피 TV 같은 스케일을 줄 순 없다. 차라리 해상도로 차별화하는 게 낫다.
둘째. 더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다른 제품(태블릿, 즉 아이패드)을 사면 된다.
이 전략에 따라 애플은 2010년 아이폰4 때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또 2012년 내놓은 아이폰5은 세로 길이만 살짝 키웠다. HD 콘텐츠 최적화를 강조한 전략이었다.
■ 화면 키우기 주도한 삼성, 폴더블폰으로 '화룡점정' 성공할까
삼성전자는 달랐다. 2011년 5.3인치 갤럭시 노트부터 화면 크기로 승부했다. 당시로선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큰 화면이었다. 패블릿으로 불렸던 ‘큰 화면 폰’은 사실 적잖은 모험이었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에 밀릴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화면 전쟁’에서 스마트폰이 태블릿에 승리했다. 이젠 애플조차 ’6인치 폰’ 대열에 가세했다. 이 대목은 삼성이 이뤄낸 중요한 혁신이다.
삼성이 2013년 선보인 갤럭시 라운드도 마찬가지다. 화면을 조금이라고 크게 하려는 시도였다. 물론 이 제품은 크게 성공하진 못했다.
이런 배경을 깔고 보면 “삼성은 왜 스마트폰 화면을 휘려는 걸까”란 질문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다. 몇 년째 계속된 ‘화면 전쟁’의 일환일 수 있단 얘기다.
이와 관련해 삼성 관계자는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폴더블폰은 폰을 접는다는 개념보다 펼친다는 데 더 큰 의미와 가치가 있다.”
펼친 폰의 장점은 뭘까? 미국 씨넷이 몇 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게임 이용자들은 대형 화면에서 좀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화면을 분리한 뒤 멀티태스킹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다.
한쪽 디스플레이를 가상 키보드, 다른 쪽은 입력창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같은 콘텐츠를 양쪽 화면에 띄운 뒤 마주 앉아서 즐길 수도 있다. 보던 영상을 끊지 않고 통화를 할 수도 있다.
그 뿐 아니다. 베젤리스 폰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들을 오히려 과도기 제품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다.
물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디스플레이를 자주 휘는 게 만만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디스플레이가 파손될 수도 있다.
배터리와 부품 처리도 고민거리다. 한쪽에 배치할 경우엔 폰이 불균형스러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을 선보인 로욜은 디스플레이 수명 문제는 플라스틱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유리만큼 인기있는 부품은 아니다. 또 로욜은 배터리는 오른쪽, 다른 부품은 왼쪽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불균형 문제를 해결했다.
과연 삼성이 내놓을 폴더블폰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8일 새벽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F 소개 행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이다.
■ "폴더블폰은 접는 폰이 아니라 펴는 폰이다"
전문가들은 갤럭시F가 7.3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8150 프로세서에 내부 저장용량은 512GB란 설이 유력하다. 마이크로SD 카드로 저장공간을 보충할 수도 있다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고동진 삼성 IT-모바일(IM) 부문장은 지난 10월 미국 씨넷과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우리가 폴더블폰을 팔기 시작할 땐 틈새 시장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장은 확대될 것이다.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을 필요로 할 것으로 낙관한다.”
고동진 사장의 이런 장담이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할까? 8일 새벽 열리는 갤럭시F 공개 행사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8일 행사에선 딱 부러진 대답을 듣긴 힘들지도 모른다.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거리를 던져줄 수도 있다.
관련기사
- 폰을 왜 접을까...삼성의 대답 관심집중2018.11.07
- 삼성·화웨이, 접는 스마트폰 '최초' 뺏겼다2018.11.07
- 삼성 폴더블폰 윤곽…5G폰도 '최초' 노려2018.11.07
- "삼성 폴더블폰 '갤럭시 F', 내년 1월 공개"2018.11.07
따라서 삼성이 폴더블폰에 왜 애착을 갖는지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답을 찾기 위해선 질문을 바꿀 필요가 있다.
“삼성은 왜 스마트폰을 펴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