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용 봉지 재료 선두 업체인 일본 히타치화성(日立化成·히타치카세이)이 자사 제품 화학 검사 데이터를 조작해 온 사실이 발각되면서 이 업체로부터 소재를 공급받는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이번 검사 비리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품질 문제로 번질 우려도 있어 일본 정부 당국 조사 결과에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히타치제작소의 자회사인 히타치화성은 30일 성명을 내고 자사 봉지재 제품 일부의 화학 소재 검사 과정이 부적절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지난 28일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이 의혹을 제기한 지 이틀 만이다.
■ IC용 봉지재 시장 점유율 40%…피해 규모 아직 몰라
문제가 된 소재인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EMC)는 반도체 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에폭시 수지 봉지재다. 스마트폰이나 PC를 분해하면 볼 수 있는, 반도체를 덮고 있는 검은 커버 부분에 해당한다.
봉지재는 반도체 등 첨단 부품 제조 시에 집적회로(IC) 칩을 덮어 빛과 먼지, 열을 차단하고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봉지재가 불량이라면, 반도체 수명뿐 아니라 전자제품·PC·자동차 등 완제품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히타치화성은 지난 2012년 10월 일본 닛토덴코(日東電工)의 봉지재 사업을 인수한 후 글로벌 시장에 EMC를 공급해오고 있다. IC용 시장 점유율은 약 30~40% 정도로 2위를 기록 중이다.
이날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히타치화성은 지금껏 고객사 납품 계약과는 다른 방법으로 자사 제품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사 일자와 고객사 피해 규모 등의 자세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히타치화성은 잘못된 검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했다. 또 음극재 등 자사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잘못된 검사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일본 정부 당국도 히타치화성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 조사위원회로부터 결과를 보고 받은 후 즉시 공표한다는 방침이다.
■ 국내 업계도 비상…"대부분 업체에 공급될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팹(Fab·반도체 제조시설)을 소유한 국내 부품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조사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일단은 예의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봉지재 시장에서는 아직도 일본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건재하고, 특히 히타치화성은 DAF 등 일부 소재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을 능가하는 수준"이라며 "소재 공급 여부 자체는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업체들이 밝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제조 업체에 히타치화성의 봉지재가 적은 비율일지라도 공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히타치화성이 화학 검사 조작 논란에 휩싸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산업용 납축전지의 일부 제품 검사 과정에서 한차례 데이터 조작 논란이 빚어졌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무려 7년여간 잘못된 방법으로 검사를 진행해왔다. 총 6만 대의 전지가 이 검사 과정을 거쳤고, 전세계 약 500여개 거래처가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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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에도 히타치화성이 고객사와의 맺은 납품 계약과는 다른 방법으로 제품 검사를 실시해 물의를 일으켰다"며 "심지어는 실측된 값과 다른 데이터를 검사 결과지에 기록해 고객사에 제출한 혐의도 있는 걸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회사로부터 제품을 납품받는 업체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업계가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며 "아직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