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풀프레임은 100년 전 낡은 규격"

미러리스 후발주자로 살아 남기 위한 '고육지책'

홈&모바일입력 :2018/10/29 08:00    수정: 2018/10/29 10:24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가 다음달에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인 GFX 50R을 출시한다. 이를 위해 26일 한국을 찾은 후지필름 본사 광학전자영상사업부 우에노 타카시 과장은 "35mm 풀프레임은 100년 전 라이카가 만든 낡은 규격이며 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며 풀프레임 카메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가 GFX 50R 미디어 세미나를 진행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는 2013년부터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해 온 소니는 물론 최근 시장에 EOS R, Z7 등 풀프레임 미러리스를 출시한 캐논과 니콘 등 제조사를 겨냥한 발언이다.

■ "풀프레임 미러리스, 무게에서 불리하다"

X 시리즈, GFX 시리즈 등 후지필름 미러리스 카메라 상품 기획을 담당해 온 우에노 과장은 "우수한 화질이나 익숙함, 배경흐림 효과 등을 들어 풀프레임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고 화질이 좋아질 가능성도 있지만 잃는 것도 많다"고 주장했다.

소니 알파7 Ⅲ와 후지필름 APS-C 미러리스 카메라 기자재 비교.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어서 "35mm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인 소니 알파7 Ⅲ와 자주 쓰이는 화각의 렌즈 5개로 구성할 경우 전체 무게는 5.2kg이며, 후지필름 APS-C 미러리스 카메라와 같은 렌즈를 구성할 경우 전체 무게는 3kg이다. 여러 기자재를 메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사진가에게는 2.2kg라는 무게가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무게 차이는 렌즈 구경에서 온다. 렌즈 구경이 커질수록 무게는 무거워지지만 보다 많은 광량을 센서에 전달해 밝은 환경은 물론 어두운 환경에서도 보다 나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 "100년 전의 낡은 규격에 집착할 필요 없다"

이에 대해 우에노 과장은 "현대 카메라의 화질은 렌즈 뿐만 아니라 카메라에 내장된 소프트웨어, 다시 말해 영상처리엔진에도 구애받는다"고 반론했다.

후지필름은 렌즈와 영상처리엔진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사진=지디넷코리아)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중형 카메라와 대형 카메라, 35mm 필름용 렌즈를 고루 개발해 왔고 영상산업에 쓰이는 렌즈를 개발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필름 개발 시절의 노하우를 적용한 색상을 결합해 이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또 "35mm 풀프레임 규격은 1914년 라이카가 만든 낡은 규격이다. 적절한 렌즈와 영상처리엔진을 갖춘 스마트폰 카메라에 찍는 사람의 능력이 더해진다면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모바일 기기에는 2천만 화소도 충분"

그러나 35mm 풀프레임 센서를 단 카메라와 APS-C 규격 카메라는 해상력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사진의 색감 역시 각종 필터는 물론 어도비 라이트룸이나 DxO 캡처원 등 디지털 사진 전문 소프트웨어로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

이 질문에 우에노 과장은 "예전에는 사진을 인쇄물로 감상했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본다. 전문 사진사들 역시 사진은 2천만 화소로 충분하다는 의견이다. 또 고화소로 촬영한 상업 사진을 편집 과정에서 잘라내 전체 화소를 줄이는 일도 빈번하다"고 반박했다.

또 "후지필름이 생산하는 카메라의 색감은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영상처리엔진에서도 함께 구현한다. JPEG 파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은 어도비 라이트룸 등 어떤 소프트웨어로도 구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자기부정의 함정에 걸린 '풀프레임 무용론'

후지필름이 이처럼 무게와 휴대성 등으로 풀프레임 시장을 비판하는 것은 현재 후지필름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후지필름은 2006년 파인픽스 S5 프로를 끝으로 DSLR 시장에서 철수했다. (사진=후지필름)

후지필름은 과거 6각형 CCD를 두 개 조합한 허니컴 CCD를 장착한 DSLR 카메라인 파인픽스 S프로 등을 내놓았지만 2006년 마지막 제품인 파인픽스 S5 프로를 끝으로 DSLR 카메라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후지필름이 미러리스 카메라를 앞세워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12년이며 캐논이나 니콘, 소니와 달리 미러리스 카메라에 대한 기술력이나 노하우, 특히 영상처리엔진의 성능이 크게 뒤떨어진다. 캐논이나 소니와 달리 CMOS 센서도 외부에서 공급받는다.

우에노 과장 역시 "시장에 늦게 진입한 상황에서 기존 회사를 압도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현재는 오토포커스 성능이나 렌즈 라인업 등을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공개된 X-T3는 상당히 가까운 수준까지 쫓아왔고 지난 10월 영국 시장에서 판매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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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재 후지필름의 전략은 소니는 물론 올 하반기 들어 앞다투어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내놓고 있는 캐논이나 니콘을 '무겁고 불편한 카메라'라는 프레임으로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후지필름이 오는 11월 출시할 중형 미러리스, GFX 50R. (사진=지디넷코리아)

이런 전략은 2016년 기존 APS-C 규격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더 무겁고 처리 속도도 느린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인 GFX 50S를 내놓으며 자기 부정에 빠진 상태다. 그러나 "GFX 시리즈는 X 시리즈가 보여주는 화질 이상을 원하는 사진가를 위한 제품"이라는 것이 후지필름의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