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주가는 18일 기준으로 연초대비 40% 가량 빠졌다. 30조원을 웃돌던 시가총액도 20조원을 간신히 지키고 있다. 주식시장 전체가 안 좋기는 하다. 그래도 이 기간 주가지수 하락폭이 20%를 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 하락폭은 평균보다 2배 이상 더 큰 것이다. 불과 10개월 만에 10조원 이상이 사라진 셈이다. 10조원은 네이버를 추격하는 카카오가 잘 나갈 때 시가총액이다.
#이해진 창업자와 네이버는 국정감사 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의 단골 사냥감이었다. 털 메뉴도 많았다. 뉴스 편집은 기본이고 독과점에 따른 온갖 문제들도 따지자고 들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였다. 올해는 분위기가 약간 바뀌었다. 이해진 창업자가 대통령을 따라 유럽에 간 영향도 있지만, 네이버보다 구글이 더 타깃이 됐다. 엄청나게 돈을 벌어가면서 세금을 안 내 모두를 화나게 했다.
#내년 6월이면 네이버 창립 20주년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네이버는 인터넷 업계 1등을 놓쳐본 적이 없다. 방문자 매출 체류시간 어떤 항목으로 비교해도 다른 기업의 추종을 불허하는 단독 선두였다. 하지만 1~2년 전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IT 핵심 트렌드가 모바일과 동영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역전이 일어났다. 모바일 앱 체류시간에서 네이버(700)는 1위 유튜브(1019)에 밀려 3위다.
#문득 국내 인터넷 시장이 5년 뒤 어떻게 변해 있을 지 궁금해졌다. 우선 현재를 보자. 20년 아성의 네이버가 사상 처음으로 부분적으로나마 외국 기업에 1등자리를 내주었다. 그에 맞춰 주가는 40% 폭락한 상황이다. 느낌이 좋지 않다. 그런 분위기는 의원들도 비슷하게 느낀 모양이다. 올해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 그렇다. 인터넷 업계 주요 공격 대상이 네이버에서 구글과 유튜브로 바뀌었다.
#진짜로 어떻게 변해 있을까. 네이버의 위상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구글과 유튜브가 판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데 한 표를 건다. 모바일 앱 체류시간의 변화는 그 방향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주가 폭락은 눈치 빠른 자들이 이미 그쪽 패에 승부를 걸었다는 증좌일 수 있다. 임계치를 지나면 쏠림현상이 가속화하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성을 거슬러 되돌린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때가 되면 국내 인터넷 시장 1위 유튜브는 그저 재미나 주는 동영상 사이트가 아닐 것이다. 지금 네이버가 그런 것처럼 3천만 명 가량의 우리 국민이 하루를 유튜브로 시작해 유튜브로 끝낼 것이다. 영화나 스포츠 중계를 유튜브에서 보고 회화를 비롯한 공부도 유튜브에서 하며 뉴스도 유튜브로 듣고 상품 구매할 때도 유튜브에서 검색할 것이다. 지금 네이버에서 하는 모든 일을 유튜브에서.
#규모를 떠나 닷컴 비즈니스를 하는 많은 사업자들은 당연히 유튜브에 줄을 설 것이다. 자사 서비스나 상품이 유트브의 더 좋은 공간에 배치되고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는 게 그 모든 비즈니스의 전제조건처럼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인터넷 악덕기업’ 네이버는 심판을 받고, 미국의 최첨단 기업 유튜브가 더 좋은 기술로 우리 기업이 좋을 사업을 하게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뭐가 문제인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게 구글 모토인데. 그 모토의 의미는 협력사와 이용자를 최선을 다해 돕자는 것 아니겠는가. 단지 세금만 안낼 뿐이지. 이용자는 더 편리해지고 기업들은 더 좋은 플랫폼을 활용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정보를 다 넘겨준들 어떠한가. 쓰기 편하면 그만이지. 수수료를 좀 더 뗀들 어떠하랴. 더 많이 팔 수 있게 해준다면 그만인 것이지.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골치아파할 존재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네이버 임직원은 당연한 거고 아직 돈을 빼지 못한 주주들도 포함될 것이다. 무엇보다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관료들이 힘들어질 거다. 그들은 지금처럼 세금은 안 낼 게 뻔하고 이에 대한 질타가 빗발칠 터인데 여전히 매출조차 알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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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라 해서 갑을 관계가 사라질 리 만무하고,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기업과 언론이 공정거래 풍토를 조성하라면서 정부를 압박할 텐데, 그 일을 위해 매번 미국에 출장갈 수도 없고, 출장 간다고 만난다는 보장도 없으며, 국정감사 때 불러내 혼내려 하지만, 지사장이 나와 “나로선 모른다”고만 답변할 것이니, 어떻게 민원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셈이 되겠지.
#이해진 창업자는 창립 20년을 맞아 이 우울한 조감도 앞에서 만감이 교차하겠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의 엄중함도 새삼 되새기겠다. 인터넷 시장에서 외세를 몰아내고 막아온 게 기업인으로서 남다른 자부심이었을 텐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검색 고도화에 비하면 동영상 사이트는 비교적 쉬운 싸움이었을 수도 있는데 어쩌다 미국 기업에 사이버 영토를 다 내줄 위기에 처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