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너무나 부럽고 두렵습니다

[이균성 칼럼] 철학을 팔다니요

데스크 칼럼입력 :2018/08/17 16:55    수정: 2018/11/16 11:16

구글이나 애플 그리고 아마존을 보면 참 부러운 게 많습니다. 사대주의(事大主義)에 빠진 것도 아니고 우리 기업을 폄하하려는 뜻도 없습니다. 다만 부러울 때가 많다는 거지요. 유럽의 프로 축구를 볼 때와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요. 고수를 만났을 때 같은 일을 하면서도 뭔가 수준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다들 있을 겁니다. 그런 기분요. 괜히 스스로 더 작아지는 걸 느낄 때 말이죠.

구글의 최근 해프닝이 그렇습니다. 중국 관련 건이지요. 중국 공산당의 검열 조치에 반발하며 구글이 대륙에서 철수한 건 웬만한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 어디인가요. 세계 최대 시장 아니겠습니까. 전면적이지는 않지만 부분적인 서비스로 중국에 재진입하기 위해 구글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IT에 관심 있는 분은 아시겠지요. 최근의 해프닝은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발생했지요.

구글이 공산당 검열을 감수하고라도 중국 전용 검색 엔진을 내놓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온 겁니다. 공산당이 싫어하는 검색 값은 제외하는 게 골자지요. ‘드래곤 플라이’란 비밀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구글 정책이 수년만에 정반대로 완전히 바뀐 셈입니다. 구글도 기업이므로 큰 시장을 포기할 순 없겠지요. 돈이 되는데 마다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사진=씨넷)

중요한 건 이 뉴스가 나온 다음입니다. 구글 임직원 1천400명이 이 조치에 반발한 거죠. 지난 2010년 철수했을 때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검열은 전체주의의 상징”이라며 비난했었죠. 이 직원들은 그 일을 상기시키며 중국의 검열 정책에 굴복하는 것은 도덕적이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또 ‘드래곤 플라이’가 비밀리에 진행된 것도 문제라며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지금도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은 언론 가운데 한 곳에서 보도했고, 직원들은 이를 근거로 반발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직원들이 반발하자 선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즉각 해명에 나섰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중국에서 검열 가능한 검색 엔진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공개적으로 말했지요.

그는 또 “중국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고민하고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 만큼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진행이 되고 있었는지 어떤지에 대한 사실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직원의 해명 요구에 CEO가 즉각 응답했다는 점이고, 이 프로젝트가 설사 비밀리에 추진됐었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추진되기는 쉽지 않아졌다는 거죠.

구글 직원들은 지난 4월에도 회사 프로젝트를 무산시킨 적이 있습니다. 미국 국방부와 함께 진행하던 ‘메이븐 프로젝트’였죠. 직원들은 당시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 메이븐(Maven)에서 철수하고 전쟁 기술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라”고 회사에 요구했습니다. 회사는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와 계약을 파기했고, 순다 피차이는 '구글의 AI: 우리의 원칙'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해야만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 이런 이야기들이 사실로 받아들여집니까. 마치 꾸며낸 이야기 같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우리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요. 그런 주장을 한 직원들은 해사 행위로 시말서를 쓰거나 심하면 사직을 했어야 할 거고, 직원들의 주장 때문에 큰 돈을 날리는 결정을 한 CEO는 배임죄로 책임을 물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런데 아직까지 이 뉴스들이 페이크라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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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 거죠. 그래서 부러운 겁니다. 그렇게 하고도 잘 나가니까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구글이나 애플이나 아마존은 기존 기업들과 뭔가 크게 달라 보입니다. 단지 단품으로서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아닌 듯합니다. 그보다는 철학이나 문화나 경험이나 브래드를 판다고 봐야 할 겁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안 보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만약 ‘드래곤 플라이’가 실재했다면 당장의 실적에 목숨이 달린 CEO의 꼼수였겠지요. 일부 통할 수는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더 이상 개방과 공유를 최대 철학적 가치로 내건 인터넷 선도 기업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겠지요. 뿌리를 버리고 잔가지 하나를 취하는 셈일 겁니다. 창업 목적과 기업 철학을 잘 아는 직원들은 이를 가만 놔두지 않은 거구요. 그러니 어찌 부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