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게임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게임규제 선진국이었다.”
한 외국계 게임사 대표의 발언이다.
그동안 한국 게임업계는 기술력과 게임성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산업을 주도해왔다. 최근에는 문화적 배경과 게임을 즐기는 트렌드가 달라 진입이 어려웠던 북미, 유럽 게임 시장에서도 검은사막, 서머너즈워 등이 성과를 내며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올림픽 진입도 고려되고 있는 게임 대회인 e스포츠 역시 한국이 종주국으로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게임 해외 수출액은 약 5조 원이다. 문화콘텐츠 산업의 해외 매출 비중 중 55%로 게임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를 합친 것보다 매출액이 높을 정도다.
이러한 성과는 게임사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새 시장 개척 및 기술에 적극 투자하고 도전했기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게임시장은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7년째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강제적 셧다운제, PC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등의 규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규제가 늘어나며 일부 대형 게임사를 제외한 중소규모 게임사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정치권의 인식은 국감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동안 게임을 마약과 같은 중독물질로 취급한 것에 이어 올해는 카지노나 경마와 같은 도박 사업으로 규정하는 등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모바일게임의 주요 상품인 확률형 아이템은 특정 범위 내의 아이템 중 하나가 무작위로 주어지는 아이템이다. 정해진 아이템이 아니라 확률에 따라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1일 열린 보건복지위 국감에서도 게임산업은 도박 산업이라며 게임업체에 중독장애 치유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게임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게임업계도 확률형 아이템의 부정적 효과를 인지하고 자율규제 강화안을 시행 중이며, 확률형 아이템 비중을 낮추는 등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이제는 정치권에서도 게임산업을 균형감 있는 지원과 올바른 시선을 가지고 바라 봐줘야할 시기라고 본다.
국내 게임시장은 규제로 인해 개발 환경이 위축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며 일부 대형 게임사의 성과에만 기대는 구조로 치우치고 있다.
해외 게임사도 규제 문제로 국내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특히 모바일게임은 오픈마켓을 통해 서비스 지역에 지사가 없어도 직접 서비스가 가능해지면서 이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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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해외에서 국내 게임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쌓이면서 국내 게임사의 해외 진출 뿐 아니라 투자유치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이끌어온 온라인과 모바일게임 시장 주도권도 중국 등 경쟁 국가로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이라도 국내 게임시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