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공법…"놀이 아냐" vs "놀이처럼 해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2주년 기념 행사 특별 대담

중기/벤처입력 :2018/10/16 19:01    수정: 2018/10/17 08:04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가 꿈이 될 수 도 있고 밥벌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장난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타트업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 작은 회사여도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동대문 시장의 온라인화를 이뤄낸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

“난 반대로 놀이처럼 시작했기 때문에 스타트업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회사가 커지고 있음에도 놀이처럼 보는 게 있다.”(스타트업계 터주대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성공궤도에 오른 두 스타트업 대표들이 16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에서 열린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 출범 2주년 행사에 참석, 스타트업 대표로서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는 생계 전선에서 뛰고 있는 구성원들이 보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반대로 놀이처럼 일한 것이 지금의 회사를 일군 비결이라고 털어놨다.

왼쪽부터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한훈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 서경미 링크샵스 대표,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

이날 대담에는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으며 대담자로 코스포 의장을 맡은 김봉진 대표, 서경미 대표, 기획재정부 한훈 혁신성장정책관, 알토스벤처스 박희은 수석심사역이 참여했다. 이들은 약 10년 간 한국 스타트업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한편 기업가 정신, 투자 유치, 모빌리티 산업, 정부에 바라는 점 등 스타트업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나눴다.

Q. 2년 전 코스포를 설립 당시 목표는 무엇이었나? 2년 후 현재 얼마나 이뤄진 것 같은가?

김봉진: "코스포 창립 계기는 사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님이 스타트업 대표들을 불러 모으면서 시작됐다. 그때 많은 분들이 모여서 이야기 나누다가 임 센터장님이 코스포를 창립하겠다고 발의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규제나 문제가 있으면 직접 이야기 하는 모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저는 배에서 등 떠밀려 물에 빠진 사람처럼 의장을 맡게 됐다. 제가 대머리여서 눈에 잘 띄는 것도 있다.

스타트업 대표들이 규제 때문에 사업 운영이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접수되면서 코스포는 이를 정부에 전달하고자 했다. 2년간 어떤 규제가 어느 하나 속 시원히 풀린 게 없어 의장으로서 죄송스런 마음이 있다. 카풀앱 풀러스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이 문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

한훈: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 완화 관련해 규제샌드박스 총 5개 법이 있는데, 이중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규제샌드박스법이 통과되면 스타트업이 우회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생긴다. 법령이 정비되기 전까지 사업자에 임시허가 해줄 수도 있다. 의료기기나 데이터 경제 관련해서도 성과가 있었다. 가명정보나 익명정보 이슈가 있었는데 이를 좀더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통과됐다.

스타트업들도 이전엔 규제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 담당자도 이를 애매하게 생각해 빠르게 처리하지 못했던 점이 있었다. 규제샌드박스 5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많아서 정부 차원에서의 설명회를 가지려고도 한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한훈 기획재정부 혁신성장정책관

서경미: "정부에 바라는 점은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다. 사업 초기를 생각하면 정부 규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투자를 받아내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다보니 규제 문제도 고민하게 됐다. 규제 때문에 발목을 잡혀 회사 존폐 위기도 온다. 음지였던 동대문 시장을 온라인 영역으로 끌고 나오다 보니 법과 배치되는 여러 문제가 있었다. 답변을 요구해도 안 오는 경우가 많아 불안한 마음을 가졌던 시간이 길다. 저는 범법을 저지르더라도 이 세상에 좋은 일 하겠다고 해서 겁 없이 하고 있다. 요즘과 같은 스타트업 활황 분위기가 끝나지 않게 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Q. 정부 의지가 크다고 강조했는데 실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빌리티 부분을 보면 스타트업과 택시업계,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가 또다시 택시노조의 공격을 받고 있다. 모빌리티는 한 업계의 이슈가 아니라 정부의 실행력을 판단할 만한 대표적 이슈인 것 같다.

한훈: "모빌리티 쪽은 아직 지지부진한 게 있다. 그 부분은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려고 한다. 여러 보상시스템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택시업계가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공유 숙박업계가 참여하는 해커톤도 있는 만큼, 모빌리티 이슈도 좀 더 지켜봐주면 정부가 의지를 갖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모빌리티 관련해서는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해결하기 어렵다. 택시업계는 26만 택시기사와 이들의 가족까지 100만 명이 힘들어진다고 말한다. 정부는 어떻게 하면 상생하는 구조로 갈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모빌리티 하는 분들은 정부 반응이 너무 뜨뜨미지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근데 정부 입장에서는 이해 당사자들 간 균형을 잡아야 하는 문제도 있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제일 중요한 게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다. 이런 부분에서 혁신성장에서 동력이 되고 일자리 창출의 동력이 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꼭 우버 같은 모델이 아니고, 전세버스라든지 기사와 렌트카를 함께 제공하는 모델도 있다. 한국을 바탕으로 글로벌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역할이 되고자 한다."

Q. 투자사가 스타트업 투자 심사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들은 무엇인가?

박희은: "시장, 숫자, 사람 이 세 가지다. 스타트업 하려는 시장이 충분히 큰가, 또 그 시장이 회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성장하느냐다. 대표들은 피칭할 때 마켓 점유율 50%이상 당연히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힘든 일이다. 알토스벤처스는 이 회사가 시장 점유율 15% 가져갈 수 있다고 하면 그럼 충분히 크다고 생각한다. 15%까지만 잡아도 인접시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결국 파도가 동쪽으로 치는데 반대로 가면 제자리다. 오히려 파도가 치는 방향으로 가면 조금만 노력해도 빠르게 갈 수 있다. 시장이 스타트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설정됐는가가 중요하다.

알토스벤처스는 아주 초기 회사에 투자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회사들은 후행 지표를 가지고 있다. 거래액, 활성 이용자 수 등이 있을텐데 알토스벤처스가 집중하는 건 ‘리텐션(재유입)’ 수치다. 고객이 서비스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해 고정 이용자를 확보한 거다. 리텐션이 보장되면 매출과 같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관련해서는 스타트업 비즈니스 성격과 창업자의 성향이 잘 맞느냐를 많이 본다. 알토스벤처스가 투자한 배달의민족이나 링크샵스와 같은 서비스를 보면, 똑똑한 구글 천재 개발자분들이 창업했다고 하면 투자 안 했을 것이다.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 대응, 사업 운영 등 역량이나 실행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창업자분들의 평판도 많이 참고한다. 페이스북에서 서로 아는 친구들을 확인하기도, 평판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평판을 체크한다. 좋은 말만 해준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어느 정도 균형 있기 말해주는 경우를 많이 참조한다."

박희은 알토스벤처스 수석심사역

Q. 창업에 있어 가장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다 보면 아직 준비가 안 된 채 입사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서경미: "스타트업을 하는 이유가 꿈이 될 수 도 있고 밥벌이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자체가 장난은 아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스타트업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있더라. 아직 역량이 없는 분들이 와서 스타트업을 여러 이력 중 하나로 가져가려는 분들도 봤다. 작은 회사여도 책임감이 가장 중요하다. 회사 대표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져갈 책임감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문화는 썩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찮은 데서 일하다 잠깐 지나가는 회사가 아니라,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일 하나는 잘 한다고 인정받게 된다. 그땐 다른 데 가도 좋다. 자기가 하는 일에 좀 더 책임감 갖고 일했으면 좋겠다."

김봉진: "내가 창업하기 전에 여태까지 겪은 일들에 대해 다 알았더라면 창업을 했을까. 많은 사고들이 일어난다. 직원을 뽑아서 믿었는데 뒤통수 맞기도 하고, 투자자가 투자한다 했다 철회하기도 한다. 8년 동안 일어난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데 갔을 거 같다. 많이 알려고 하지 마라. 부딪치면서 친한 대표님한테 가서 물어보면 소주도 사주시고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가는 게 좋다.

전 반대로 놀이처럼 시작했기 때문에 스타트업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부분은 회사가 커지고 있음에도 놀이처럼 보는 게 있다. 일단 한번 해보는 정신이 필요하다. 안 되면 빨리 접고, 좋으면 더 키워볼 수 있다. 도전정신이 창업가들에게 필요하다. 경영학 전공하면 창업 더 잘하나? 모르니까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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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땐 멀쩡히 회사 다니다가 ‘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다’며 커피를 사달라고 하는 직원들이 있다. 얘기를 들어보면 이제 다른 회사를 알아보러 가야 한다고 하더라. 내가 대표인데 오히려 회사에서 잘리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많이 가르쳐줘서 고마웠다고 하면서도 결국엔 나간다고 하다니. 전 몇 백 번은 짤렸다. 구성원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고민한다.

예전엔 열정적으로 일하지 않는 사람에겐 훈계하려고 했다. ‘이렇게 살면 안 돼. 너 나이 땐 이래야 해’라고 말하면 다들 나간다. 이들에게 크게 얘기할 필요 없고, 사람이란 원래 이렇구나 이해하고 기다려 주는 편이 낫다. 나도 네오위즈, 네이버 등 다른회사에 10년 간 다닐 때 생각해보면 열정적이지 않고 그냥 다녔다. 내가 대표가 됐다고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면 안 된다. 퇴사하겠다는 친구들에겐 이메일을 보내 ‘덕분에 회사가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나중에 생각나면 연락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