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과 블록체인의 만남이 또 다시 성사됐다. 이번엔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다.
포브스는 지난 9일(현지시간) 블록체인 기반 미디어 스타트업 시빌(Civil)과 손을 잡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것도 단순하게 시빌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다. 아예 시빌 망에 뉴스룸을 개설하는 ‘농도 짙은’ 제휴 관계를 맺었다.
시빌은 지난 해 7월 출범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뉴스 플랫폼이다. 출범 직후인 지난 해 10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컨센시스로부터 500만 달러 투자를 받으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올 들어 CVL 토큰 발행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현재까지 시빌 스튜디오(Civil Studios)를 비롯한 14개 뉴스룸을 출범시켰다.
물론 포브스가 시빌과 제휴한 첫 언론사는 아니다. 미국 뉴스통신사 AP도 최근 시빌과 손을 잡았다. 시빌 기술을 활용하는 대신 콘텐츠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AP는 사진 콘텐츠만 전송했다.
AP와 달리 포브스는 시빌 뉴스룸에 직접 기사를 송고한다. 시빌의 뉴스룸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시빌과 포브스 측이 “시빌 플랫폼에 콘텐츠를 내보내는 첫 메이저 언론사”라고 의미 부여하는 건 이런 차이 때문이다.
■ 포브스 내부 CMS에 블록체인 기술 접목
이번 제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 포브스는 내년 1분기부터 시빌 네트워크에 기사를 직접 송출한다. 처음부터 모든 기사를 다 내보내는 건 아니다. 초기엔 암호화폐 관련 뉴스만 송출할 계획이다. 효과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전체 기사로 확대 적용한다.
두 번째는 기술 통합이다. 이번 제휴로 포브스의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인 버티(Birtie)엔 시빌 소프트웨어가 통합된다. 사실상 포브스 내부 CMS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포브스닷컴에 송출된 기사는 곧바로 시빌 네트워크에도 관련 메타데이터가 올라가게 된다.
이 대목에서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볼 수 있다.
우선 저널리즘 측면에서 블록체인은 어떤 강점이 있을까?
분산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강점은 콘텐츠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원산지 보증’을 확실하게 해 줄 수 있다. 생산자가 콘텐츠 유통 경로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부분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포브스는 왜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걸까?
포브스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포브스는 2010년부터 외부 기고자 확대를 디지털 전략의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다. 덕분에 지금은 소수 기자들과 다수 외부 기고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하
는 구조가 잘 정착돼 있다.
그런 만큼 외부 기고자들에게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포브스에겐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포브스는 정기 기고자들에게 매달 500달러를 지급한다. 부정기적으로 기고할 경우 250달러를 기본 지급한다. 이 금액들은 일종의 선불 개념이다. 트래픽을 비롯한 다양한 지표들을 토대로 추가 정산한다. 기준에 미달할 경우엔 다 채워야만 추가 고료가 나간다.
이런 방식은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 기고자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 해 1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인 외부 기고자만 100명이 넘는다. 그 중 5명은 포스브 기고로만 2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 스마트 콘트렉트 기능 활용해 외부 기고자 관리
이런 구조로 돼 있는 포브스에겐 블록체인은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스마트 콘트렉트’ 기능은 외부 기고자들을 관리하는 덴 아주 유용하다.
포브스와 시빌 제휴 사실을 최초 보도한 악시오스는 “포브스가 기고자들이 CMS에 글을 올릴 수 있도록 스마트콘트렉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고자들이 좀 더 다양한 곳에 콘텐츠를 내보낼 수 있도록 하겠단 것이다.
기고자들에게도 블록체인이 나쁠 건 없다. 자신들의 콘텐츠가 어디서 얼마나 소비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브스가 자체 CMS에 시빌의 블록체인 기술을 녹여넣으려는 건 이런 부분과도 관련이 있다.
얼마전 AP는 시빌과 제휴하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자사 콘텐츠 유통 현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AP 콘텐츠가 위변조돼 가짜뉴스 도구로 쓰이진 않는지, 저작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는지 등에 대한 확인 수단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하겠단 의미였다.
포브스의 이번 실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정당한 대가 지급’이란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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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저널리즘은 ‘조직’에 쏠렸던 무게중심이 개인 쪽으로 조금씩 넘어가는 추세다. 기사 건별 소비를 넘어 이젠 ‘기자 개인 소비’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포브스의 이번 실험은 블록체인이 ‘저널리즘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살펴볼 좋은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