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산업 육성, 국책과제부터 바로 잡자

[기자수첩] 형식적 연구 많아 예산 낭비 심해

기자수첩입력 :2018/10/05 14:26    수정: 2018/10/05 14:30

국내 3D프린팅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책 방향을 두고 업계가 어느 때보다 격론을 벌이고 있다. 일부 국내사들이 3D프린팅을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지정해달라고 정부에 신청하면서 업계가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졌다.

지정 타당성을 두고 여러 주장과 반박이 오가지만 공통적으로 나오는 지적은 있다.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이 돼서 3년간 공공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 3D프린터를 주로 구매하는 것만으로는 국내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3D프린팅 중소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국책과제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국책과제를 통해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거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책과제는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 분야에서 신기술과 유망한 기업을 발굴할 수 있는 진흥책이다.

다른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3D프린팅 중소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국책과제다.(사진=픽사베이)

문제는 많은 3D프린팅 관련 국책과제가 유망 기술·기업 발굴이라는 본래 의미를 잃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3D프린팅이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로 꼽히면서 2014년부터 관련 국책과제들이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여러 정부부처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STI)에 따르면 올해가 다 지나지 않았음에도 3D프린팅 관련 국책과제 수만 540개 이상이며 이 수는 매년 늘고 있다. 연구비는 보통 수억원 이상이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국책과제도 많다.

3D프린팅 기업들은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과제 중 상당수가 그저 연구를 위한 연구, 시장에 나가지도 못한 채 창고에 쌓아두는 기술,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런 국책과제를 노리고 연구비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도 존재한다.

또 다른 그림자는 기획성 국책과제다. 정부부처나 연구기관 등이 예산을 얻는 데 집중해 실제 시장성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과제를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적당한 목표를 잡고 뜻이 맞는 국내 기업들을 미리 선정한 후 공정한 국책과제처럼 입찰을 진행하는 사례도 있다.

3D프린팅 중기간경쟁제품 지정 찬반 여부를 떠나 업계는 이같은 국책과제를 근절해야 국내 산업 경쟁력이 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는 여러 국책과제에 참여해놓고 시장성 있는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기업과 연구기관 등에는 패널티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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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간경쟁제품 지정을 찬성하는 기업들조차 시장 수요가 기대되는 방향으로 국책과제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업 의지와 기술 차별성을 갖춘 기업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필요에 따라선 3D프린팅에 관심 있는 대기업도 국책과제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노력이 꾸준히 따른다면 성장하는 국내 기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다.

현재 국내 3D프린팅 시장은 글로벌 주요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일부 국내 중견기업조차 공공시장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이미 산업을 키우기 시작한 시기와 기술력 차이가 상당한 상황에서 국책과제는 경쟁 가능성 있는 기업, 집중해야 할 기술 방향과 분야를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카드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국책과제가 본래 목적대로 국내 산업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