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가제, 사업자·소비자에 도움 안돼"

국회 '국가주의적 통신정책' 토론회에서 비판 나와

방송/통신입력 :2018/10/04 11:44    수정: 2018/10/04 11:45

통신요금 인가제, 보편요금제 등 가격 제한 차원의 정부 통신정책에 대해 사업자의 경쟁력과 이용자 후생 양쪽에 악영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국가주의적 통신정책 한계와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의 정책 비판이 등장했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지난 1991년 통신시장의 경쟁 체제 도입 초기에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과도한 요금인상과 약탈적 요금인하를 방지해 후발사업자 보호를 통해 유효한 경쟁시장을 구축하기 위해 도입됐다.

현재 SK텔레콤 이동전화와 KT 시내전화가 요금 인가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보편요금제는 현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공약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내용에 담겨 있다. 정부가 지정하는 저가 요금제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도입하는 것으로, 현재는 데이터 1GB에 월 통신요금 2만원 꼴의 요금제 도입이 언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직접적 요금 규제가 과거 전통적 통신 시장과 달리 현재 데이터 중심의 통합적 시장으로 경쟁 구조가 변화한 점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날 뿐 아니라, 사업자의 인프라 투자를 저해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후생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강조했다.

■"통신 정책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데이터 이코노미 시대의 통신 규제와 혁신' 발제를 맡은 최경대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변화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었던 통신 분야에서도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규제란 금지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면 허용하는 방식의 규제를 뜻한다.

최경대 가천대 교수는 "통신은 규제가 자연스러운 산업이었지만, 시장이 데이터 중심으로 통신사업자 외 부가통신사업자 등이 통합적으로 경쟁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매우 다양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며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다수의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통해 시장을 점유, 형성하고 있고, 또 그들이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감하게 20~30년 전의 규제에서 벗어나 타 산업과 (통신 산업을) 경쟁하게 해야 한다"며 "국민의 보편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원칙 중심의 규제를 만들고, 그 외는 전부 허용해 신 서비스 창출, 이용자 편익 증진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경대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

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요금 인가제의 취지도 퇴색됐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현재는 인가제 없이도 사업자 간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소비자들도 불리한 요금제를 외면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졌다"며 "이용자에게 최소한의 편익을 보장해주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지금은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수정하고, 그 대신 이용자 편익이 침해될 경우 사후에 과감히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국내 사업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게 되면 규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사업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금 사전 규제, 재정성·효율성·형평성 저해"

'통신 정책 개선 방향 - 보편요금제와 원가보상율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한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요금 인가제는 폐지하고, 통신요금 정책에 대해 경쟁 활성화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민수 교수는 통신요금 규제의 의미에 대해 "사업자 자율로 요금 결정을 맡길 경우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 약탈적 가격 설정 가능성을 들어 정부가 요금 수준을 사전 규제하는 것"이라며 "통신시장이 경쟁적 요금 형성에 실패하는 경우 정당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통신요금 사전규제에 대해서는 재정성, 효율성, 형평성 3가지 취지에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으로는 일률적인 요금 가격 규제가 사업자 투자 유인 감소를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후생도 감소한다고 봤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네트워크 투자를 추진해야 하는 이동통신사업자로서는 적절한 수익에 대한 기대가 있어야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요금 규제는 시장의 효율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사례로 들었다.

신민수 교수는 "요금규제와 요금수준 및 요금구조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는 요금 규제가 항상 바람직한 결과를 산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며 "오스트리아 이동전화 시장에서의 알뜰폰 사업자 진입이 시장 전체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내용을 살펴보면, 사업자 수의 증가에 따른 요금 하락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또다른 사례로, 미국의 경우 의회가 지난 1993년 이동요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명확히 보이지 않는 한 규제를 없앨 것을 권고했다. 8개주의 경우 규제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모두 거절됐다. 이에 따라 1995년 이동요금 규제가 완전히 철폐됐다.

형평성의 경우 소비자 간 요금 차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만을 대상으로 요금 규제가 이뤄져 사업자 간 규제 비대칭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특정 사업자가 지배력을 남용해 요금을 인상하거나 약탈적 요금을 설정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가입자가 포화돼 경쟁이 심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수익 증분이 정체되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가격 혹은 가격 인상을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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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경감하고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통신비 부담 완화 필요성은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사전 규제는 비대칭적 규제인 점을 감안, 통신 시장의 유효 경쟁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는 사전 규제 완화 혹은 정책 방향의 합리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주파수 경매 수입금을 활용한 가계통신비 인하 추진도 타당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