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이해신 한국과학기술원(KAIST) 화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과학기술 연구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선정 배경으로 이해신 교수가 세계 최초로 무출혈 주사바늘을 개발해 에이즈, 에볼라, 간염 바이러스 등 환자의 혈액이 매개되는 의료진의 2차 감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방지하는 데 기여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주사기는 세계 의료기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기본적인 의료 도구다. 혈관, 피하, 근육 등의 경로로 질병 예방, 치료용 약물을 주입하거나 혈액채취, 생검 등 대부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된다. 처치 후에는 환부를 압박해 지혈해야 하는데 혈우병, 당뇨, 암 등 지혈 기능성이 약한 환자와 아스피린 같은 항혈전제제 장기복용자 등은 정상적으로 지혈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교수가 개발한 무출혈 주사바늘은 표면을 지혈 기능성 재료로 코팅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간단한 개념이다. 그러나 관건은 주사바늘을 코팅하는 재료가 피부와 혈관조직을 뚫고 체내로 주입될 때 작용하는 마찰력을 견딜 수 있도록 표면에 단단히 고정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사 후에는 혈관 내벽이나 피부에 붙어 주사 부위를 막아야 하며 인체에도 무해해야 한다.
이 교수는 자연을 모사하는 천연 고분자 소재에서 해답을 찾았다. 파도가 치는 해안가 바위에도 단단히 붙어 있는 홍합은 발끝의 섬유다발인 족사 구조에 카테콜아민 성분이 존재한다.
이 교수는 갑각류의 단단한 껍질에서 추출되는 키토산 골격에 카테콜을 함유한 키토산-카테콜 신소재를 이용해 주사 과정의 마찰력을 견디고 혈액과 즉각적 접착막을 형성하는 무출혈 주사바늘 코팅용 생체 접착제를 개발했다.
홍합모사 생체접착제를 주사바늘에 마이크론 두께로 코팅하면 건조 과정에서 얇은 박막이 형성된다. 이 박막은 혈액과 닿으면 빠르게 하이드로젤 형태의 연성 소재로 바뀌면서 혈장단백질과 결합해 주사바늘 구멍을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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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출혈 주사바늘에 사용한 지혈물질은 단독으로 지혈제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지혈제를 국내에서 상용화한 데 이어 2016년 미국 FDA의 허가를 획득했다. 관련 연구 내용은 지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게재됐다.
이해신 교수는 “홍합의 접착 메커니즘을 모사한 키토산-카테콜은 생리식염수에서도 높은 용해도를 보이고 점막이나 조직에 대한 접착력도 우수해 주사바늘을 코팅하기에 매우 적합한 소재”라며 “이를 단백질과 결합해 혈관주사를 놓으면 타겟팅이 어려운 심장에 약물을 선택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심장 난치병 치료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