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군가와 말싸움을 할 때 강력한 '한방'을 원한다. 그래서 '왜'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왜'라는 질문은 그다지 세지 않다. 왜라는 질문보다 강하다면 강한 질문이 있다. 바로 본질에 대한 것이다. 즉각 답변하기가 어려울 뿐더러, 이를 통해 대답하는 이의 사고와 철학을, 또 살아가는 태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향신문에 실린 서울대학교 김영민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 되물어라' 라는 글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추석 연휴 웃어른들의 취업과 결혼, 아이 출산에 대한 오지랖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한) 당숙이란 무엇인가'· '외로움은 무엇인가'로 응수하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국내은행장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왜가 아닌 본질에 대해서. 은행이란 무엇인가.
추석 연휴 직전 우리은행의 전산시스템 장애가 네이버나 다음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 순위에 올랐다. 오전에 시작된 장애는 저녁 늦게서야 복구됐다. 추석 연휴 직후 첫 거래일인 27일에는 신한은행, 새마을금고 인터넷뱅킹이 검색어에 랭크됐다. 이 두 곳은 전산 장애라고 볼 순 없으며 거래량이 폭주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되지 않은 경우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낸 전자금융감독규정 해설서에 따르면 은행은 정보처리시스템의 용량 부족으로 인한 서비스 지연, 장애를 방지해야 한다. KB국민은행처럼 프로그램의 재가동 시 프로그램 간 오류 역시 이 감독규정에 따르면 사전 방지했어야 하는 일이다. 규정 29조에 따르면 중요도가 높은 시스템 운영체제, 데이터베이스관리프로그램 등의 시스템 프로그램의 변경할 경우 업무 서비스 장애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추석이란 특수성을 제외하고서라도 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의 소소한 오류는 당연스레 받아들여졌다. 이것이 은행이 말하는 고객 서비스인가. 차세대 전산시스템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붙여, 맞춤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고객 서비스이고 은행의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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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란 무엇인가. 아주 간단명료한 질문이다. 은행은 고객의 돈을 보관하고, 이 돈을 필요한 곳에 대출해주는 중개업자다.
맡긴 돈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아 돈을 못찾는다면 중개업 본연의 소임을 할 수 없다. 고객들이 돈을 맡기지 않는 은행은 결국 파산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은행 본질의 업무가 사실상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우리은행의 자금 이체 전산시스템 장애는 더욱 깊이 반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