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KB국민, 반복된 송금장애...왜 발생했나?

원인 의견 분분...대고객 보상책에도 고객 불만↑

금융입력 :2018/09/27 16:32    수정: 2018/09/27 16:33

최근 국내 대형은행 두 곳에서 전산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서, 장애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전산시스템 및 프로그램 장애로 은행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인 '자금 이체'가 되지 않아 불편을 겪은 이용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두 은행은 자금 이체 오류의 원인이 다르다고 보고 있지만, 사실상 은행 내부에서 불거진 문제인 만큼 철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는 추석 연휴 직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1일 우리은행과 타 은행 간 송금이 약 10시간 가량 진행되지 않았다. 지난 7월 31일에는 KB국민은행의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에서 당행 및 타행 자금이 이체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은행 모바일 뱅킹 앱 이체 오류.

27일 우리은행은 이번 송금 오류 원인에 대해 "금융결제원과의 거래를 처리하는 대외거래시스템의 응답 지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금융결제원에 거래를 주고 받는 시스템에서 정상적인 업무 처리가 안됐으며, 거래 건에 대해 상호 응답을 주고 받지 못해 돈이 제대로 이체되지 않았다.

우리은행 측은 금융결제원에 연결된 타행공동망 문제라는 입장이나, 금융결제원 측은 우리은행 쪽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우리은행에 전산 장애가 빚어져 이에 맞는 메뉴얼 대로 금융결제원의 모든 회선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했다"며 "우리은행 측에 금융결제원 회선에 기록되는 데이터를 캡처해서 원인을 분석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휴일에 송금이 몰리게 되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일부 이체가 진행된 순간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몰리면서 전산 장애 복구 역시 지연됐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양육수당이 추석 연휴 전에 지급되고 연휴를 앞두고 이체 거래량이 증가해 트래픽에 부하가 걸렸다고 부연했다.

우리은행의 타행 이체 전산시스템 장애로 인해 직원 급여와 같은 월급 이체도 더디게 진행되거나 이뤄지지 않았다. 또 우리은행 체크카드를 소지한 고객 역시 결제가 어려웠던 것으로 확인됐다. 타행에서 우리은행의 대출을 자동이체 하는 고객 역시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체를 위해 직접 창구를 찾았으나 아예 송금 건에 대한 금융결제원의 응답이 없어 일부 창구 직원은 오후 6~7시까지 업무를 처리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은행은 저녁 늦게 금융감독원에 이 같은 전산시스템 장애 사실을 보고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산장애로 타행이체와 급여 같은 대량이체가 제대로 안되고 있으며 중단했다 재개했다를 반복했다"며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보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전산 장애 원인에 대해 정기검사를 통해 정확히 파악할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사옥.(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역시 은행 내 프로그램 문제로 고객들이 일시적으로 돈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했다. 타행 송금 외에도 KB국민은행→KB국민은행 간 송금 역시 6시간 동안 진행되지 않았다. 당시 KB국민은행 측은 "스타뱅킹의 시스템 재가동 과정에서 프로그램 간 통신 오류로 일부 솔루션 프로그램의 작동이 제대로 안됐다"고 말했다. 결국 KB국민은행이 설계한 모바일 뱅킹 내 프로그램끼리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다.

■ 수수료 환급·대출 연체 기록 삭제 조치

두 은행은 모두 이체 수수료 환급을 대고객 보상책으로 제시했다. 만약 송금 오류 당일 영업창구를 방문해 이체를 했다면 이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았거나 환급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연휴 직전임을 감안 10월 한 달 간 모바일과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장애와 관련해서 발생한 대출 및 신용카드 연체 이자는 전액 감면하고, 입금지연으로 인해 발생된 연체 이력에 대해서도 삭제 조치함으로써 개인 신용정보에 이상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복된 인터넷뱅킹 송금 장애로 고객 불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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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은행의 요구불 예금 규모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약 60조원을 육박한다. 요구불 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예금을 의미한다. 금감원의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요구불 예금 규모는 9조3천460억원이며, KB국민은행의 요구불 예금은 50조3천510억원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산 장애가 반복돼 예금을 제때 찾지 못할 수 있다는 불신이 커질 경우, 두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고객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