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IPTV 키즈 콘텐츠 서비스 '아이들나라'의 시작은 이러했다. "아이에게 TV를 보여주는 부모들의 죄책감을 없애주자."
부모들은 대부분 TV에 대한 죄책감, 거부감을 갖고 있다. 죄책감의 핵심은 '바보상자'라는 인식이다. 정성스런 육아 대신 부모에게는 손쉬운, 아이에게는 해로운 방법론을 사용한다는 것.
LG유플러스 IPTV 팀은 각종 업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키즈 시장에 진출하기 앞서 이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성공만 한다면 근본적으로 서비스 이용을 늘릴 수 있는 접근이다.
이 접근 방식은 적중했다. 전체 IPTV 가입자 중 한 달에 한 번 이상 아이들나라를 사용하는 수는 약 37%으로 70만명 가량에 이른다. 서비스 이용자인 아이들의 부모가 주로 포진돼 있는 30대 중, 여성 가입자는 분기마다 10%씩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가 '대박'을 치자, LG유플러스는 출시 1주년을 맞아 '아이들나라 2.0'을 내놨다. 1년간 서비스하면서 느꼈던 고민과 아쉬움을 반영했다.
흥행한 IPTV 콘텐츠를 만든 비결과 2.0 버전 제작 과정의 뒷이야기, 향후 준비할 새 서비스까지, 아이들나라의 모든 과정에 참여한 실무진에게 답을 구해봤다.
이번 인터뷰에는 변수진 AR·VR플랫폼개발팀 책임, 강윤미 홈·미디어마케팅전략팀 선임, 김지은 IPTV서비스기획팀 선임, 김범주 홈·미디어마케팅커뮤니케이션팀 사원이 참여했다.
■아이들나라, TV에 대한 불안감 떨쳐냈다
IPTV서비스기획팀은 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토대로 서비스의 뼈대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김지은 선임은 아이들나라의 모토에 대해 '이지', '펀', '세이프' 3가지로 소개했다.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적합치 않은 내용은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케팅 전략팀에서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5개 국어를 하게 된 6세 '이서연' 양을 사례를 내세웠다. 아이들나라 1.0의 주요 콘텐츠 중 하나는 '유튜브 키즈'였다. IPTV 콘텐츠도 아이에게 교육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시력 저하, 중독 현상 등의 우려를 덜어낼 수 있는 블루라이트 제거 기능, 시청 시간 관리 기능도 탑재했다. 강윤미 선임은 결과적으로 TV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함을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1.0 버전을 출시하고 나서 1년 좀 안 됐을 때 이용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험을 제공해주고, 부모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키즈 카페' 같다는 반응을 얻었죠."
■2.0, 양방향 콘텐츠로 진화...예비 부모도 고려
1.0 이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에는 이용자 반응과 우연도 함께 작용했다. 강 선임은 베이비페어, 육아교육전에 아이들나라를 출품한 경험을 토대로 이를 소개했다.
"베이비페어에는 예비 부모도 많이 와요. 절반 정도가 예비 부모인데, 이들에게 보여줄 게 별로 없었어요. 콘텐츠를 탈탈 털어서 태교랑 엮어서 소개했죠. 근데 이게 반응이 좋았어요. 예비 부모들 특징이 맘카페는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등 관심은 지대하지만 아직은 육아 정보가 부족한 편이에요. 때문에 작은 정보에도 반응이 좋았던 거죠."
아이들나라 2.0에는 예비 부모를 위한 콘텐츠가 다수 투입됐다. 기존에 제작된 VOD 외 자체제작 콘텐츠도 만들었다. 130만부 가량 판매되는 등 흥행한 저서 '임신출산유아대백과'를 영상화한 것. 그 외에도 임산부 요가 센터, 문화 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을 영상 콘텐츠로 제작했다. EBS와의 육아 콘텐츠 제휴도 추진했다.
웅진북클럽과의 콘텐츠 제휴가 이뤄진 계기는 공교롭게 유아교육전에서 항상 양사 부스가 가깝게 배치됐기 때문이었다.
"저희는 책 사지 말고 TV로 보면 된다고 홍보하니까, 옆 부스에서 항의를 듣기도 했었죠.(웃음) 그런데 부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 부서 간 협업을 하다 보니 상호 보완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웅진북클럽은 콘텐츠가 매우 우수하지만,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의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요.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게 TV라는 매체에요. 또 TV로 웅진 콘텐츠를 접하면 아이들이 실물 책을 사달라는 요구를 많이 하는 편이라 서로 윈윈이 가능한 거죠."
AR 콘텐츠는 일방향 콘텐츠에서 양방향 콘텐츠로 진화하기 위해 탑재됐다. 아이들이 특정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
변수진 책임은 기존에 없는 AR 콘텐츠 구현을 위해 협력 업체 탐색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강조했다.
"이번 업무는 없던 기술, 남들이 안 하는 것을 찾는 게 핵심이었어요. 그래서 해외 출장이 많았어요. 의미 있는 기술 업체를 찾기 위해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에요."
이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콘텐츠 '도레미 물감놀이', '비눗방울 톡톡'과 이용자가 그린 그림을 인식해 TV 화면에서 역동적으로 재현하는 '내가 만든 그림책', '물고기 그리기'가 그 결과물이다. 변 책임은 기술의 우수함보다, 서비스 최적화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여러 기술이 합쳐져 서비스가 잘 구현될 수 있을지가 제일 고민이 됐어요. 가령 뎁스 카메라나 동작인식 기기가 별도로 필요하다면 동작 인식이 더 잘될지라도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용자들이 불필요한, 부가적인 수고 없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집중했어요."
고민을 담아 내놓은 AR 콘텐츠는 내·외부 호평을 받았다.
"내가 만든 그림책 서비스의 경우 내부 반응이 좋아 일정을 앞당겨 아이들나라 2.0과 함께 출시됐어요. 유아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데도, 실제로는 초등학생 저학년생까지도 폭넓게 즐기는 서비스가 됐고요."
■"다른 가족 구성원 위한 '아이들나라'도 출시"
김범주 사원은 아이들나라가 흥행하면서, 영업 현장에서도 반응이 달라졌다고 밝혔다.
"제휴를 먼저 요청해주는 경우도 나타났단 게 달라진 부분이에요. 1.0 출시 때에는 백화점이나 대형 매장 등에 저희가 먼저 팝업스토어 개념으로 입점을 신청했어요. 팝업스토어 꾸민 후에 매출도 올라가고, 방문객도 느니까 키즈카페, 유통업체 등 다양한 업장에서 팝업스토어를 신청해옵니다."
IPTV 업계 키즈 콘텐츠 경쟁이 본격화된지는 이미 한참이 지났다. 그 중 아이들나라가 호평을 받는 이유에 대해, 영업을 맡고 있는 김 사원은 "교육적 측면을 깊이 있게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예를 들어, 부모가 공룡 박물관에 데려가고, 공룡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이 모든 걸 한꺼번에 제공하는 게 이 서비스의 역할입니다. 공룡 관련 다큐멘터리와 율동 교실을 보여주고, AR 콘텐츠로 공룡을 생생히 접할 수 있다는 게 그렇습니다."
LG유플러스는 아이들나라를 IPTV 서비스 브랜드로 키울 계획이다. 강윤미 홈/미디어마케팅전략팀 선임은 실제 2.0 출시를 앞두고도 IPTV 사업자로서는 드물게 브랜드 매니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TV 같은 홈 상품은 사실 상품성보다는 요금제나, 사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1.0을 출시하면서, IPTV 브랜드와 인지도를 특정 상품으로 높일 수 있고, 이를 통한 상품 판매도 늘릴 수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래서 2.0부터는 기획, 현장 조사 등 단계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됐죠."
LG유플러스는 어린이 자녀를 위한 아이들나라에서, 더 나아가 온가족이 즐길 수 있거나 자녀가 없는 '딩크족'을 위한 브랜드 서비스도 고려 중이다. TV 매체가 가족 구성원 대상의 시장인 만큼, 점차 연령대별 등 공략하는 가입자를 세분화해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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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 선임은 향후 미디어 교재로서 아이들나라가 교육 기관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유아 교육 업계가 보수적인 편이라, 교육을 바라고 유치원에 보냈는데 TV를 보여준다고 하면 싫어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TV 등을 늦게 보여줘야 한다는 학파도 있고요. 반면 미디어 매체를 빨리 접하게 해 활용,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학파도 있고, 이들과 교류를 많이 하면서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들나라는 IPTV 가입만 하면 이용할 수 있어 비용 측면에서도 전자 칠판 등 기존 교구보다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