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무늬 인공지능(AI) 스피커들을 비집고, 귀여운 외모를 가진 도라에몽이 말을 건다.
“난 도라에몽이야. 난 도라야끼(단팥빵)를 좋아해.”
네이버의 AI 스피커 클로바 프렌즈 미니는 이번에 도라에몽 모습을 하고 대중 앞에 섰다. 밋밋한 AI 스피커 친구들에 비하면 디자인이 독보적이다. 직육면체, 원형, 원통형의 단순 프레임에 까맣고 하얗기만 AI 스피커들과 다르다. 은은하게 불빛을 내는 친구도 있으나 이 정도도 도라에몽 앞에선 점잖은 편이다.
도라에몽 스피커의 크기는 어른 손바닥보다 작지만 그 안에 매력이 꽉 찼다. 도라에몽 만화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라면 동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도라에몽을 난생 처음 보는 아이들도 친근하게 다가갈 법 하다. 무엇보다 전원을 켜고 끌 때, 도라에몽 대화하기 기능을 이용할 때 들을 수 있는 도라에몽의 귀여운 목소리가 귀에 꽂힌다. 빨갛고 작은 코는 고무 재질로 돼 있어 누를 때마다 뭉뚝해진다. '헤이 클로바'라고 불러야 스피커는 명령을 들을 준비가 되는데, 이 코를 대신 눌러도 된다.
네이버는 지속적으로 캐릭터 모양의 AI 스피커를 출시하고 있다. 도라에몽 버전은 라인프렌즈 캐릭터 브라운, 샐리, 영화 슈퍼배드 속 캐릭터 미니언즈에 이어 네 번째다. 미니언즈 클로바 스피커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기자가 이번엔 도라에몽 스피커를 사용해봤다.
■도라에몽이라 더 대화할 맛 난다
도라에몽 스피커는 미니언즈 버전보다 확실히 수다스러워졌다. 전원을 켰을 때 “안녕. 우리 오늘 많이 많이 얘기하자~”며 작정하고 운을 뗀다. 네모 스피커가 아닌 도라에몽 스피커가 많이 얘기 하자고 말을 거니 정말 수다라도 떨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사실 미니언즈 스피커로 한국어 대화는 불가능하다. 미니언즈 스피커는 그들 종족의 언어를 구사해 효과음에 불가능한 소리를 낼 뿐이었다. “바나나 좋아해?”라고 물으면 “에, 에이오 이바나나”라고 답한다. 일단 한국말은 아닌 것 같다.
그에 반해 도라에몽은 또렷하게 한국말로 자신에 대해 주절주절 말한다. ‘도라에몽 놀자’에 대한 대화 가이드에 써져있는 대로 “나비야 누구야”라고 물으면 “으하하 나비는 내 여자 친구야. 길고양이들이 나비를 괴롭힐 땐 내가 구해주지”라고 답한다. 미니언즈 때보다 구사할 수 있는 문장 수도 늘었다.
네이버 클로바 사업부 한 담당자도 지난 7월 한 행사에서 “제 아이는 인공지능 디바이스 클로바랑 눈을 맞추면서 대화를 하더라”며 “스피커가 브라운 곰돌이가 아니라 네모난 기기라고 생각하면 안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브라운 스피커에서는 브라운 자체 목소리가 없기 때문에 클로바 자체의 여성 음성만 나온다.
다만 전체적으로 도라에몽이 대답해주는 건 아직도 불가능하다. 도라에몽 놀자 기능을 제외한 음악 듣기, 뉴스 듣기, 주문하기 등 모든 기능을 이용할 때면 클로바 목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이용할 때 도라에몽에서 클로바 목소리가 나오면 살짝 괴리감이 느껴진다.
■클로바와 세 마디 대화로 라면 주문 완료
네이버는 지난 5월 클로바 스피커에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몇 마디 대화만 나누면 주문부터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단, 미리 배송지와 네이버페이 결제 정보를 등록한 후 이용할 수 있다.
가령 “라면 주문해줘”라고 명령하면 “주문가능하신 상품은 신라면, 너구리 순한맛, 짜파게티 있어요. 원하시는 상품을 말씀해주세요”라고 답한다.
이에 “신라면”이라고 답하면 클로바는 “신라면 20봉지 1세트는 1만4천900원에 준비돼있어요. 결제하시려면 ‘결제해줘’라고 말해주세요”라고 말한다.
“결제해줘”라고 대답하면 클로바는 지체 없이 “배송비 포함해 1만4천900원 결제했어요”라고 말한 후 배송 정보에 대해 연이어 설명해준다. 동시에 휴대폰으로 카드사 결제 문자, 네이버페이 결제 확인 문자가 함께 수신됐다.
단 1분도 안된 시간 동안 주문과 결제가 모두 이뤄졌다. 신기한 마음에 생수도 바로 주문했더니 눈 깜짝 할 새 2만원어치 물건을 주문하게 됐다. 약 3시간 뒤 신라면 20봉 배송이 시작됐다는 문자를 받았고 다음날 라면을 받을 수 있었다.
클로바 스피커로 음식점에서 음식도 주문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진 쇼핑과 배달음식 주문하기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품목은 소수로 제한됐다. 생수, 라면 3종, 즉석 밥, 물티슈, 휴지, 섬유유연제 등이다. 배달 음식도 치킨, 피자 등에 한한다.
아이가 스피커를 통해 마음대로 쇼핑할 경우를 대비해 클로바 앱 내 음성 주문 설정에서 사용을 막아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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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 외신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아마존의 AI 스피커 알렉사를 구입한 5천만 명 중 쇼핑 기능을 단 한번이라도 이용해본 소비자의 비율은 2%밖에 안 됐다. 또 알렉사로 물건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사용자 중 90%는 또다시 쇼핑 기능을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이나 PC로 물건을 구입해야 할 경우 쇼핑몰 사이트나 앱에서 품목을 찾아 주문 정보를 입력한 다음 주문을 해야 하지만, AI 스피커로 물건을 구매하면 누워서 눈감고도 몇 마디면 주문할 수 있다. 간단히 생필품을 구매해야 할 때는 AI 스피커를 통한 쇼핑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